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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하나SK+외환 카드통합론? 일본에게서 배울 것은…

듀얼뱅크 상황 속 카드통합 시너지 내려면 전방위 융합 필요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3.05 14:3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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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하나금융그룹(086790)과 외환은행(004940)이 한 식구가 된 가운데, 듀얼뱅크로 5년을 유지하기로 한 데 눈길이 쏠리고 있다. 피인수 은행을 독립 경영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이번 조건은 구 조흥은행 피인수 상황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 독립적인 경영 추진은 카드 통합론이 고개를 들면서 빛을 잃고 있다. 은행업에서 비이자수익이 중요해지고 있는 데다, 알짜 수익을 올리고 있고 하나SK카드에 비해서도 규모가 뒤떨어지지 않는 등(하나SK카드 459만명, 외환카드 355만명 추산) 양과 질에서 밀리지 않는 카드사업 부문을 외환은행에서 떼어가는 건 문제라는 지적이다.

발언이 나온 시점과 진앙지도 공교롭다. 하나금융지주 김승유 회장은 2일 이른바 고별기자회견에서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의 합병은 5년씩이나 가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는 하나금융 김종열 사장이 지난달 23일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한 발언과는 결이 다르다. 김 사장은 “하나SK카드는 모바일 카드와 SK 제휴 사업에 강점이 있고, 외환카드는 200만개 이상의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이를 유기적으로 결합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배가 될 것”이라고 말해 현재 상태에서의 ‘따로 또 같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외환은행의 신임 선장으로 등장한 윤용로 행장은 취임사에서(2월22일) “국외영업과 외국환, 기업금융, 신용카드 등의 분야에서 핵심역량을 회복해야 한다”고 당부한 것과도 궤를 달리한다.

   
하나금융 김승유 회장이 '명예로운 퇴임'을 하는 자리에서 외환카드와 하나SK카드의 통합은 5년 뒤까지 끌 수 없다고 발언했다. 최연소 은행장에서 업계 최고참 금융그룹회장으로 오랜 세월 금융계 동향을 읽어온 그가 내놓은 발언이라 여러모로 의미를 곱씹을 만하다는 분석이다. 김 회장 고별회견 발언 장면.
결국 김 회장의 발언은 듀얼뱅크 총론(전체의 외형)은 유지하되, 각론 즉 내부의 수익성 사업 면면의 위상에 있어서는 상당히 유연성을 발휘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까지 해석될 수 있는 발언으로 주목된다. 사실상 하나금융이 자금 조달면 등 여러 방면에서 초강수를 둬 가면서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한 이래 ‘본전생각’ 차원에서 처음 속내를 드러내는 게 이번 카드통합론이라는 분석까지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촉발된 하나+외환 카드통합론이 단순히 하나SK카드가 BC카드의 가맹점을 사용하는 비용(약 60억원)을 아끼고, 외환카드가 오랜 세월 다져온 200만개 이상의 가맹점망을 탐내서 진행되는 게 아니기 위해서 어떤 뱡향을 잡아야 할지가 새삼 관심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일본의 금융빅뱅, 그리고 메가뱅크론(이 와중에서 듀얼뱅크론도 등장했다 실패했음)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온 상황에서, 하나금융으로서는 적어도 일본 금융그룹들이 보인 진정성 이상으로 카드 등 사업 추진 열의를 갖고 카드통합론을 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진정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이번 발언은 김 회장의 경영 개입 욕심(본인은 퇴임 후 불개입을 표명하지만)이나 몽중헌 짓기에 불과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카드영업 묶기? 공동망 사용, 사업단일화만으로는 부족

2일 고별기자회견에서 김 회장은 “(외환은행 노동조합과) IT와 카드 부문은 가급적 빨리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정리하자고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임 외환은행장 취임 축사에서(지난달 22일), 외환은행 김기철 노조위원장은 신임 행장에게 앞으로 조직을 보호하고 직원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독립경영의 틀을 유지하고 외환은행의 자산매각을 지양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따라서 단순한 영업망 인도에 그칠 경우 적잖은 논란이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지분 57%를 가진 대주주이지만, 카드업을 떼어내 하나금융 측과 합치는 문제는 단순히 볼 문제가 아니다.

   
하나금융그룹이 외환은행을 인수한 가운데, 외환쪽 카드사업만이라도 하나와 먼저 합쳐 시너지 효과를 거두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당초 5년간 외환은행 독립경영을 보장하겠다던 입장이 이번 문제로 대폭 흔들릴지 실제로 긍정적 효과가 발생할지 주목된다. 사진은 하나금융 본사 전경.
하나금융은 하나SK카드 51%를 가지고 있어 이해관계자와 논의를 해야 한다. 단순히 ‘연내 가맹점 공동 사용, 공동 마케팅 등은 빨리 시행할 수 있으니 먼저 하자’는 나이브한 시각에서 진행했다가는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점만 가지고, 미리부터 듀얼뱅크 시스템 실패 모델인 미즈호파이낸셜그룹(및 그 산하 미즈호은행과 미즈호코퍼레이트은행)이 결국 하나로 통합하기로 한 상황과 하나와 외환의 현재 듀얼뱅크 사정을 연상, 바로 연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미즈호금융그룹이 듀얼뱅크에서 시너지보다는 조직 이기주의로 경도돼 결국 2013년까지 하나로 묶기로 했다는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전언, 다수 경영진이 통반 퇴진한 점 등은 비슷한 두 조직이 한 울타리 안에서 움직이기 어렵다는 점을 배우는 타산지석 면에서 유용하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이렇게 은행 두 개가 서로 화합하지 못한 미즈호금융그룹에서도 카드업 등 산하자회사 영역에서는 상당히 주목할 만한 시도를 많이 추진한 점을 더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듀얼뱅크 했다 망한 미즈호, 카드분야 등 유연성만큼은 배워야

