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여의도25시] 미디어몹·헤딩라인뉴스를 위한 弔辭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2.27 10:19:54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헤딩라인뉴스’로 한때 이름을 떨치던 미디어몹(www.mediamob.co.kr)이 최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2004년 3월 일부 딴지일보 출신이 떨어져 나와 설립한 이 사이트는 정치 패러디로도 유명세를 떨쳤지만, ‘블로그 전문 사이트’를 표명한 서비스 업체로서도 상당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신변잡기 블로그도 아닌 것이 언론도 아닌 것이…누구냐 넌?

이는 헤딩라인 뉴스나 노종실록 등의 정치 풍자물을 보기 위해 유입된 인원(주로 정치적으로 당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쪽에 우호적인 세력)이 다른 콘텐츠들(미디어몹에 블로그를 개설 운영하는 일반 회원들)을 보기 위해 오래 머물거나 재방문하는 수요가 발생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됩니다.

정치면이 입구였다면, 바로 출구로 빠져 나가지 않고 ‘유입 인원 평균 페이지뷰(한 번 사이트에 방문하면 몇 페이지나 보는가의 개념. 언론사 등에서는 이를 특히 주목해 관리함)’의 숫자를 상승시키는 역할은 회사 소속 필진이나 일반 블로거들이 맡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이 올리는 문화, 철학이나 생활 관련 콘텐츠가 미로 같은 구조를 만들어 주고, 이를 둘러보면서 로열티가 높아진 ‘뉴커머’들은 여기에 자기 블로그를 개설, 콘텐츠를 생산하는 층으로 재편입 되는 구조가 선순환을 일으킨 데 따른 것입니다.
   
미디어몹의 메인 페이지 화면(자료 사진). 미디어몹은 2004년 출범, 한때 진보진영의 정치적 공간으로 기능하는 동시에 시대적 이슈로 떠올랐던 블로그 운영 붐을 타면서 많은 이용자들을 끌어 모았다. 2012년 2월, 서비스가 중단돼 아쉬움을 낳고 있다.

여기에는 물론 2004년 이후 불어닥친 블로그 개설 바람,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네이버 블로그 등 대형 포털이 제공하는 기반에는 거부감을 가진 층이 갈 곳이 마땅찮았던 점도 일정 부분 작용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딴지일보 출신들이 만든 만큼 담론 형성을 회사 소속 필진에서 일정 부분 맡는 구조이면서도(각종 정치 관련 콘텐츠와 군사전문가를 표방하던 ‘팬더’의 블로그 등), 일반 블로거들의 소통 욕구를 적절히 조합시켜 언론도 아닌, 블로그 서비스도 아닌 그러면서도 뭔가 색다른 개념을 만든 것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장점으로 나날이 욱일승천하던 미디어몹은 급기야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KBS 시사투나잇)에 한 코너를 맡는 형식으로 콘텐츠(헤딩라인 뉴스)를 공급하는 기염을 토하기에 이릅니다(2004~2005년).

◆한때 잘 나갔으나, 작은 회사에겐 생존경쟁 버거웠던 이유는?

이렇게 블로고스피어(Blogosphere: 블로그들의 연결된 집합체, 혹은 그 사회. 요새는 블로그에서 트위터 등으로 유행 수단이 변하면서, 비슷한 SNS나 소셜네트워크 개념이 더 주목받고 있음)의 총아로 한때 떠올랐던 미디어몹은 그러나 끝내 10년을 채우지는 못하고 쓸쓸히 퇴장을 택했습니다.

이런 흥망성쇠를 보는 일은 같은 군소 언론매체에서 근무하는 입장에서는 또 한때 이 사이트를 재미있게 봤던 입장에서는 쓸쓸한 일입니다. 세 가지로 원인을 분석해 보자면, △적에게 꼬투리 잡힐 여지를 남겼고(최근 ‘나는 꼼수다’ 비키니 논쟁과도 연결), 그로 인해 역풍을 맞더라도 자기 장점을 십분 살리고 담대히 대응할 ‘처변불경’의 면에서 2% 부족했다 △메인 스트림의 흐름 변화를 읽어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결국 그 물결에 성공적으로 서핑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새 메인 스트림에 올라 타려다가 ‘집토끼’를 잃었으며 아울러 다양성이라는 미디어몹만의 미덕을 관리, 유지하는 데 실패했다는 등 세 가지를 꼽고 싶습니다.

한 줄로 요약하자면, 외람되지만, 나의 고유 브랜드를 지키는 데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돈 버는 데 실패했다고 편리하게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그건 결과론적인 해석에 불과할 수 있겠지요.

