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백제의 역사가 고스란히 묻어있는 도시, 충남 공주시. 공주를 가로지른 비단결 금강이 장관이다. 백제의 도시라 불리던 전통도시 공주가 세종시의 발달과 더불어 종합멀티도시로 거듭나고 있지만, 공주가 머금고 있는 보물 같은 ‘역사’는 그 모습 그대로 더욱 풍성해졌다. ‘예전의 공주가 아니다’는 표현도 맞고, ‘역사 그대로 더욱 깊은 맛을 내는 공주’라는 찬사도 틀리지 않다.
멀게만 느껴졌던 공주는 서울에서 2시간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 단거리였다. 공주에선 이곳을 ‘주말도시’라 부른다. 주중 5일은 도시에서, 주말은 공주에서 휴양지와 다양한 체험놀이를 할 수 있다는 뜻에서 그렇다.
공주는 475년에서 538년까지 총 63년간 백제의 수도였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찬란한 문화유산만큼은 긴 시간 유유히 공주에 머물고 있다. 공주하면, 먼저 곰의 전설이 떠오른다. 옛날 옛적 곰의 사랑과 슬픔이 공주의 땅에 고스란히 묻혀있다는 이야기. ‘웅진’과 ‘공주’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공주는 곰의 전설과 친밀하다.
공주에 들어서려면 다리 하나를 지나야 하는데, 바로 금강이다. 잔잔하게 흔들리는 물결은 갖은 잡념을 가라앉힐 정도로 수려하고 평온하다.
◆불교와의 깊은 만남 ‘템플스테이’
공주는 관광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만큼 템플스테이를 할 수 있는 것이 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세 곳을 방문했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전통불교문화원. 교육연수시설로 30여 개의 크고 작은 강의실과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는 이곳은 외국인·내국인 모두 만족할만한 화합의 장소이자 휴식공간이다. 현대적인 도시디자인에 전통의 향기가 곳곳에 스미어 있으며 태화산의 아름다운 경치가 일품이다.
전통불교문화원을 내려오면 백범 김구 선생의 솔숲길이 이어진다. 이 길을 걷다보면 묘한 매력에 빠진다. 볕의 따스한 기운 속에서 마냥 여유를 부리고 싶다.
솔숲길 따라 가다보면 계룡산 기슭 깊숙이 숨어있던 마곡사가 눈앞에 드러난다. 마곡사 입구인 해탈문을 지나면 마음이 숙연해진다. 이 문의 이름이 ‘속세를 벗어나 법계로 들어선다’는 뜻을 지닌 탓인지 왠지 색다른 기분이다.
계룡산 산기슭에 위치한 마곡사는 천년을 지켜온 고찰로 공주의 대표적 관광지로 꼽힌다. |
따스한 햇살을 비추며 모습을 드러낸 마곡사는 들어서는 발걸음이 무거워질 정도로 문화재와 보물들이 많이 보존돼 있다. ‘큰 힘으로 도력과 법력으로 세상을 밝히는 영웅을 모신다’는 의미의 대웅전은 보물 제801호로 지정돼 있다. 웅장한 대웅전 앞에는 마곡사의 중심인 보물 제799호 오층석탑이 서 있다. 이 금탑을 중심으로 김구 선생이 머문 백범당과 사찰들이 둘러싸고 있다. 또 다른 템플스테이 장소는 우리나라에서 빠질 수 없는 한옥이다. 공주에도 한옥마을이 존재한다. 마을에 들어서면 한옥들이 늘어서 있는데, 그 특유의 평온함이 온몸을 감싸는 듯하다.
대웅전은 보물 제801호로 영웅을 모신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
보물 제801호 대웅전과 보물 제799호 오층석탑의 모습. |
◆백제의 역사, 생명의 역사
이튿날 아침, 공주 역사의 기운을 고스란히 머금은 국립공주박물관을 방문했다. 국립공주박물관은 공주의 대표 문화재인 무령왕릉에서 발견된 108종의 유물을 눈으로 감상할 수 있다. 현재 이는 시대를 대표하는 본보기가 되고 있으며 화려하고 찬란했던 보물의 신비함을 고스란히 박물관 안에 담아냈다.