미즈호금융그룹은 2005년 10월, 회사 분할에 의해 UC카드를 신설했다. 신용카드 프로세싱(신용카드의 결제 사무처리)와 가맹점 사업을 실시하는 것을 업으로 했다. 이후 프로세싱 부문은 규비타스에 분할, 양도했다(가맹점 부문만 담당).

또 회원 사업이 남겨진 (구)UC카드는 2006년 1월, 크레디세존에 흡수, 합병됐다.

카드업체 크레디세존은 2006년 3월, 또다른 뉴스로 미즈호은행과의 합종연횡을 보여준다. 통신업체인 NTT도코모와 미즈호은행, 크레디세존 등이 ‘휴대크레디트’ 서비스를 공동 전개한다고 당시 정식 발표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한 것이다.

미즈호금융이 전통적으로 금융업의 여왕격으로 취급돼 온 은행과 다른 금융업종과의 협력을 강조한 모델은 다른 곳에서도 발견된다.

은행과 대부업의 사업제휴 관계를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언급되는, 미즈호와 오리코의 업무제휴 케이스다. 은행과 대부업체가 영업망, 상품개발 및 판매에 대출심사 및 채권관리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공동업무가 진행한 경우다. 당시 미즈호은행은 오리코의 대출심사 노하우를 살려 무담보 개인대출인 ‘미즈호-오리코 론 카드’ 등의 신상품을 공동 개발도 추진했다.

일본식 메가뱅크 추진 국면에서 미즈호금융그룹의 맞수로 꼽혀온 스미모토미츠이금융 역시 카드 등에서 유연하고도 유기적인 협력망을 구축하고 있다. 카드업에서는 특히 통신사인 NTT도코모와의 협력을 둘러싸고 미즈호측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뉴스를 만들어 내고 있다.

스미토모미츠이의 카드업, ‘컨버전스’란 이런 것?

2005년 NTT도코모는 약 1000억엔의 비용을 투입해 스미토모의 지주회사인 스미토모미츠이파이낸셜그룹(SMFG)으로부터 지분을 인수할 것이라는 설이 나돌았다.

당시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의 이 지분의 인수 추진 전언에서 주목할 점은, 하나SK카드 모델에서 추구되는 통신과 금융의 컨버전스가 구체성을 어느 정도까지 띠어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양사는 당시 제휴를 통해 스마트카드 기능을 탑재한 휴대전화를 이용한 신용카드 지불결재 서비스를 공동으로 제공할 계획을 세웠다. 이는 사용자들이 상점에서 물품을 구매한 뒤 스마트카드 기능이 탑재된 휴대전화를 리더기에 대면, 신용카드를 대신해 그 비용을 결재할 수 있는 서비스다.

카드 리더기는 이르면 올해 안에 289만 곳의 스미토모미츠이카드 가맹점들 외에도, 비가맹점에도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설명했다. 현재 하나SK카드가 일명 ‘모바일 카드’에서의 강점이 있다고 자랑하면서도 더 빠른 시장 확장을 하지 못하는 것이 통신과 금융사간 시장 확장을 위한 저변 인프라 확장 추구면에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은 것을 보면, 일본식 카드영업을 둘러싼 합종연횡, 컨버전스가 우리측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이후 실제로 NTT도코모는 스미모토미츠이카드와 로손, 패밀리마트에 출자를 해 사실상 자회사의 연결재무제표에 이익을 반영하고 있으며 부가가치사업자(VAN)사와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는 등 빠르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하나SK카드가 지난 연말부터 스미토모미츠이카드, 일본 금융서비스 콘텐츠 개발사인 아시아패스(AsiaPass)와 손잡고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 관광객 대상의 ‘한국전용 선불카드 발급 제휴’에 나서고 있는데, 교류를 하는 와중에 이런 기본 마인드도 벤치마킹하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결국 현재 김 회장이 내놓은 카드통합론은 여러 문제를 낳을 수 있는데, 영업양도라는 해석으로 이어질 경우의 문제(이 경우 주주들이 반대매수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논리가 나올 수 있다) 등은 오히려 지엽말단적이라는 분석이다. 오히려, 이런 법리적 문제, 자금의 문제 등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결국 진정한 카드통합을 위해서 또 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각 영역이 모두 유기적으로 통합, 화합해서 움직이는 정도의 기반이 받쳐줘야 하며 그런 점에서 조심스럽게 접근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카드통합론은 하나SK카드의 또 하나의 이해당사자인 통신 측과의 정확하고 공식적인 시그널 교환과 전폭적 지원 등이 보장되는 가운데서 돌다리도 두드려 건너는 추진 단계를 밟아야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와 외환간 카드통합론이 하나금융의 외환 인수 후 시대를 훗날 규정짓는 데 있어 균열의 첫 전조로 기록될지 시너지 효과의 첫 수확으로 기억될지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