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번 새 맛집, 신 메뉴 코너에서 ‘잔치국수’ 유래를 알아봤는데요. 많은 분들이 ‘국수에 그런 사연이 담겨있는 줄 몰랐다’며 흥미로운 반응을 보여주셨습니다.
이를 보며 ‘우리에게 친숙하지만 숨은 이야기를 지닌 음식들이 더 있을 텐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좀 더 찾아봤지요. 이번에는 두 가지 음식의 유래를 소개할까 합니다. 나름의 사연을 간직한 음식 ‘부산밀면’과 ‘모리오카 냉면’입니다.
우선 ‘부산밀면’에 대해 알아볼까요?
밀면이 유명한 지역은 여러 곳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부산밀면’이라 이름 붙여진 이유는 부산에서 처음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부산은 한국전쟁(6∙25전쟁) 당시 폭격이나 전투가 벌어지지 않은 지역 중 하나인데요, 때문에 몰려온 피난민들을 감싸 안은 곳이기도 하죠.
냉면, 밀면과 닮은 ‘모리오카 냉면’. |
밀면과 냉면의 차이점에 대해 여러 사람들이 면의 굵기에 차이가 있다고 답하는데요. 혹은 밀면은 손으로 밀어서 뽑아 밀면이고 냉면은 기계로 뽑는다고 답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정답은 무엇일까요? 바로 ‘면(麵)’, 좀 더 구체적으로 ‘면 재료’의 차이입니다. 함흥냉면의 면은 감자전분이나 고구마전분에 메밀을 섞어 뽑아내지만 밀면 면은 고구마전분에 밀가루를 섞어 뽑아내는 점이 다릅니다.
그렇다면 이처럼 밀면과 냉면을 구분 짓는 밀가루는 한국전쟁 당시 어디서 났을까요. 이 역시 당시 시대상황과 관련이 있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미국은 구호물자인 밀가루를 보내왔는데요, 이 밀가루는 부산을 통해 들어왔습니다. 이때 부산으로 피난 온 함경도 주민들이 함흥냉면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 밀가루를 고구마전분 등에 섞어 사용하면서 밀면이 탄생하게 된 것이죠.
밀면과 냉면의 차이, 이제 아셨나요? ‘부산밀면’에는 한국전쟁 당시 시대상황과 피난민들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있다는 사실도 함께 기억해주시면 좋을 것 갔습니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담긴 음식은 ‘부산밀면’만이 아닐 텐데요. 이러한 향수를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부산밀면’과 유사한 음식이 있습니다. 바로 ‘모리오카 냉면’입니다.
‘모리오카 냉면’ 역시 냉면에 대한 그리움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냉면을 전승한 음식이라 할 수 있는데요. 때문에 냉면과 냉면을 전승한 ‘부산밀면’과 많이 닮아있습니다.
‘부산밀면’은 한국전쟁 당시 부산으로 피난 온 주민들이 만들었다면 ‘모리오카 냉면’은 일제 강점기 일본으로 징용된 조선인들이 모리오카에서 모여 살며 고향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으로 만든 것입니다.
고구마(혹은 감자) 전분에 메밀을 섞어 만드는 냉면, 고구마 전분에 밀가루를 섞어 만드는 ‘부산밀면’과 달리 ‘모리오카 냉면’은 전분과 밀가루로 면을 만들고 깍두기를 고명으로 올리는 것이 다른 점인데요. 이렇게 만들어진 ‘모리오카 냉면’은 함흥냉면(비빔냉면)과 평양냉면(물냉면)을 섞어 놓은 듯한 맛이 특징이라네요.
‘모리오카 냉면’은 냉면을 전승했지만 함흥냉면도 아니고 평양물냉면도 아닌데요. 때문에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인이 아니고 일본에 살지만 일본인이 아닌 또 하나의 새로운 구성원을 이루고 사는 재일동포들은 ‘모리오카 냉면’이 바로 자기 자신들과 같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