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해 4월, 한국GM이 강인하고 세련된 외관으로 선보인 바 있는 캡티바 2.2 디젤과 2.4 가솔린 모델이 좋지 않은 실적을 올리자 이를 만회하고자 새로운 카드를 선보였다. 이것이 바로 캡티바 2.0 디젤 모델이다.
GM대우 당시, 윈스톰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된 이 차종(유럽에선 캡티바로 판매)은 유로5의 환경성능을 만족하는 최고출력 184마력과 최대토크 40.8kg·m의 출력을 자랑하는 2.2ℓ의 엔진을 장착하고 캡티바라는 이름으로 국내 시장에 등장했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에게 환영을 받지 못했다. 다른 경쟁 차종인 2012년형 싼타페(2705만원) 및 쏘렌토(2603만원)과 비교해 가격(2742만원)이 너무 높게 측정됐으며 동시에 배기량도 2000CC가 넘으면서 개별소비세와 자동차세 등 관련 세금도 추가됐기 때문이다.
한국GM이 이를 만회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디젤 2.0 모델. 출시 당시 판매·A/S·마케팅부문 안쿠시 오로라 부사장은 “동급 최대 토크, 최고 수준의 안전성과 정숙성을 갖췄다”며 “고객 선호 사양을 기본 적용해 상품성을 높이면서도 합리적 수준의 가격으로 경쟁력을 대폭 강화했다”고 자부하기도 했다.
한때 한국GM의 애물단지로 전락했지만, 새로운 엔진과 함께 점유율 ‘두 자리’ 달성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캡티바 2.0 디젤 모델의 안정성과 주행성, 그리고 정숙성을 알아보고자 이번 시승을 실시했다. 또 배기량이 낮아진 만큼 추진력에도 초점을 맞춰 봤다.
◆기존모델 동일한 내·외관 ‘세련미’ 물씬
시승에 사용된 차량은 기존 대비 134만원가량 저렴해진 캡티바 2.0 디젤 모델(2608만원). 서울역을 출발해 한남대로와 양재를 거쳐 과천·의왕간 고속화도로(이하 과천의왕 도로)를 지나 수원(종합운동장)에 도착, 다시 국도를 거쳐 서울로 돌아오는 약 95km 구간에서 시승이 진행됐다.
한때 애물단지로 여겨졌던 캡티바가 새로운 2.0 디젤 엔진 장착으로 국내 시장 점유율 ‘두 자리’ 달성을 꾀하고 있다. |
우선 이번 모델의 디자인은 강인하고 세련된 기존 2.2 디젤 모델과 동일했다. 전면부는 쉐보레 정통성을 상징하는 보타이 엠블럼을 상하 분할타입의 듀얼 메쉬그릴에 장착해 다부진 인상을 줬다. 또 뛰어난 배기 성능의 대용량 소음기와 함께 스텐인레스 재질의 듀얼 머플러 테일트림을 적용해 고성능 이미지를 연출했다.
여기에 스포티한 이미지를 연출하는 범퍼 일체형 에어댐으로 공기저항을 낮췄다. 물론 차고가 낮아 보일 수도 있지만, 도심형 SUV인 캡티바에겐 문제가 되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시각적인 안정감이 느껴질 정도다.
후면부의 경우, 기존 부드러운 외관의 윈스톰 모습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 중 캡티바 외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알로이 훨’은 고급스러운 실버 페인트로 마감한 노플랜지 타입으로, 동급 최초로 19인치까지 장착이 가능해 어떤 도로 환경이든 시원하게 달릴 것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차체가 큰 만큼 내부 공간 역시 넓었다. 성인 일곱 명이 탈 수 있는 3열 시트 기반이지만, 2열과 3열 시트를 접으면 최대 1577ℓ의 화물을 적재할 수 있도록 공간 활용도도 높아졌다. 하지만 이 모든 디자인들은 기존 디젤 모델과 동일해 정확한 평가를 내리기에는 미흡했다.
◆심장과 함께 안전성·편의성도 ‘업그레이드’
이번 2.0 디젤 모델은 동급 최대 토크인 40.8kg.m를 발휘하는 2.0ℓ 터보차저 디젤엔진(VCDi)을 탑재해 전 구간에서 파워풀한 주행성능을 제공하며 공인연비 14.1km/ℓ의(6단 자동변속기 기준) 우수한 경제성을 실현했다. 이로 인해 유로5 배기가스 규제를 만족시킴은 물론, 저공해 차량 인증 획득으로 친환경성을 겸비했으며 환경 개선 부담금 면제 등 경제적인 세제 혜택도 제공된다.
그렇다면 캡티바 2.0 디젤 모델은 단순히 차량의 ‘심장’인 엔진 변경에 불과한 것일까.
