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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오너’ 박삼구의 승부수 “도 아니면 모”

유상증자 참여로 명분·실리 두 마리 토끼 잡으며 실질 등극

박지영 기자 기자  2012.03.02 08:3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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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 그가 다시 돌아왔다. 인수합병(M&A)에 대한 욕심을 좀 버렸다면, 아니 ‘최대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만이라도 잇따라 낚지 않았더라면, 박 회장은 지금까지 잘 나가는 재벌2세로 떵떵거렸을 터다.

그러나 지난 2006년 대우건설 인수에 이어 2008년 대한통운까지 품에 안으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한진‧두산‧한화 등을 제치고 단숨에 재계서열 8위까지 올라가나 싶더니 바닷가 모래성처럼 한순간에 무너졌다. 

결국 2009년 말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야 했고,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석유화학도 ‘자율협약’이란 이름 아래 채권단 눈치를 보게 됐다. 여기에 동생 금호석유화학 박찬구 회장과의 갈등도 그의 ‘내리막 길’에 속도를 더했다. 2009년 두 형제는 경영권 다툼에 경영악화까지 겹치면서 책임을 지고 동반 사퇴했다.  

   
전재산 걸고 승부수 띄운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
그런 그가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 자진사퇴 2년5개월 만에 ‘실질적 오너’로 돌아왔다. 사실 박 회장은 2010년 11월 채권단의 배려로 사퇴 15개월 만에 그룹 회장으로 복귀했었다. 하지만 그룹의 ‘실질 오너’는 아니었다. 그룹을 위기에 빠뜨린 책임을 지고 지분을 100분의 1 비율로 대주주 감자를 단행, 그룹 내 영향력이 제한돼 있었던 까닭이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박 회장이 금호산업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결정되면서 ‘오너 복귀론’이 사실상 확정됐다. 금호산업 채권단은 지난 2월22일 박 회장의 유상증자 참여 등을 골자로 한 금호산업 지원계획에 대해 최종 승인했다.

이에 따라 금호산업은 △2월 1200억원 긴급 자금지원 △3월 2700억원 채권단 출자전환 △4월 3000억원 유상증자 등 재무구조 개선 절차를 밟게 됐다.

이에 앞서 박 회장은 지난해 11월 말 아들 금호타이어 박세창 부사장과 함께 금호석유화학 보유 지분 10.45% 전량을 매각해 3500억원(세전 4059억원)의 재원을 마련했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유상증자에 각각 2200억원 11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특히 박 회장은 이번 유상증자 참여로 ‘명분’과 ‘실리’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게 됐다. 사재를 털어 자본잠식 상태인 금호산업을 살렸다는 명분과 자연스런 계열분리로 동생과 화해하는 모습도 비출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잃은 것도 많다. 우선 박 회장은 2200억원을 투입하고도 고작 금호산업 지분 14.15%만을 취득하게 된다. 증자 되는 금호산업 주식이 주주들에겐 주당 7600원에 배정되지만, ‘배임’ 문제에 따라 박 회장에겐 이보다 20% 비싼 9120원에 팔리는 탓이다.

이에 따라 박 회장은 보도된 바와 달리 아들 지분을 빼면 개인 최대주주 지위도 회복하지 못하게 된다. 게다가 바로 균등감자가 예정돼 있어 최소한 500억원을 앉은 자리서 ‘까먹게’ 생겼다.

때문에 재계는 박 회장이 이번 증자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상증자로 채권단 지분이 90%에서 70%대선으로 뚝 떨어지긴 했지만, 14%에 불과한 지분 갖고는 ‘오너’ 지위를 누리기 힘든 탓이다.

또한 금호산업 지분을 취득하더라도 해당 지분 전량이 곧장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될 예정이다. 채권단은 해당 담보를 근거로 금호산업에 신규 운영자금 1200억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따라서 금호산업 실적이 개선되지 않으면 박 회장 지분도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

박 회장의 ‘승부사 기질’이 엿보이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자신의 전 재산을 걸고 경영 정상화에 도전한 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넘어야 할 고비는 많다. 우선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2009년 채권단과 맺은 협약에 따라 워크아웃 기간은 기본 3년에 2년을 더 연장할 수 있다. 일정대로라면 두 회사는 2012년에 졸업이 가능하며, 상황에 따라 2014년까지 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