[프라임경제] 와튼 스쿨에서 협상코스를 강의하고 있는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에 따르면, 사람들은 상대방의 행동이 공정하지 않다고 인식하는 순간 감정적으로 변하고 순식간에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이 감소한다. 그래서 상황이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민감하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한마디로 화를 내면서 분별력을 잃게 된다는 말이다. 이런 사람들을 우리 사회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다혈질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서 걸핏하면 큰 목소리를 내고, 사소한 일에도 버럭 화를 잘 낸다는 게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의 말을 듣고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감정적인 반응을 잘 보이는 이유는 성격 탓이 아니라 환경적이 요인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수한 외침과 탄압에 시달렸던 과거의 역사는 차치하고 근대사만 보더라도 일제의 식민통치, 공산정권의 남침, 군사정권의 독재치하에서 살아남기 위해 공정하지 않다고 인식하더라도 자신의 감정을 겉으로 드러낼 수 없었을 것이고, 그렇기에 쌓인 분노가 많을 수밖에 없다.
화가 나면 정보처리 능력이 감소하기 때문에 사려 깊고 남을 배려하는 말보다는 자극적이고 남을 공격하는 말을 사용하게 된다. 요즘 사회문제가 되다시피 한 각종 폭로와 인터넷상의 가시 돋친 설전(舌戰) 역시 자신이 공정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화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게 옳지 않나 싶다.
명문대를 나온 변호사이면서 소위 정치 엘리트로 여겨졌던 강용석 의원이 자신이 송사를 당한 이후 벌이고 있는 행적을 보면, 그가 다녔다는 일류학교의 교육에 대한 의문마저 든다.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라는 속설이 그래서 있는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뿐 아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최근 일간지 칼럼을 통해 “중소기업이 바라는 것은 아주 소박하다. 중소기업이 정말 고생해서 어렵게 만든 제품에 대해 제값을 받는 일이다. 그 돈으로 종업원 복지도 개선하고, 연구개발과 투자를 늘려 기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중소기업에게 필요한 것은 정부의 지원이나 특혜가 아니라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정치권이 재벌에 무거운 과세를 하여야 한다거나 각종 제재를 가하여야 한다고 소리를 높이는 데 대한 우려의 말도 덧붙였다.
이미 정부는 ‘공정사회는 진정한 선진일류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다’라고 하면서 공정사회 구현을 국정의 핵심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공정사회는 우리나라가 이제까지 이루어낸 경제발전과 정치민주화에 비해 훨씬 어려운 과제임을 국민 모두가 인식하여야 한다. 일찍이 역사철학자 토인비는 ‘인간이 이기적이라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하였다.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힘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서 스스로 손해를 감수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교육과 훈련을 통해서 공정(公正)을 가르 쳐야 한다.
장중구 한국코치협회인증코치/ 공학박사 / (현)상진기술엔지니어링 전무 / (전)삼성전자 생산기술센터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