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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업계 ‘농협보험 출범’ 위기 아닌 기회로 삼는다

대형사 ‘방카영업’으로 반격 노려…중소사 ‘설계사 떠날라’ 전전긍긍

이지숙 기자 기자  2012.03.01 09:2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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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거대공룡’ 농협보험의 등장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2일 농협금융지주가 출범하며 대형보험사 NH생명보험, NH손해보험이 생·손보 시장에 진입할 예정이다. 지주사 산하의 별도 자회사로 분리되는 NH생명보험과 NH손해보험은 막강한 농협의 영업망을 등에 업고 그동안 판매가 여의치 않았던 다양한 보험상품을 개발해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농촌 등 중소도시에서 농협이 ‘절대강자’였던 만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농협보험의 시장진출에 따라 보험업계가 이들의 행보에 집중하고 있다. 막대한 자본력으로 무장하고 업계에 등장하는 농협보험으로 인해 시장점유율과 각 사 위치에 변화가 있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생보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지난해 농협공제 수입보험료 중 생명보험의 수입이 8조9867억원으로 삼성생명(21조6000억원)·대한생명(11조1000억원)·교보생명(10조8000억원)에 이어 생보업계 4위에 오르기 때문이다. 손해보험의 경우 수입보험료 기준 업계 9~10위권에 오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생보사들은 위기를 기회 삼아 농협을 통한 방카슈랑스(금융기관 창구를 통한 보험판매) 영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각사는 농협 방카사업팀을 별도로 구성하고 교육팀을 배치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아직 풀지 못한 숙제도 남아있다. 농협보험 출범으로 설계사 수요가 증가하자 유능한 설계사를 모셔가려는 각사의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 특히 인수합병 등을 앞둔 보험사의 경우 무더기 이탈이 우려되고 있다.

‘위기는 곧 기회?’ 방카슈랑스 공격영업

생명보험업계는 농협금융지주 출범에 대해 ‘위기이자 기회’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농협창구에서는 100% 농협공제만을 판매해왔지만 농협은행 출범에 따라 중앙회의 경우 방카슈랑스 25%룰을 적용받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개별은행에서 판매하는 특정보험사 상품 비중이 25%를 넘을 수 없다는 규정이다. 

이미 지난해 11월 농협은행의 우선제휴사업자로 삼성생명(032830)·교보생명·대한생명(088350)·동양생명(082640) 4개사가 선정됐으며 이들에게는 농협공제의 75% 신규시장이 창출됐다. 업계에 따르면 농협공제는 2010년 1조3276억원, 2011년 1조2365억원의 수입보험료를 거둬들였으며 이중 75%는 약 1조원의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농협을 통한 방카슈랑스 영업에는 동양생명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방카슈랑스를 강점으로 꼽아왔던 동양생명은 그동안의 영업노하우와 특화상품 등의 강점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방카슈랑스 전용 콜센터를 운영하고 농협전담 서비스 파트를 운영하는 등 전략적인 판매지원에 나선다.

차별화된 상품도 내놓았다. 동양생명은 저축성보험이 대부분인 방카시장에서 어린이보험, 양로보험 등 차별화된 상품 포트폴리오를 통해 농협은행 신규 선점에 앞장 설 계획이다. 현재 제휴 보험사 중 어린이보험과 양로보험을 판매하는 곳은 동양생명이 유일하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농협은행 및 농협보험의 출범은 보험사 입장에서 위기인 동시에 기회”라며, “새롭게 열리는 방카슈랑스 시장 조기선점을 통해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생명 또한 기존 방카슈랑스 우수 영업지원 인력에게 지난 1월부터 농협은행에 특화된 상품교육을 진행하는 등 준비 작업을 마쳤다. 대한생명은 검증된 영업인력 투입으로 초기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판매상품으로는 현재 방카슈랑스 시장의 주력상품인 저축성 보험과 변액연금을 주력상품으로 정했다.

대한생명 방카사업부 류연귀 팀장은 “새롭게 출범하는 농협은행의 우선 제휴 사업자로서 신규시장의 선점을 위해 그 동안 많은 준비를 해 왔다” 며 “대한생명만의 차별화된 방카슈랑스 영업노하우와 상품을 고객들에게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도 방카 영업 인력을 늘리고 상품 이해를 돕기 위해 교육인력을 배치하는 등 업무지원체계를 마련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변액연금을 주력상품으로 정했으며 전국의 농협영업망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영업전문가와 1대1 코칭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설계사 떠날라… 중소사 ‘전전긍긍’

농협보험으로 약 1조원의 새로운 방카시장이 열렸지만 이들의 출범으로 ‘설계사 인력 빼가기’ 경쟁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NH생명보험에 따르면 올해 보험영업점을 34개에서 50개까지 확충하며 설계사를 대거 충원할 계획이다. 농협올해 16곳의 영업점이 생겨나며 충원이 필요한 설계사는 약 300여명에 달한다. 3월에도 서울 2곳, 부산 1곳 등 3곳의 영업점을 새로 열며 영업점별로 지점장급 부터 설계사까지 영입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NH생명보험 관계자는 “우선 무분별하게 설계사를 확충해 공격 영업에 나서기 보다는 상품교육에 중점을 두고 영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설계사 이탈에 대해 “대형사의 경우 보수와 복지환경이 좋아 농협이 더 좋은 유인책을 선보이기 쉽지 않지만 중소사들의 경우 지점장급도 개인사업자로 계약해 개인이 팀을 꾸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 경우 비교적 이탈이 크게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M&A를 앞두거나 좋지 않은 일로 이슈가 된 보험사에서 무더기 이탈이 이러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예상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 설계사가 프리랜서 개념으로 일하다 보니 보수에 따른 이동이 많은 편”이라며 “업계에서는 M&A 대상인 기업에서 설계사 이탈이 일어나는 것으로 파악하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아직 농협보험이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한 상태인 만큼 설계사들의 이동이 크지 않을 거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변액보험 등의 판매가 이뤄진 적이 없는 농협보험이 얼마만큼 설계사들에게 매력적으로 비춰질지 의문”이라며 “설계사들도 보험사를 바꾸게 되면 새로운 상품 등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이동에 있어서는 모든걸 감안할만큼의 유인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