이밖에도 고대 문화실에는 사비시대 중심지였던 웅진이 통일신라시대로 이어지는 역사와 문화를 표현하고 있다. 그 당시 소장품들의 무늬로 백제시대의 역사적 흐름과 변화양상을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국립공주박물관 바로 옆에는 우리가락을 신나게 배울 수 있는 공주연정국악원이 위치해 있다. 거문고, 가야금, 해금, 대금, 단소, 피리, 풍물놀이까지 각자의 소리를 가졌지만 악기들 하나하나의 음색이 어울리며 엮어내는 우리 가락에 절로 흥이 난다. 연정국악원에는 다양한 공연을 제공되고 있는데, 직접 전통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기왕 이까지 왔다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 있다. 바로 계룡산이다. 계룡산 국립공원 자락에 위치한 계룡산자연사박물관은 아이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좋아할만한 자연사, 민속, 고고학 자료 등을 풍성하게 보존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인 계룡산 자연사박물관은 우주의 탄생부터 현재까지 역동적인 전시물로 아이들에게 탐구심을 전달하고 있다. |
입구에 들어서면 거대한 청운 사우르스가 수문장마냥 전시관 앞을 버티고 있다. 1층 전시관엔 실제 공룡화석이 전시돼 있는데, ‘아이들은 왜 이렇게 공룡을 좋아하는지’ 새삼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계단을 통해 2층 전시관에 닿으면, 지구 생물체란 생물체는 모두 모아 놓은 듯한 세계가 펼쳐진다. 수 만 가지 색이 비춰내는 오묘한 분위기가 신비로움을 더한다.
계룡산 자연사박물관 내부에 전시된 '청운이 공룡모형'. |
이 박물관에는 더 놀라운 전시물도 있다. 2004년 대전에서 발굴된 한국 최고의 남성 미라인 ‘학봉장군 미라’가 그것이다. 약 600년 전 조선시대에 생존했던 남성 미이라인데, 그 당시 그 모습 그대로를 연출했다고 한다. 눈을 뗄 수 없는 신비로움에, 한참을 그곳에 머물렀다.
◆‘흙의 신비 체험’ 추억을 빗는 도자기 만들기
출출하다 싶던 차에 공주치즈스쿨에 당도하니 기쁨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미 방송에서 본 기억이 있어 낯설지 않은 이곳은 체험학습장으로도 유명하다.
직접 치즈를 만들면서 또 먹고, 직접 만든 치즈로 피자와 스파게티까지 만들어 또 맛보고…. 그야말로 오감이 행복하다. 송아지에게 우유 먹이는 체험은 애들이 특히 좋아하는데,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보는 이들도 덩달아 웃게 하는 흥겨운 야단법석이다.
마지막 코스였던 계룡산 도예촌은 여행의 깔끔한 마무리를 장식했다. 도예촌은 30·40대 도예인들이 뜻을 모아 형성한 공동체마을이다. 마을 곳곳에 도자기들이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특유의 색깔을 뽐낸다.
30·40대 도예인들이 계룡산 도예촌을 형성해 특유의 오묘한 색깔을 뽐내는 도자기들을 만들고 있다. |
초록색으로 뒤덮인 도방들 중에 유독 눈길을 사로잡는 한 도방이 있다. 희한하게도 하늘을 향하고 있는 자전거 한 대가 도방 지붕에 붙어있다. 이 특이한 장식은 재미있는 사연을 갖고 있다. 도방 주인장의 아들이 영국 땅에 있는데 보고 싶은 마음에 영국으로 달려간다는 부모의 심정을 담아 지붕에 붙여놓았다 한다. 이 도예촌의 명물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곳 도예촌에선 도자기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오랜만에 흙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은 어릴 적 추억에 젖게 한다. 흙 만질 때의 그 느낌만으로 편안함이 밀려들어온다. 우리가 ‘돌아가야 할 고향’이기 때문일까. 직접 빗은 완성품은 나중에 집으로 택배 배송까지 할 수 있어 추억의 선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