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전남도교육청이 거점고등학교 육성계획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거점고 육성은 학생수 급감과 소규모 학교가 많은 농어촌 교육의 현실을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교과부 역시 농어촌 교육을 살리기 위해 부단한 고민을 해 왔고, 거점고 육성 사업은 오래전부터 교과부가 추진하려 했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부딪쳐 진일보 하지 못했다. 거점고 육성 사업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지 점검했다.
지난 2월9일 전남 보성군에서 열린 거점고 육성 공청회 장면.
◆ 전남 거점고 육성 왜.어떻게 추진돼나?
전남도교육청 산하 초중고 학생수가 2년연속 1만여명 이상 감소했다. 2012학년도 전남도교육청 산하 초.중.고등학교(특수학교 포함) 예상 학급 및 학생수는 총 837개교 25만100여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학교수는 1개, 학생수는 무려 1만500여명(4%)이나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전남은 학생수 감소에 따른 학교 소규모화로 농어촌지역 6학급이하 고등학교가 32.7%를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전남에선 농어촌 교육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 왔으나, 학부모가 교육문제로 전남을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돼 왔다. 이는 비단 전남뿐 아니라 농어촌이 많은 타 도교육청도 일관된 고민거리다.
따라서 도교육청은 선택과 집중으로 적정규모의 거점고등학교를 육성, 교육 경쟁력을 확보해 ‘떠나는 전남에서 들어오는 전남’으로 만들 계획이다.
도교육청이 밝힌 '거점형 고교 육성안'에 따르면 목포, 순천, 광양 지역의 고등학교를 제외한 19개 시군 공립 일반계고 39개교 가운데 18개교가 거점형 고교로 지정한다. 또 특성화 고교 41개교 가운데 19개교를 거점고로 지정,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 거점고 육성 추진경과...3월말 확정 2014년까지 3년간 추진
도교육청은 지난 2월 교직원 및 학부모.지역민들에게 거점고 육성의 필요성과 취지 등을 설명하고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14개 시군을 대상으로 무안과 보성, 영암에서 거점고 육성방안에 대한 공청회(1천여명 참석)를 가졌다.
도교육청은 공청회를 통해 나타난 교육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해 올 3월말경 거점고를 최종 확정하고, 올해부터 2014년까지 3년동안 거점고 육성을 추진할 계획이다.
거점고로 지정된 학교는 탄력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한 학년당 6학급씩 18학급(6*3학년)이상 규모로, 자율형 학교와 선진형 교과교실제 운영, 맞춤형 진로진학지도 및 컨설팅 지원 등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토록 할 방침이다.
특히 학교장과 행정실장 공모, 교사 초빙제, 교과 교사 확보, 교원 장기근무제도 마련 등 혁신적인 인력운영을 통해 학생지도에 만전을 기한다는 계획이다.
김원경 거점고등학교 육성 추진단장은 “거점고 육성정책의 핵심은 품격 높은 학생교육으로 양질의 교육시스템을 갖추어 미래 인재를 키우자는 데 있다”면서 “이제는 선택 사항이 아닌 필수 불가결한 문제로 다양한 형태의 지역 공론화 과정을 통해 공감과 합의 도출의 바탕위에서 추진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 사립고등학교 거점고 육성서 제외
거점고 육성사업에서 사립학교는 제외됐다. 지난달 28일 장만채 교육감은 ‘학교법인 협의회 전남도회 회장단’(회장 권재홍)과의 간담회에서 "현행 법령상 사립학교의 폐교 여부는 법인 이사회에서 결정할 사항으로 도교육청에서 통폐합 계획은 없으며,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존재하는 한 사립학교도 공립학교와 동일하게 함께 육성할 계획이다"고 밝힌바 있다.
도교육청은 사립학교를 거점고 육성에서 제외하는 대신 교과부에 '소규모 사립학교 정리 및 육성 근거'를 마련해 달라고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남교육청은 향후 이같은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전남도내 35개 사립고교 중 23개교를 거점고로 지정하고, 12개교에 대해서는 통폐합을 유도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교과부가 사립학교에 대한 재산권행사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 장만채 교육감.도교육청 개혁의지 확고
교장단 회의에서 거점고 육성 당위성을 피력하고 있는 장만채 전남도교육감.
전남도교육청의 역대 교육감들은 거점고 육성에 대해 부단히 고민해 왔지만, 번번히 현실에 가로막혀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2005년 곡성 적적규모화사업은 전남의 교육현실을 타개해 보려는 시도였다.
이 모델이 전남 전체로 확산될 경우 재원마련은 둘째 치고, 엄청난 과원교사 문제를 해소하지 못해 사업을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장만채 전남도교육감은 거점고 육성을 시대적 사명으로 여기고 있으며, 교과부와도 사업추진에 상당한 협조를 이글어 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측근 참모들과 대화에서 "이번 거점고를 완성하지 않으면, 역사적 죄인이 될 것"이란 말로 의지를 피력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달 공청회에서“수준별 수업이 없으면 도시 학생들의 성적을 따라갈 수가 없는 상황이 도래했다"면서 "거점고 추진과정에서 지역주민과의 합의가 어렵고 불화가 발생해 그대로 방치하면 그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 명약관화한 일 아니냐"고 주장했다.
장 교육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주민들이 굳이 반대한다면 분란을 일으키진 않겠지만, 그것은 학생들을 위한 대안제시가 아니라 방치다"고 강조했다.
한택희 도교육청 행정지원국장은 “농어촌이 많은 도단위 교육청에 대한 거점고 육성은 교과부에서 오래전부터 고민해오던 과제였다”면서 “전남도교육청의 거점고 육성 모델이 전국적인 사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교과부가 행.재정적 지원을 약속했고, 과원교사에 대해서도 일정기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전직에 대해서도 탄력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전남 교육시스템을 바꿀 절호의 기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