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군소진보매체 죽어나고…종편엔 정부發 산소호흡기?

지원 편향 현상 두드러져…시장 혼탁 우려도 급상승, 제도수술 절실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2.27 10:11:59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유전무죄 무전유죄, 즉 돈이 있으면 죄가 없고, 돈이 없으면 죄를 뒤집어쓴다는 말이 통용되는 사회가 되고 있다. 2011년 4월25일 YTN 보도에 따르면, 이 말에 우리 국민 중 80% 이상이 그렇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익부 빈익빈을 넘어서 무전은 유죄를 뒤집어쓰기까지 하는 세상, 특히 이런 문제는 자칭타칭 입법·행정·사법 3부에 이은 제4부로 불리지만 그 생존을 자력갱생으로 처리해야 하는 언론에 더욱 심각하게 다가오고 있다.

2012년 현재 언론 상황은 진보 인터넷 매체의 경영난, 군소 매체의 비리에 대한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한 처벌 주요 일간지에 기생해 출발한 종합편성채널(통칭 ‘종편’)에 대한 제도권의 기형적인 편애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레디앙이 근래 정간을 선언해 군소 매체의 생존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사고 있다. 여기에 고전적 개념의 언론사로 보기는 어렵지만 블로그 서비스와 정치 관련 이슈 생산을 병행했던 진보적 색채의 사이트 미디어몹 또한 2월 들어 결국 서비스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종(種) 다양성’ 측면에서도 이 같은 상황이 미디어 환경 악화라는 악순환에 한 고리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성상 생존 임계치 확보 쉽지 않아…‘광고 없는 프레시안’ 노력 등 고군분투

레디앙이나 참세상, 참소리에 프로메테우스 등 온라인 진보진영 인터넷 매체들이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다. 광고를 많이 얻기 어려운 상황에서 후원금과 기타 수익금으로 운영되고 있어 재무구조가 취약한 이들 매체들이 레디앙 정간, 미디어몹 서비스 중단 등의 상황에 도미노로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언론이 특정 정파를 대변하는 문제에 대한 논란은 어느 쪽이 반드시 옳다고 할 수 없지만, 다만 사회적 약자나 소수에 관심을 기울이는 채널도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러한 군소 언론들의 사회적 역할의 중요성은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나마 오마이뉴스나 프레시안 등은 자체적으로 살 길을 모색할 여력이 있다. 프레시안은 광고를 걷어낸 버전의 홈페이지를 로그인 상태로 보여주는 문제에 대해 담론화를 시도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민중의 소리의 사례와 같이, ‘돈 되는’ 광고보다는 사회적 광고를 게재하는 등에 만족하다 뒤늦게 연예 분야 키우기라는 편법을 주목하고, 이 문제가 오히려 네이버 계약 해지로 이어지는 등 자충수로 이어지는 경우가 오히려 많다. 민중의 소리는 이 문제에 대해 법원 판단까지 구했지만,  결국 법원은 ‘민중의 소리 스스로 인정하듯 연예부 기자가 없는 점 등(즉, 일명 실시간 인기 검색어 위주로 타사 기사를 베껴쓰기 한다는 지적임)’에 주목, 네이버 측의 초강수에 문제가 없다고 손을 들어 줬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한국 매체 중 상당수가 타사 기사 답습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점, 출입처에 기자를 들여보내고 상당한 취재 인력과 장비를 운용한다고 해서 반드시 기사 자체 생산을 한다는 보장이 없는 점, 아울러 오히려 소규모 매체의 기사를 대형 언론사에서 벤치마킹하거나 복제하는 경우마저 ‘후속취재’라는 미명 하에 가려지는 부분도 많은 상황 등을 도외시하고 특정 언론에 대해 손보기식 처벌을 한 문제는 외면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다.

   
종합편성채널은 통신사나 이미 스스로 거대한 자본이 된 유력 신문사들을 배경으로 삼아 출발했다는 특징을 갖는다.
능력 있는 대형매체 계열사엔 오히려 제도적 편애

그렇다고 이 같은 소규모 언론에 대한 냉정한 태도와 시장에서의 자립을 요구하는 태도가 ‘공평하게’ 적용된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소리가 높다.

