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내달 증시 향방을 좌우할 변수로 유가와 통화가 떠오르고 있지만 누가 뭐래도 현재 우리 증시의 키포인트는 '유동성'이다. 올 초부터 우리 증시를 위로 잡아끈 유동성은 이달까지 상승랠리를 주도하며 지수의 상·하단을 마음껏 휘젓고 있다. 이에 따라 현 장세 자체를 유동성 장세로 규정하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향후 지수 조정을 야기할 유동성 향방과 관련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유동성 랠리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의견을 맞추는 분위기지만 유동성 종료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는 견해도 있어 유동성만을 보고 투자를 계획한 투자자들은 숙려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차 LTRO가 유동성 유도…1차比 효과는 적을 것
29일 저녁 예정된 유럽의 2차 장기저금리대출프로그램(LTRO)이 정상적으로 추진될 경우 글로벌 유동성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자금이 유럽은행의 자본확충이나 이탈리아 국채만기 리스크를 진정시키면 여분의 자금은 이머징 시장으로 들어올 여지가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또 2차 LTRO는 글로벌 증시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그리스 디폴트 리스크의 확산도 효과적으로 제어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그리스 신용부도스왑(CDS) 순명목금액은 30억유로로 감소한 상태다.
그러나 2차 LTRO가 1차와 같은 효과를 낼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이탈리아 국채수익률은 1차로 자금이 풀릴 때와 비교해 큰 폭 내려갔고 신흥시장의 주가도 상승궤도에 진입하는 등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
다만 지난해 미국의 2차 양적완화(QE)는 출구전략 추진과 맞물려 1차에 비해 효과가 떨어졌지만 유럽의 2차 양적완화는 이 같은 리스크가 적고 미국의 3차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키울 수 있어 순기능적 측면이 강조될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투자업계는 2차 LTRO에 1차와 비슷한 규모인 5000억유로 전후의 자금이 공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동성 랠리 마감? 당분간 종료 시그널 없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근래 장세가 강한 모멘텀에 따른 주가 상승이 아니라 유동성에 근거해 좌우되는 만큼 현재 랠리를 조심스럽게 분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유동성 장세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며 "펀더멘털(기초여건)이 강건하게 뒷받침하지 않은 상승이기에 주가 상승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유동성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과거 유동성 장세 기간은 5.1~9.3개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KOREA지수 기준 상승률은 28.5~45%에 분포됐다. 그러나 국내증시 저점인 작년 9월 26일을 기준으로 국내증시 상승기간과 상승률은 각각 5개월과 21.6%, 외국인자금 유입이 본격화한 지난달 9일 기준으로는 상승기간과 상승률이 각각 1.5개월과 10.5%에 불과하다.
외국인의 투자태도에 변화가 생긴 것도 유동성 추가 랠리를 예상케 한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대출 프로그램, 미국의 3차 양적완화 시행 가능성, 중국 긴축 완화 기조 등의 유동성 확대 움직임이 외국인의 위험자산 선호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삼성증권 임수균 연구원은 "최근 유동성 장세가 2009년 리먼브러더스 위기 때처럼 5~6개월을 간격으로 재차 유동성 공급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유사하다"며 현재 시점은 유동성 장세 초기 국면으로 중장기적인 유동성 랠리가 펼쳐질 것으로 분석했다.
동양증권 이학승 연구원도 "1월에는 유동성 완화와 리스크의 완화가 동시에 진행되어 주식시장으로의 영향력이 지속됐다"며 "현재와 같이 리스크 완화가 정체된 상황에서는 유동성 효과가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일부 전문가들, 유동성 파티 "이제 마감 시점"
유동성 장세가 기력을 잃고 있다는 쪽은 최근 업종의 등락 패턴을 근거로 들고 있다. 운송, 조선, 증권, 은행, 화학 등 실적추정치를 따르기보다는 유동성에 기대 오름세를 나타냈던 업종들의 하락양상은 유동성 장세의 종료가 임박했음을 알리는 신호라는 것이다.
또 중국 지급준비율 인하와 유럽 2차 LTRO, 미국 3차 양적완화 준비 등 유동성 공급 요인은 많지만 시장에 노출된 재료는 더 이상 랠리를 주도하기 힘들다는 진단도 있다.
하나대투증권 서동필 연구원은 "각국의 유동성 부양과 관련한 추가 정책은 이미 시장에 충분히 노출됐다"며 "상당 부분 시장에 반영됐고 시중에 유동성이 너무 많아 랠리는 곧 힘을 잃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우증권 김정환 연구원은 "1월 중순경 시작된 단기랠리가 2050선을 정점으로 속도조절에 진입했다"며 랠리 종료 후 증시 숨고르기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