결론만 말하자면, 결코 그렇지 않다.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운전석과 보조석, 사이드, 커튼 에어백 등 총 6개의 에어백을 적용했다. 여기에 3열 좌석까지 3점식 안전벨트를 설치했으며, 1열 안전벨트에 듀얼 프리텐셔너(사고 발생시 역으로 되감아 상체와 골반을 고정시켜 탑승객 보호)를 채택해 높은 충돌 안전성을 확보했다. 이러한 안정성을 확보한 캡티바는 유럽 신차 안전 테스트인 유로NCAP에서 최고 등급인 별5개를 획득하며 동급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인정받기도 했다고 사측은 전했다.
이와 더불어 진보한 형태의 최첨단 전자식 주행안정 제어장치(ESC)를 장착해 어떠한 주행 환경에서도 높은 능동 안전성을 확보하는 한편, 앞뒤 하중 변화에 따라 차량의 뒤가 처지는 것을 방지하는 셀프 레벨라이저(Self Levelizer) 시스템을 적용해 주행 안정성을 향상시켰다.
또 동급 최초로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EPB), 스티어링 휠 에어컨 조작 스위치 및 2열·3열 시트를 접고 펴도록 한 이지테크(EZ Tech) 기능 적용으로 편의성도 배려했다. 아울러 에코 드라이빙(Eco Driving) 버튼을 변속 레버 오른쪽에 배치해 불필요한 연료 소모와 유해 배기가스를 줄이고 연비를 높일 수 있도록 했다.
◆도심형 SUV의 매력, 고속도로서도 느껴
차에 시동을 켜고 본격적인 시승에 들어갔다. 시동을 걸거나 주행 중에 엔진 소리가 다소 거슬리는 디젤 엔진임에도 불구, 이러한 잡소리가 적개 들렸다. 한국GM측에 따르면, 캡티바 2.0디젤은 차음 유리를 기본 장착하고 신소재 차음재와 흡음재를 적용해 소음과 진동을 효과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최고의 정숙성을 갖춘 안락한 실내공간을 제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직 눈이 녹지 않은 고속 도로에 접어들었지만, 캡티바는 높은 수준의 안정감을 제공함은 물론, 큰 덩치에도 가속페달에 대한 반응이 꽤 빨랐다. |
남산터널을 빠져나오면서 매끄럽고 부드럽게 가속페달을 밟았다. 기존 모델에서 느껴졌던 부드러운 주행감은 2.0 디젤 엔진덕분인지, 낮은 RPM영역에서 가속성보다는 달리기 성능이 향상된 느낌이다. 뿐만 아니라 가속할 때, 디젤 차량 특유의 엔진음도 요란하지 않고 조용했다.
아직 눈이 녹지 않아 몇몇 구간은 노면이 미끄러운 과천의왕 도로에 접어들었지만, 전 구간에서 느껴지는 안정감은 꽤 높은 수준급. 큰 덩치에도 가속페달에 대한 반응이 꽤 빨랐다. 스티어링 휠도 아주 가볍지는 않지만 부드럽게 돌아갔다. 120km/h까지 속도를 올려봤지만, 풍절음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물론 100km/h를 넘으면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리가 조금씩 들렸지만, 거슬리지 않을 정도였다.
다만, 130~140㎞/h에 해당하는 가속구간에서는 다소 늦은 반응이 안타까웠다. 엔진회전수가 3500RPM까지 올라갔으나 느껴지는 속도감은 떨어졌다. 스피드측면을 선호하는 젊은 층이 타기에는 답답함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기에 차체가 높다(1725mm)보니, 바람이 불면 약간의 뒤뚱거림도 느낄 수 있었다.
최대토크 구간을 실용영역에서 세팅된 캡티바는 돌아오는 국도에서 도심형 SUV의 매력을 맘껏 발산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h에 이르는 시간은 11초 남짓으로, 덩치에 비하면 우수한 가속 능력이다. 1750~2750RPM이라는 낮은 영역에서 최대 토크를 내기 때문에 가속 페달을 깊이 밟지 않아도 앞으로 치고 나갔다.
변속기 옆에 위치한 에코(ECO) 버튼을 누르면,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도 엔진 회전수가 2500RPM을 넘지 않았다. 최대 토크가 발휘되는 구간에서 변속이 이뤄지면서 연료 효율을 최대한 끌어낸 것. 답답할 정도까지는 아닌지라, 도심에서 에코 모드의 활용은 또 하나의 캡티바의 매력을 향상시켰다.
그동안 캡티바는 훌륭한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가격과 각종 세금으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지 못한 것은 사실. 하지만 가격경쟁력을 비롯, 최고의 성능으로 등장한 캡티바 2.0 디젤 모델의 활약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어떤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한편, 이번 2.0 디젤 모델은 7인승 2륜 구동 자동변속기의 두 가지 트림으로, 가격은 LS 모델 2608만원, LT모델 2826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