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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남 변화시키기 전에 ‘나나 잘 하자’

우헌기 코치 기자  2012.02.28 15:2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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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얼마 전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서 있었던 일이다. 5~6명이 줄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중학교 저학년쯤 돼 보이는 아이 둘이 줄을 지나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가 모두 사용 중이라는 걸 알고 다시 돌아 나왔다.

맨 앞에 서 있던 60대 남자가 대뜸 “이놈들아 니들 눈엔 기다리는 사람이 보이잖아?”라고 야단쳤다. 이에 뒤질세라 다른 남성이 “니놈들은 눈도 없냐?”고 더 큰소리로 거들었다. 어떨 결에 야단맞은 애들은 놀란 표정으로 줄행랑을 쳤다.

“너무 야단치지 마세요. 못 봤을 수 있잖아요?” 내가 한 마디 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처음 남자가 “애들은 가르쳐야 해요. 모르면 당연히 가르쳐야죠.” 두 번째 남자도 나섰다. “맞아요. 애들은 가르쳐야 해요. 요즘 애들 얼마나 버르장머리가 없는지….” 그는 혀까지 찼다.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재임기간 중에 난관에 부딪치면 집무실 벽에 걸려있는 링컨 대통령의 초상화를 보면서 스스로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링컨이 지금 내 입장이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링컨이 이처럼 후대 대통령의 사표가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젊은 시절 링컨은 상대를 조롱하거나 비난하는 일을 자주 했다. 조롱하는 편지나 시를 써 일부러 길에 떨어뜨려 놓곤 해 상대를 곤경에 빠뜨렸다.

변호사 시절 그는 기고문을 통해 누군가를 공격하다 큰 위험에 빠진 적이 있었다. 허영심이 강한 제임스 쉴즈라는 정치인을 심하게 풍자하는 글을 ‘스프링필드 저널’에 익명으로 실은 글이 화근이었다. 쉴즈는 링컨이 쓴 것임을 알고 결투를 요청했다. 양측 입회인들의 중재로 결투는 중단되었지만, 링컨은 이 사건을 계기로 두 번 다시 남을 비난하거나 조롱하지 않았다.

링컨 대통령은 “남을 비판하지 말라. 그러면 너도 비판받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을 좋아했다고 한다. 아내나 다른 이들이 남부 사람들에 대해 나쁘게 이야기할 때면 링컨은 “그들을 비난하지 마세요. 우리도 그들과 같은 상황에 있었다면 그렇게 행동했을지 모르니까요”라고 했다고 한다.

비난이나 비판은 생각보다는 쓸모가 없다. 인간은 아무리 나쁜 짓을 저지더라도 남 탓으로 돌리지 자신을 탓하지 않는다. 비난받은 사람은 일단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방어적이 되거나 자신을 합리화할 근거를 만든다. 남들의 비난이나 지적을 받고 바꿨다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게다가 비난은 곧잘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온다. 그냥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더 세게 돌아온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꼴이다. 상대를 공격함으로써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려는 심사이다. 심하면 반발이나 적의로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유난히 아침형 인간인 난, 애들이 늦게 일어나는 걸 잘 참지 못 했다. 어떤 땐 거의 점심 때가 되도록 자는 애들에게 야단도 쳐봤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저들을 강가까지는 데려갈 수 있지만, 물을 먹일 수는 없구나. 그렇다면? 야단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잖아.’ 

난 나이가 들수록 관대해질 줄 알았다. 그런데 살아보니 꼭 그런 건 아니더라. 남의 사소한 잘못도 잘 참기 어려웠다. 남을 변화시키고 개선시키려고 하는 노력이 얼마나 부질없다는 걸 진작 알았더라면…. 그땐 나도 못 했던 걸 남에게 강요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남을 변화시키려 하기 전에 나부터 먼저 변하려고 노력해보면 어떨까? 남을 바꾸기 보다는 내가 바뀌는 것이 더 쉽다. 그 편이 훨씬 덜 실망스럽고 덜 위험하다.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너희 집 현관은 치우지 않은 채 옆 집 지붕위에 쌓인 눈을 욕하지 마라.”

그렇다. 나나 잘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