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정치. 막스 베버는 정치를 “국가의 운영 또는 이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이라고 정의했다. 그렇다. 정치는 ‘국가운영’이지. 난 보통 내 또래보다 정치와 꽤 밀접한 편이다. 청년 창업을 하며 ‘사회적 기업가 육성과정’에 선정되어 정부와 재단 지원을 받고 시장, 국회의원 등의 정치인들을 만나 법률논의를 해보기도 했다.
이렇게 근접한 시야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을 대하면 국가운영에 굉장히 신경 쓰는 사람들인데, 대한민국 정치판을 큰 그림으로 놓고 보면 이 그림은 국가운영을 위한 그림이 아니다.
정부란 국가중심의 지원으로 긍정적인 사회적 영리활동을 펼치는 ‘사회적 기업’과 그 모습이 가장 닮아야 하는 것 아닐까? 하지만 현 정치의 모습은 전혀 다른 기업이다. ‘엔터테인먼트 회사’다.
사회는 하나의 에코시스템(Eco System)이다. 정부기관과 언론기관, 기업 등이 서로 맞물려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어낸다. 누구 하나 국가에 대한 책임감이 덜 중요한 사람은 없지만 ‘그래도’ 정치인은 말 그대로 ‘바르게 다스리는 사람’ 아닌가.
요즘 보면 ‘바르게 다스리는’ 사람이 있긴 한가 싶다. 뉴스를 보면 보이는 글귀는 오로지 ‘승소’, ‘고소’, ‘퇴출’ 등의 격하거나 부정적인 언어뿐이다. 국가를 위한 긍정적인 지원이나 성과가 있었다는 뉴스를 거의 본 적이 없다. 있는 듯 없는 듯 묵묵히 뒤에서 든든하게 국민을 지키며 평안한 삶을 가져다주는 게 ‘바른 정치’라 생각하는데 어째 요즘 정치는 WWE라는 프로레슬링을 떠올리게 한다. 선동하여 흥분과 광기를 야기한다.
WWE는 ‘헐크 호건’, ‘더 락’ 등의 걸출한 스타를 배출해 낸 미국 최대 규모의 프로레슬링 회사인데, 그 약자를 풀면 World Wrestling Entertainment(세계 레슬링 엔터테인먼트)로 명백한 엔터테인먼트 회사이다.
이는 그들의 경기가 작가, 감독, 선수(배우)들로 이루어져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냄을 뜻한다. 현 정부는 사회적 기업보단 이 회사를 더 닮아 있다. 타이틀을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작가에 의해 선역과 악역이 정해진다. 사람들은 이에 따라 환호하고 흥분하고 야유한다. 정해진 각본을 즐기는 것이다. 언론은 이 작가가 되고 관중은 국민이 된다. 선수는 정치인들이 아닐까.
언론은 사실중심의 보도보다는 더 많은 자극에 신경을 쓴다. 또 권력기관과 그들만의 관계를 가져 ‘편들기’로 힘을 보태준다. 물론 모든 정치인들이, 모든 언론인들이 이렇지만은 않으리라. 하지만 강한 조미료로만 간을 친 자극적인 음식인 현재의 정치는 삼키기엔 영 입맛이 당기지 않는다.
‘장점 하나’, ‘단점 하나’ 식의 조화로운 양념으로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온다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텐데…. 좀 더 발전적인 방향을 위해 나아갈 수 있을텐데…. 이러다 입맛을 잃은 국민들이 너도나도 현 세태를 비관하며 무관심해지진 않을지 걱정이다.
진정한 애국은 정치인들이 아니라 오히려 ‘진짜 엔터테이너’들이 하고 있다. 소녀시대, 카라 등의 아이돌 가수들이 해외에서 한류 붐을 일으키며 한국의 이미지를 높이고 외화를 번다. 엔터테이너들은 ‘한국가수’라는 타이틀을 걸고 해외에 나가 고생하고 있는데, 정치인들과 언론기구는 오히려 엔터테이너를 표방하며 자신들의 권력과 손익을 따지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닌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정치의 ‘엔터테인먼트화’는 시대의 흐름이라고 보기엔 너무 그 정도가 심하다. 역할극을 벗어나 본 직업인 정치가로서 국민을 위한 역량을 펼칠 그들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홍일택 / 고려대 미디어문예창작학과 재학중 / 20's Networks 대표 / 서울시 청년 CEO 클럽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