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의왕시에서 만난 유원일 전 의원은 민주통합당의 정치도의에 어긋나는 행태에 "3월10일을 기점으로 거취를 정할 생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
유 전 의원은 “바람이 불면 어디로 날아갈지도 모르고, 나뭇가지에 걸려 터질지도 모를 신세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비정한 민주통합당
29일 경기도 의왕으로 유 전 의원을 만나러 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바로 하루 전날 민주통합당은 경기 과천·의왕 지역구를 전략공천 지역으로 정하고 송호창 변호사를 전략공천했다. ‘토사구팽’이라는 사자성어가 절로 떠오르는 부분이다.
유 전 의원에 따르면 그는 2년 전부터 과천·의왕 지역구에 공을 들였다. 안상수 전 새누리당 대표의 지역구로 안 전 대표와 싸우겠다고 마음먹은 이후 목표는 늘 과천·의왕이었다. 국민의 평가를 받아 안 전 대표를 낙선시키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시의 적절하게 손을 내민 것은 민주통합당이었다. 유 전 의원은 지난해 11월 야권 통합정당 건설을 위한 연석회의에 합류했고, 그즈음 민주통합당은 19대 총선에서 원하는 지역에 공천 주겠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해왔다.
유 전 의원은 민주통합당의 제안을 받아들여 야권통합에 힘을 보태겠다는 생각으로 창조한국당을 탈당하고 비례대표 의원직까지 사퇴했다. 작은 기득권이지만 내놓는 것이 통합에 참여하는 구성원으로서의 자세라고 생각했다는 설명이다.
사퇴 전 유 전 의원은 이미 과천·의왕 지역을 희망한다는 뜻을 민주통합당 측에 전달했지만 며칠 후 민주통합당에게 들은 이야기는 “골치 아프다. 그 지역구에 송호창 후보가 있다”는 대답뿐이었다. 그 조차 이 대화를 끝으로 민주통합당과의 연락은 단절됐다. 전화를 걸어도 문자를 보내도 응해주지 않았던 것.
유 전 의원은 “이 지역에서 경선하려고 했었다”면서 “송호창 후보와도 만나서 경선을 하거나 조정을 통해 한 사람이 정해지면 한쪽이 빠지자고 이야기 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송 후보는 민주당 입당 후 전략공천을 받았고, 한명숙 대표와는 만난 적도 만날 수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유 전 의원을 더욱 힘들게 했던 것은 입 밖으로 내뱉은 적도 없는 ‘전략공천’을 염두에 두고 입당을 타진하려고 한다는 민주통합당의 자의적 해석과 언론보도였다.
이와 관련 유 전 의원은 “전략공천은 염두에 둔 적도 얘기를 한 적도 없다”면서 “하도 어이가 없어서 임종석 사무총장에게 지난 16일 문자를 보냈다”고 말했다.
‘제가 전략공천을 요구한 적이 없는데 묘한 얘기가 돌아서 어이가 없네요. 저는 입당절차를 논의하기 위해서 연락을 드릴 것인데 기가 막히네요.’
유 전 의원의 답답한 마음을 문자로 전해 받은 민주통합당은 이후로도 연락은커녕 답문조차 해주지 않았다고.
결국 유 전 의원은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생각한다”면서 두 갈래 길에서 고민하고 있음을 밝혔다.
정치적 고향인 시흥으로 가서 무소속으로 출마하거나, 정계은퇴를 하는 방법이 그것. 현재로서는 정계은퇴가 비중이 크다고 전했다. 3월10일을 기점으로 거취를 정할 생각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3월 초까지 민주통합당 측에서 손을 내민다면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의원으로서 아직 끝내지 못한 일이 많이 남아있다는 것.
◆재산신고 마이너스 700만원
인터뷰 도중 유 전 의원은 아내 얘기를 하다가 감정이 복받치는 듯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너무 힘들었다는 설명이다. 실례로 유 전 의원은 “국회의원 시작할 때 재산이 4억5000만원이었는데 금년 재산신고를 보니 마이너스 700만원이더라”면서 “국회의원을 하면 돈이 생긴다고 하는데 나는 봉투를 거절하는 재미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 정도로 경제적으로 어려웠고, 24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를 정도의 과로에 현장에 자주 나가는 통에 집단 구타를 당하는 등 신체적인 불편함도 많았다는 설명이다.
통합진보당에서 유 전 의원을 영입하려 한다면 어떨까. 이 부분에 대해 유 전 의원은 선을 명확히 했다. 야권통합을 위해 창조한국당을 탈당하고 의원직까지 내려놓은 사람이 자기 문제 때문에 바로 통합진보당으로 움직이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
이어 유 전 의원은 “국민들은 야권이 통합되서 보수 세력과 재벌과 기득권을 보호하는 세력을 견제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해 주길 원한다”면서 “국민들은 민주당뿐만 아니라 야권 전체에게 이런 요구를 하고 있지만 최근 민주당 지위가 떨어지고 있는 것은 정치적 독점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장선에서 볼 때 유 전 의원은 총선을 앞둔 민주당의 야권연대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냈다. “야권통합의 주체인 사람도 이런 식으로 나 몰라라 하는데 야권연대가 되겠느냐”면서 “대의적인 명분이 왜곡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부터 국민을 속인 게 됐다. 개인적인 책임도 책임이다. 민주당의 이런 모습의 바탕에는 내 무능함도 같이 있는 것”이라고 자책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유 전 의원은 민주통합당 지도부를 향해 “대표 경선에서 이겨서 대표와 측근들은 전쟁에서 승리한 전리품을 찾고 있는 것 같다”면서 “그런 잡짓 좀 그만하라”고 일침을 가했다.
새누리당의 경우 공천 과정에서 일부 중진의원들이 불출마를 선언하는 등 기득권을 포기했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의원직 사퇴하고 경선하겠다고 온 사람의 경선기회조차 봉쇄해 버린 채 자기 자리부터 꿰차고, 전리품 챙기듯 다 챙겨버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도 유 전 의원은 송호창 후보에 대해 “진심으로 잘되길 바라고 축하한다”고 말했다.
전략공천 받은 자와 버림받은 자. 아이러니 하게도 두 사람의 사무실은 같은 건물 같은 층에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비교적 크고 화려한 송 후보의 선거사무실에 내심 배가 아플 만도 한데 유 전 의원은 “송 후보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통합당 시스템의 문제이기 때문에 내 문제와는 별개라고 생각한다. 송 후보는 진심으로 잘 되길 바란다”고 앞날을 축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