작지만 개성 있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나 아이디어와 서비스 정신으로 승부를 거는 몰(숍), 나름의 색깔 있는 군소 언론이 백가쟁명하기보다는 모두 큰 언론, 재벌계열 서비스 그리고 대형포털 중심으로 편성돼 버리고 있는 대형화의 인터넷 시대 환경에서, 미디어몹의 길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고 생각됩니다.

   
헤딩라인뉴스는 한때 KBS의 프로그램에 한 코너로 제공되는 등 사회적 이슈 만들기에도 성공한 바 있는 경쟁력 있는 콘텐트였다. 노종실록, 드라마티크 등 다른 콘텐츠들과 함께 잘 살렸으면 회사 위기 극복에 큰 도움이 됐겠지만, 안정적으로 장기 아이템으로 가는 점에 문제가 있었다.
이 뽑혀도 씹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모두 조금씩 연결되는 이야기이므로 매끄럽지 않게 중언부언이 되겠지만, 그런 점에서 세 가지 이야기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우선 미디어몹이 가장 자랑하던 콘텐츠인 헤딩라인 뉴스와 노종실록 등을 갖고 있었다는 점은 일명 KBS 시사투나잇 사태 이후에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는 점과도 연결됩니다.

시사투나잇에 콘텐츠를 공급하던 미디어몹은 2005년 행정수도 이전 관련 당시 한나라당 정치인들의 반발, 단식 사태를 ‘낙원 추방’이라는 명화를 패러디하면서 화를 입었습니다.

문제는 바로 여성 정치인(전재희 의원)을 함께 합성 대상으로 택했다는 점인데, 이는 이른바 감수성 부족 문제라는 점, 다른 관점에서는 위기관리 실패라는 점에서 짚어볼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쏟아진 공세에, 미디어몹 최내현 편집장이 글을 올려 반론을 제기했지만 결국 KBS와의 협력망을 잃게 됩니다.

이는 오늘날 비키니 시위 관련으로 젠더 차별 논란으로 몸살을 앓은 ‘나는 꼼수다’ 문제가 감수성 부족으로 우군을 잃는 상황을 겪은 점과 어느 정도 유사성을 갖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풍자는 골계미로 공격받는 상대방조차도 웃게 만드는 점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데, 이를 선제적으로 체크하고 후속 대응을 하는 부분에서 실패, 역풍을 맞았다는 점은 세심함이 2% 부족했다는 소견입니다. 그로 인해 ‘주요 무역항’을 날려 버렸으니 손실은 실로 컸다고 하겠습니다.

여기까지였으면 “실수는 병가지상사일 뿐”이라고 수습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만, 이후 자체 서비스에만 활용하던 헤딩라인뉴스는 그 자체가 위축됐다는 평을 듣거나, 노종실록처럼 어중간하게 연재 중단이 되거나 하는 등으로 어렵게 ‘대형 출입처를 잠시나마 뚫었던 덕분으로’ 얻은 잠재적 우군과 팬들을 다시 분산시키는 결과를 맞게 됐습니다.

공급 채널이 끊기거나 줄어드는 점은 물론 상당히 괴로운 일이지만(이빨이 80%쯤 없어진 사자를 상상해 봅시다), 고유 콘텐츠를 갖고 있고 이를 유지하거나 이 노하우를 기반으로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상태를 유지하면, 어떤 형태로든 갈 길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는 당시 미디어몹이 정치적으로 우호적이었던 ‘참여정부’의 연이은 인기 추락, 당시의 블로고스피어 사정이 기술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지금 SNS 네트워크 사정보다는 불리했다는 점 등을 감안하지 않은 ‘잔인한 평가이자 주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때 유명무실했던 딴지일보가 살아남고 결국 다시 부활한 점 등을 보면, 평정심을 잃지 않고 콘텐츠 생산 능력과 색깔 관리만 잘 해도, 위기를 넘겨 부활할 여지가 어딘가에선 찾아들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작은 회사일수록, ‘남의 식구’에 너무 의존하면 안 돼 

하지만 미디어몹은 장기적으로 보면,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다른 길을 택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자체적으로 색깔과 장점을 찾는 데 치중하기 보다는, 외부로 뻗어나가는 문제에 눈길을 더 두었던 것인데, 이는 메타 블로그(블로그들을 ‘허브’화해서 보여주는 기능. 예를 들어, 네이버나 티스토리, 이글루스 등에 개설한 블로거가 다른 블로그 사이트에 분점 형태를 내 같은 글을 올리지 않아도 메타 블로그에 등록하면 이를 통해 보다 널리 자기 글을 알릴 수 있다. 블로그코리아나 올블로그 등이 있고, 자동으로 수집되거나 메타사이트를 등록하고 글을 노출 확인해야 하는 등 여러 노출 방식이 있다)라는 개념이 당시 관심사로 떠오른 점과도 무관치 않습니다.

