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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반전·베일로 가리기…‘동영상은 꼼수다’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3.02 16:2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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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네티즌들의 자기표현 욕구가 강해지고, 웹 관련 기술이 널리 알려지면서 각종 게시물을 자기만의 온라인 공간에 올리거나 소셜 네트워크로 나누는 경우가 늘고 있다.

블로그(미니홈피를 포함)나 카페, 트위터 등을 사용하는 인구와 게시물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자기만의 콘텐츠를 생산하기 보다는 기사나 뉴스메이커 등 다른 이들의 의견, 이슈가 될 만한 루머를 리트윗(RT)하는 데 아직 머물고 있는 경우가 많다(싸이월드의 ‘퍼가요’ 기능을 생각해 보라). 유명 연예인의 팬덤 역시 직접 찍거나 녹화하는 경우나 글에 초점을 두기 보다는, 단순히 어디선가 사진이나 동영상을 따다 저장하는 등에 머무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동영상이 최근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동영상(특히 음악 관련)의 복제 활용 내지 이를 녹화해 사용하는 일은 방송사의 권리를 침해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저작물의 경우, 원저작물의 실시권은 물론 이를 기반으로 2차 저작물을 창조하는 경우 등에도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하게 돼 있기 때문에 영상에서 한 장면을 사진으로 캡쳐 하거나, 일명 ‘움짤’로 재미있는 부분만 짧은 영상물로 만드는 경우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근래까지는 이런 법리적 해석이 가능함에도, 대부분의 방송사에서 큰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아 온 게 사실이다. 또 연예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특히 언론이나 팬덤에 어떻게든 노출이 되면 좋다는 ‘나이브’한 인식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팬들이 복제를 해 나르거나 언론사에서 사진 갈무리를 해 사진기사로 만드는 등에 권리 행사를 포기하는 것이 일종의 관행이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런 관행에 금이 가는 것으로 보인다. 방송사들이 다시 보기 등으로 이 영역이 돈이 된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면서, 이 문제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음악 쪽이나 텍스트 게시물에 대해서는 이미 일부 법무법인들이 저작권법 사냥꾼으로 전문적으로 나서서 불법 사용 블로거들을 놀라게 한 적이 있는데, 방송 동영상이나 여기서 파생된 2차 저작물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공격을 하는 대신 삭제 유도 쪽으로 처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이런 새로운 상황에 네티즌들이 인식을 하고 있고, 각종 포털이나 전문 사이트의 관리자들도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저작권이 존중되는 풍토로 개선되기 보다는, 편법(꼼수)이 조장되는 쪽으로 문화 기반이 변질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대목이다.

최근 각 포털사이트와 블로그 전문 서비스 사이트, 게시판 운영 유명 홈페이지 등을 둘러본 바에 따르면, 단속(자정) 노력이 무색하게 단순한 방식으로 이를 눈 가리고 아웅 하거나, 이를 지양토록 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방조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경우는 방송사 로고 등 이른바 원저작물 표시(출처)를 명확히 밝힌 경우 내지 이를 앞뒤 사정상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특정한 영상의 특성이 명확히 드러나는 경우를 블라인드 게시물로 처리하는 문제다.

그런데, 여기에는 맹점이 있다. 게시물이 워낙 많기는 하지만, 물리적 한계를 이유로 사람이 공들여 잡는 게 아니라 검색 로봇이 돌아다니며 단속을 하는 것이라는 소리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방송사 등 유명 기업 로고만 피하면 사용이 가능하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 자료에 보면, 하나는 해당 언론사(유력 일간지)의 로고가 들어가 있지만 이를 인지하기 어렵게(이 경우 속칭 로봇을 이용한 자동 필터링 ‘봇 단속’으로는 걸러내기가 곤란함) ‘화면 반전(미러 이미지처럼 좌우를 뒤집음)’을 시킨 경우다.

그 다음 사진은 어느 게시물에 방송사 시사 프로그램 장면을 삽입했던 케이스인데, 방송사 로고 부분을 베일에 가려진 듯 흐릿하게 처리한 동시에 다른 쪽 상단에 있는 상자도 용의주도하게 흐리게 처리한 것을 볼 수 있다(흰색으로 가려진 부분은, 발언한 일반시민의 얼굴과 이름은 전혀 보호 없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어 기자가 처리한 것).

   
 
이는 각종 캠페인의 진행에 따라서 어느 방송사에서 방영된 프로그램인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게 로고를 가려달라는 집행 방식은 유력 사이트에서도 실시하고 있는 정책인데, 엉성하게 집행을 하다 보니 오히려 로고만 가리면 되느냐는 비판과 비아냥이 비등하는 역효과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저작권법의 엄중함에 대해 피부로 느끼기 보다는, 꼼수가 통하는 온라인 세상이라는 인식이 자라는 게 우리의 네티즌들이 경험하고 있는 현실이 아닌가 한다. ‘봇’만 돌릴 게 아니라 사람의 손길로 꼼꼼하게 잡아내지 않고서는 대중의 관련 마인드가 퇴조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인식이 왜곡되면 관련 시장이 축소되고 권리 보호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에도 상당한 노력과 비용이 소모된다는 점은 불법 음원 시장의 사례에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아울러, 네이버나 싸이월드에서 삽입용으로 음악을 다양하고 싸게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것처럼, 영상에서 사진이나 일부 프레임을 잘라낸 부분들을 합법적으로 구매, 활용할 수 있는 새 시장을 여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