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상유십이 순신불사 (尙有十二 舜臣不死). 아직 전함이 12척 남아 있고, 순신은 죽지 않았습니다. 전장에 복귀한 이순신 장군이 임금 선조에게 외친 한마디다. 대단히 긍정적이고, 낙관적이다. 때문에 어려운 일이 닥칠 때마다 이 말에 의지하며 힘을 내자고 다짐한다. 그러나 그건 치밀한 환경 분석과 전술전략으로 이기는 싸움만 펼칠 능력을 가졌던 이순신 장군이기에 가능한 발언이었다. 자신의 능력과 환경이 턱도 없는 상황인데 ‘아직 열두 척의 배가 남았다’고 호언장담하다간 ‘화성인’으로 몰리기 쉽상이다.
최근 대한민국 베이비부머 중∙장년 남자들의 홧병이 늘어난다고 한다. 질병의 정확한 실체는 없지만 우리 모두가 공감하는 단어이고 증상이다. 남모르게 속으로 축적시킨 스트레스, 이를테면 분노, 절망, 불안, 좌절, 억울함 등등을 육체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터져 나오는 그것이다. 자녀의 대학입시 뒷바라지 하느라 안으로 삭이고 삭였던 엄마의 가슴에 생긴 검디 검은 숯덩이에 드디어 불이 붙은 것이다.
그래서 어느 날 목을 놓아 펑펑 울어버린 엄마는 오히려 개운한 정신과 육체를 맞는다. 이를 전문용어로 카타르시스(정화 淨化)라고 하나보다. 북한산에 오른 중년의 사내가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는 그것도 개운함을 위한 행동이다. 분노가 일면 참는 대신 어디선가 내 지르고, 슬프면 펑펑 울어줘야 인간의 정신과 육체는 정화의 과정을 거쳐 더욱 강인해 진다는 주장이다.
긍정적 사고와 낙관적 태도. 웃으면 복이 온다는 주장은 그동안 숱한 상업적 자기계발서나 정신수양서들의 단골메뉴였다. 자본주의, 시장주의의 역기능과 부조리를 교묘하게 비틀고 포장해 대중을 속여 왔던 ‘긍정주의, 긍정敎’에 제대로 일침을 놓은 책이 바로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긍정의 배신’이다.
환경의 변화를 미리 예측, 자신의 새로운 치즈를 빨리 찾아라. 그렇지 못해 치즈를 차지하지 못하면 그건 당신 개인의 책임일 뿐이라 설파했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자기계발서가 엄청나게 팔려나간 배후에는 대량해고를 앞둔 대기업들이 있었다. 그런 뉴욕 발 자기계발서류들의 알량한 돈벌이에 찬물을 끼얹은 바로 그 책이다. 아프니까 청춘인 것은 맞다. 그렇지만 아프면 참지 말고 소리질러야 한다. 우는 아이에게 떡이라도 하나 더 생기는 법. 기회는 눈먼 소경이 아니다. 소리치고 행동하며 나대는 자의 것이다.
프라임경제 컬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