미디어몹은 이에 따라 ‘오픈블로그’라는 이름으로 메인 페이지의 상당한 부분을 타사이트 글들을 위해 내주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공간 양보는 미디어몹 회원 중 일부의 불만을 샀고, 또 다른 측면에서는 낭비로 연결된 것으로 평가됩니다.

결국 ‘부동층’을 잡으려다 “나는 ‘몹쓸인(미디어몹을 쓰는 자에 대한 애칭)’이다”라고 생각하는 ‘콘크리트 지지층’을 잃게 되는 부작용이 없지 않았고(이는 좋은 콘텐츠들을 잃는다는 점과도 연결), 이런 메타 블로그라는 시스템 자체가 그렇게 매력적인 모델이 아니었다는 것으로 이후 드러나면서 결국 실책을 둔 셈이 됐습니다.

돌이켜 보건대, 메타 블로그는 서버의 낭비 현상에 비해 충성도가 약하고 그 결과 수익 창출이 기대만큼 안 되는 문제가 드러났다는 평가입니다. 대표적 사이트인 올블로그와 블로그코리아 등이 모두 타사로의 통합이나 여러 번 주인 변경을 겪는 게 현실입니다. 이런 와중에 미디어몹 같은 작은 회사에서 오픈 블로그 개념을 들이댔으니 심하게 표현하면, “게도 잃고 구럭도 잃는다”거나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 놓친다”는 게 아니었는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모험 정신으로 타고 온 배를 태우고 병사들과 함께 신대륙 정복을 위해 달려 나갔다는 코르테스를 배우는 것은 좋지만, 그 병사들의 충성도 문제 먼저 생각해 보는 게 중요하다는 소견입니다.

다양성 숨쉬던 ‘모자이크 오브 블로그’ 문화, 결국 못지켜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미디어몹이 다양성이 숨쉬고 나름대로 포용력있는 문화적 장점을 유지하지 못하고 흔들렸던 점이 바로 실패의 원인이 되지 않았나 하는 점입니다. 이는 딴지일보 출신 김어준씨가 다른 여러 논객들과 손잡고 인기를 얻거나 동양대 진중권 교수 같은 날카로운 화법의 인사가 명사로 부각되는 작금의 시대 상황과는 좀 다른 부분이라 반대 의견이 많을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딴지일보에서 반발해 나온 인력들이 만들었고, 미디어몹에서 ‘몹’이 ‘모자이크 오브 블로그’라는 말의 줄임말이라는 출발점에서 보듯 어느 정도 진보적인 당시 정권에 기대를 건다는 기본 공감대만 확인하면 나머지는 ‘나이브’하게 열어두는 게 미디어몹의 살 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는 일종의 명사 블로거들을 뽑는 장인 ‘금주의 몹쓸인(이와 유사하게, 오늘날 이글루스 등 블로그 사이트들은 명예의 전당들을 거의 대부분 운영)’들의 면면만 봐도 알 수 있었던 부분입니다. 정치적으로는 구 민주노동당 색채부터 구 열린우리당 안개모 계열(우리당에서 가장 오른쪽에 속하던 정치인들)‘까지, 신변잡기류부터 고담준론까지 백인백색이었던 이들이 모여 미디어몹을 풍성하게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번 논쟁이 붙을 때마다 많은 이들이 스스로 떠났고, 2012년 사이트 서비스가 멈추기 불과 얼마 전까지도 각종 논쟁이 싸움으로까지 번지는 경우는 적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자유방임이 자칫 관리 부재, 이로 인한 자원의 낭비로 이어진 게 아니냐는 지적과 문제 의식은 늘상 있어 왔습니다. 

당국자들, 그리고 당국을 출입하는 기자들이 흔히 쓰는 표현대로 하자면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너무 지나친 방임은 자칫 관리 능력과 관리할 의사의 부재라는 오해를 시장 참여자들에게 줄 수 있고, 이런 점은 시장이 조금씩 붕괴하는(대열이 오합지졸로 무너지는) 상황으로 연결될 여지가 없지 않습니다. 이를 하나의 사이트, 하나의 언론사로 따지면 광채를 잃어가는 길이라고 표현할 수 있지 않나 합니다.

좋은 인력과 콘텐츠만 있다고 다는 아닌 것 같습니다. 경우에 따라 위기가 오더라도 관리 능력을 발휘해 살아남고, 또 오히려 더 크게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악수를 연이어 두면 아쉬움을 남기고 추억의 앨범 속으로 사라지기도 합니다. 그런 흥망성쇠의 예를 보면서, 부지런히 똑똑하게 살아남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됩니다. 미디어몹의 서비스 중단은 2012년을 사는 온라인 세상의 작은 회사들에게 적지 않은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