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과거 어느 중국집에서는 인육을 사용해 짜장면을 만든다는 소문이 있었다. 어느 중국집의 짜장면 맛이 일품이었는데, 그래서 괴기스러운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많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맛의 비결은 바로 인육, 즉 사람고기를 재료로 썼기 때문이라는 괴기스런 내용이었다. 물론 이 이야기는 실화로 입증되지 않은, 그저 괴담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훗날 오래 살아남아 영화 ‘신장개업’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영화 내용의 일부임에도 사람들 사이에서 이 일이 마치 사실처럼 퍼져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이런 있을 법한, 그러나 사실로 입증하기 어려운 상태로 퍼져 나가는 이야기를 ‘도시괴담’이라고 한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는 이러한 도시괴담은 입에서 입으로 무서운 이야기쯤으로 적당히 퍼지거나 그러다 없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스마트폰 이용자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아울러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 가입자도 크게 증가하면서 이러한 이야기의 퍼지는 속도와 그 공격성 등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여기에 실명을 거론해 가면서 공격 대상을 난타하거나 하는 상황까지 겹치면, 문제는 최악으로 번진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일주일 새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채선당 임신부 폭행 사건’은 일방적 주장에 휩쓸려 사회적 여론을 형성하는 SNS 폐해를 여실히 보여줬다.
이 사건의 발단은 임산부 손님인 유 모씨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충남 천안의 채선당 가맹점에서 폭행을 당했다는 글을 게재하면서 시작됐다. 이 글을 사실로 치부해버린 누리꾼들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로 퍼다 나르며 이 글은 빠르게 확산됐다. 이는 결국 채선당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경찰 조사결과, CCTV확인을 거쳐 종업원이 임산부의 복부를 발로 찼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쪽으로 정리되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진상이 규명되기도 전에 SNS를 통한 여론재판이 이뤄졌다는 점에 이번 문제의 우려 사항이 숨어 있다.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누리꾼들은 한쪽의 주장만을 듣고 마녀사냥 식으로 채선당을 질타한 것이다.
이번 사건의 진실은 손님과 종업원 그 둘 사이의 오해와 갈등이었다. 어느 사회나,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그런 갈등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런 것이 SNS를 통해 퍼지는 순간 그것은 엄청난 괴물로 변해 있었다. 여기에 과장된 원문 작성 또한 가세했다. 종업원과 손님 사이의 갈등이 일순간 임산부의 배를 걷어차는 패륜적 범죄로 둔갑해 버린 것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SNS심의 현황을 보면 명예 훼손이나 증명서 위조 등으로 적발된 건수가 2009년 54건에서 2010년 9월까지 262건으로 해마다 증가세라고 한다. SNS를 통해 확산되는 속도에 비해 진위 여부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닌데, 사실 확인이 안 된 글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퍼져 버리는 일이 다반사다. 부끄러운 상황이 나날이 늘어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