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소문난 잔치였던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는 먹을 게 없고 고유가와 엔저 현상도 국내 증시에 부담이 되고 있다. 이와 함께 다시 고개든 그리스 악재에 다우지수가 올해 처음으로 세 자릿수의 하락세를 보이며 미국 뉴욕증시마저 덜컹거렸다.
아울러 지난달 이후 대차잔고가 증가하면서 이에 따른 공매도 규모 확대 우려가 증시에 번지고 있다. 최근 대차잔고 규모가 지수 등락과 어느 때보다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는 것으로 나타나 수급 추이에 따른 증시 변동성 확대 우려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매도는 해당 주식이나 채권을 갖고 있지 않으면서 매도 주문을 내는 투자기법으로 주가하락에 베팅하는 전략이다. 이런 이유로 주가가 하락세를 보일 경우 공매도 물량이 늘어나 증시에 추가부담으로 작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국내증시에서 주요 200개 종목을 기준으로 한 대차잔고는 최근 5일간 6790억원 늘었고 연초이후 누적 대차잔고는 12조2000억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지난달 이후 증가한 4조3000억원은 잠재적 공매도 물량인 만큼 주가가 하락할 경우 수급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7일 동양증권에 따르면 업종별로는 최근 10일간 전자부품(+2.3%), 제지(+1.7%)의 대차잔고 증가가 부각됐다.
시가총액 대비로는 LG전자, 무림P&P, OCI, LG이노텍, 삼성SDI 등의 대차잔고가 늘었다. 종목별로 LG전자와 삼성전자는 각각 5982억원, 2082억원, 현대차는 1180억원가량 대차잔고가 증가했고, 감소세를 나타내던 하이닉스의 대차잔고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최근 5일간 LG전자, 무림P&P, 락앤락, 현대산업, 원익IPS 등의 대차잔고가 크게 늘었다. 자료 금융투자협회·동양증권 제공. |
무엇보다 6일 증시는 장중 2000포인트를 밑도는 등 변동성이 확대된 모습을 보이고 있어 8일 옵션만기일을 앞두고 대차잔고 증가가 공매도로 이어질 경우 증시가 롤러코스터를 탈 가능성이 있다.
동양증권 김승현 연구원은 "최근 증시 상승 탄력이 약화돼 공매도 우려가 적지 않다"며 "아직 큰 움직임은 발견되지 않고 있지만 늘어난 대차잔고는 점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미래에셋증권 이진우 연구원도 "최근 시장이 조정국면으로 접어들자 공매도 규모가 커지며 대차잔고가 확대되는 게 눈에 띈다"며 "수급상황이 악화되면 공매도가 증시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주가 변동성 또한 확대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또 기관이나 외국인투자자의 공매도인 대차거래 또한 지난달에만 6조원가량 늘며 유동성 악화에 따른 주가하락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최근 미래에셋증권이 내놓은 리서치자료에 지난달 2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대차잔고 수량은 6만5916주로 전월인 1월말 5만6777주에 비해 16.10%가량 늘었다. 이는 32조2702억원에 이르는 금액으로 전달 26조2100억원 대비 6조원 이상 증가한 것이다.
대차거래가 공매도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무엇보다 대차거래에서 외국인 비중이 80%에 육박하는 만큼 공매도 리스크, 수급 변수가 커질 수밖에 없다.
IBK투자증권 김현준 연구원은 "현재 대차잔고는 하락에 대한 베팅"이라며 "국내증시의 강한 상승세와 대차잔고에서의 외국인 비중을 따질 경우 최근 외국인은 증시 하락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특히 주가 상승기에서의 대차잔고 증가 종목은 주가 조정 시 공매도에 따른 수급 악화 현상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