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사람들은 친분이 그리 많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의례적으로 ‘조만간 식사 한번 하시죠?’ ‘언제 차 한잔 해야죠?’ 등의 빈말을 자주한다. 직장, 가정,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말과 행동이 다를 때, 이를 두고 흔히 ‘빈말’ 혹은 ‘공수표’라 부른다. 그런데, 문제는 현대인들이 의례적인 빈말을 통해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일반적인 대화에서는 빈말이 허용되는 듯해도 비즈니스 현장에서의 빈말은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몇 해 전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A팀장이 떠오른다. 비즈니스 자리에서 만난 A팀장은 언제나 글로벌을 연상케 하는 큰 스케일을 과시하곤 했는데, 처음 일을 시작할 때엔 청산유수(靑山流水)의 언변과 화려한 프로젝트로 많은 사람들을 몰려들게 했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 됐고 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였다.
중간업무 보고 때였다. 업무보고를 듣고 난 A팀장은 팀원들에게 업무 진행의 공로를 인정한다며 때뜸 ‘포상’ 이야기를 꺼냈다. “이 프로젝트가 끝나면 시설지원 및 더 많은 지원이 있을 것이니 열심히 하라”며 연거푸 세 번씩이나 포상을 강조하며 팀원들을 독려한 것이다.
팀원들은 사기가 충천해 똘똘 뭉쳤고, 업무는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됐다. 하지만 팀장이 했던 포상과 시설지원 약속은 단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팀장의 공약은 ‘빈말’이었던 것이다.
팀장과 함께 일했던 직원에게 팀장의 성향에 대해 물어보니 황당한 답이 돌아왔다.
“팀장님은 일 진행하실 초기에는 30명이 가까이 있다가 일이 끝나면 고작 3명 정도만 남아 있게 됩니다. 남아 있던 3명도 얼마 뒤에는 그분의 말을 믿지 않고 사라집니다.”
한마디로 그 팀장과 일하기를 다들 꺼린다는 결론이었다.
듣기 좋은 말도 한 두 번이지 매번 날리는 빈말에 사람들이 좋은 반응을 할 리 없다. 특히 성과 창출에 목마른 비즈니스 현장에선 더 그렇다.
‘빈말이 랭수 한 그릇만 못하다’라는 북한 속담이 있다. 번지르르하게 말만하고 실속 없는 것보다, 목마른 사람에게 시원한 냉수 한 그릇 대접하는 것이 더 낫다는 뜻으로 약자인 업체들에게 언제나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조그맣게라도 도움을 주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비즈니스에서 굳게 믿고 따르게 하는 ‘신뢰’는 곧 자산이다. 믿음을 주지 않고 따르게 하지도 않은 사람이 언제나 말로만 신뢰를 외친다면 어떻게 될까? 지금의 직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따르는 사람이 있을 지라도 직책을 내려놓는 그 순간, 그 사람 옆에는 아무도 없게 된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신뢰는 이론이 아닌 실천의 문제고, 말을 했으면 의례히 실천을 해야 더 이은 성과가 따르는 법이다.
자공이 쓸모 있는 인간에 대하여 묻자, 공자가 이렇게 말했다.
“선생, 행동이 앞서야 하며 말이 그 뒤를 따라야 하니라(子貢問君子 子曰 先行其言 而後從之).”
이주아 코치 |
이주아 한국코치협회인증 전문코치 / 부모코칭 전문가 / ‘소통과 감성’ 코칭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