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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칼럼] ‘팻피치(Fat pitch)’의 여유를 가져라

기관투자자와 달리 개인투자자 ‘투자하지 않을 자유’ 있어

김헌률 HMC투자증권 분당지점장 기자  2012.03.02 17:2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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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주식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순간순간 요동치는 주가의 움직임은 대단한 스트레스이자 희열이다. 주식시장을 흔히 ‘머니게임’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주가 등락에 따라 소중한 자산이 들고나는 모습을 보는 순간, 단순히 희열과 스트레스가 교차하는 게임의 수준을 넘어 흡사 전쟁터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전쟁터에 임하는 병사의 최고 덕목은 무엇인가? 그것은 당연히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밤잠을 잊고 정보를 모으고 분석하고 공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근본적이고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그것은 바로 공부를 통해 개별 종목의 주가 움직임을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공부로 주가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만유인력과 세 가지 운동법칙을 발견하고 인류역사상 두 번째로 큰 영향을 끼친 아이작 뉴턴이라는 천재가 주식에 투자해 막심한 손실을 볼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주가 예측에 직접적인 도움도 안 되는 공부를 하는 것일까? 그것은 주가지수의 단기적인 움직임을 예측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주식시장을 포괄하는 경제 전반에 걸친 지식을 습득하기 위함이다.

주가지수는 결국 경제의 바로미터이며 선행지수다. 주가지수가 경기선행지수와 거의 흡사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주식투자자들의 공부도 이 방향에 맞춰져야 한다. 기술적인 분석은 그저 몇 가지 주요한 사항만 익히면 족하다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도 일맥상통한다. 주식에 투자하려면 쉬지 않고 공부해야 한다.
 
또 하나 주식시장에 발을 내딛는 순간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욕심은 성급함을 부르고 성급함은 섣부른 결정을 부르며 이것은 후회스러운 패착과 아찔한 손실로 이어진다.

기관투자자와 달리 개인투자자는 투자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 기관투자자들은 고객들의 환매요구나 포트폴리오 혹은 포지션 변경 등에 따라 반드시 매매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은 매매하지 않을 자유가 있으며 이것이 바로 개인투자자들이 가진 최대의 이점이다.

노동에 관한 최초의 과학적 관리법이라 불리우는 ‘테일러시스템’과 이를 자동차 조립현장에 적용한 ‘포디즘’ 이후 현대인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상태를 잘 견디지 못하게 되었다. 산업사회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을 죄악시하는 분위기였고 일 벌레, 워크 홀릭이라는 단어의 출현은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후기산업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 역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면 불안해지고, 심각한 경우 공황에 이르기도 한다. 최근 슬로우 푸드, 올레길 열풍에서 보듯 이에 대한 반동 역시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투자의 귀재로 일컬어지는 워렌 버핏은 “팻 피치(fat pitch)를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팻 피치란 타자가 치기 좋도록 느린 속도로 가운데 방향으로 날아오는 공을 뜻한다. 주식에서는 어느 종목이 저평가 국면으로 진입하는 것을 말한다.

개인투자자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향유하면서 바로 이 ‘팻 피치’를 기다리는 것도 중요한 투자전략이다. 때때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여유는 비단 주식투자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HMC투자증권 김헌률 분당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