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윤용로 외환은행장이 을지로 본점으로 처음 출근하던 지난 2월20일 노조 측은 장미꽃 한 다발을 선물했다. 당시 꽃다발을 받아든 윤 행장은 “장미꽃처럼(외환은행을) 활짝 피우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장미는 외환은행 행화다). ‘온화한 리더십’, ‘순발력’ 등이 외환은행의 새 사령탑을 맡은 윤 행장을 대표하는 수식어다. 하지만 윤 행장은 날카로운 감각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장미처럼 꽃과 가시를 모두 가진 윤 행장이 어떤 인물인지 간략히 살펴봤다.
론스타 논란에 얽혀 행장에 내정된 뒤 약 1년이 흐른 뒤에야 정식 출근한 윤 행장은 22일 서울 을지로 본점 4층 대강당에서 취임식을 열고 24대 외환은행직에 올라 향후 5년간 하나금융그룹측이 보장한 독자경영의 주요 부분을 장식하게 됐다.
외환은행 노조와 하나금융의 본격적인 대립은 하나금융이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노조는 2010년 12월부터 대규모 거리 행진, 인수 중단 촉구 100만인 서명운동, 여의도와 명동 야외집회, 언론매체 광고 등 다양한 방법으로 피인수 반대 투쟁을 벌였다.
급기야 노조는 총파업을 선언한 채 하나금융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파국을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는 협상 12일만인 2월17일 새벽, 5년간 외환은행 독립법인 유지 등 핵심 쟁점사항에 합의했다. 윤 행장의 온화한 리더십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IBK에서 쌓은 노하우로 외환은행 옛 영광 되찾을까?
윤 행장은 취임사에서 “추운 날씨에도 지하철역에서 설명자료를 나눠주던 차가왔던 직원의 손, 삼보일배로 몸이 지쳐도 은행에 대한 열정으로 이겨내던 외환 직원들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직원들의 고통과 아픔이 많았을 것임을 잘 알고 있다”며 직원들을 보듬었다.
위로에 이어 핵심역량 회복을 주문했다. 윤 행장은 이날 외환은행이 전통적으로 강점을 보여 왔던 분야에서 최근 몇 년간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며 새로운 경영전략 방향을 제시했다.
윤 행장은 “하나은행과의 선의의 경쟁을 통해 경쟁력과 수익성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외환은행은 1967년 특수은행으로 출발했다. 외국환거래와 무역금융을 전문으로 하는 은행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1989년 일반은행으로 전환하고, 외환업무를 바탕으로 한 기업금융에 강점을 지닌 은행으로 발전하다가 외환위기 여파로 경쟁력이 한풀 꺾였다. 2003년 사모펀드 론스타에 인수당하며 이미지는 끝없이 추락했다.
윤 행장은 외환은행의 해외영업과 외국환, 기업금융이나 신용카드 등 핵심역량분야의 동력을 회복시켜 옛 영광을 되찾아야 할 과제를 떠맡았고, 이런 점이 현재 외환은행에 필요한 전략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외환은행 임직원들의 박탈감과 상처 입은 자존심을 치유하는 일도 과제로 남아있는데, 이러한 어려운 상황을 잘 도닥이면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