근래 국회를 통과한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법이 빈사지경의 종편의 생명연장술에 불과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많은 프로그램이 시청률 0%대로 수렴하는, 심지어 동아일보 계열사인 채널A에서는 뉴스 시간대에 방송사고가 나도 논란조차 안 될 정도로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는 게 종편의 현실이지만 이런 엄연한 현실을 외면, 왜곡하는 엄호 대책이 법률적으로 마련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법률적 시스템에서는 종편이 자신들이 탯자리인 유력 신문사의 영향력을 활용해 광고시장을 장악하려는 유혹에 수시로 노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근래에 통과된 법안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종편의 미디어렙 체제 편입 3년 유예 △미디어렙의 방송사 1인 소유지분 한도 40% △1공영 다민영 체제 △연계판매를 통해 중소방송사 매출 보장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지난 1월 열린 ‘조중동 방송 한 달을 말한다’에서는 각종 특혜와 편법을 등에 업고 출범한 종편의 실체에 대해 신랄한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방송독립포럼 방정배 공동대표는 “한 매체가 도입될 때 기존 신문이나 방송이 수행할 수 없는 부분을 찾아 경쟁 매체가 아닌 보완 매체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종편은 각종 편법과 특혜를 등에 업은 돈벌이 수단으로 출범했다”라고 ‘원죄론’적 시각에서 비판했다.

성공회대 최영묵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종편채널이 미디어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고까지 평가했다. 

최 교수는 “뉴미디어 시대에 올드미디어를 모델로 종편채널이 출범한 것 자체가 애시당초 어불성설”이라고 전제하고 종편의 문제점으로 ‘약탈적인 광고 영업’이 일어날 수 있음을 우려했다. 최 교수는 종편이나 소규모에 속하는 매체들의 공통분모를 한정된 광고 시장으로 봤다. 최 교수는 “결국 제로섬 게임은 악의 축(종편)이 무너지는 게 아니라 앞서 힘이 약한 취약 매체부터 순차적으로 경영난에 처하며 무너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폐해”라고 지적했다.
   
종편 프로그램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초기라고 해도 너무 낮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어 자칫 도태되는 종편이 일부 언론계 예상보다 더 빨리 나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은 외주제작사의 작업 환경이 악화되거나, 광고 시장에서의 수탈적 영업 등이 격화되는 사정을 불러올 수 있다.

특히 이런 지적들은, 채널A(동아일보)나 JTBC(중앙일보), MBN(매일경제) 등이 갖고 있는 종이신문과의 연계성, 그리고 종편 이전에도 이러한 매체들이 보여온 태도들을 겹쳐 보면 단지 기우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률신문 황진선 국장은 ‘일간신문의 홍보성 기사의 추세·유형과 신문매출액·발행부수의 관계에 관한 연구’ 논문을 통해, 일명 유력지들이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약한 종이신문에 비해서도 더 많은 홍보성 기사를 싣는 등 문제를 일으키는 현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중앙 일간지의 홍보성 기사가 지난 2008년부터 급증하고 있으며, 홍보성 기사 건수와 신문 발행부수(이는 ‘영향력’으로도 연결되는데)가 정비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논문은 신문윤리강령 위반 기사와 관련, 2009년 4월부터 2010년 3월까지는 190건, 2010년 4월부터 2011년 3월까지는 318건으로 급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홍보성 기사는 신문윤리실천요강 1조 2항(사회 경제적 세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위반해 한국신문윤리위원회로부터 경고 및 주의를 받은 기사를 말한다. 실제로 ‘위원회 적발’을 당하지 않은 ‘의심이 농후한 경우’까지 보면 엄청난 규모로 비리가 있는 것으로 추론된다.

또 신문별로 보면 이른바 저명지, 유력지에서 이런 문제성 기사를 더 많이 써 왔고, 또 더욱 늘리는 추세다. 조선일보는 2008년 2건에서 10년에는 20건, 중앙일보는 3건에서 18건, 동아일보는 4건에서 24건으로 홍보성 기사가 늘었다. 경영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편인 한겨레의 경우조차도 2008년 한 차례도 적발되지 않았다가 2010년 10건이 홍보성 기사로 드러났다는 점, 마찬가지 사정인 경향신문은 같은 시점 대비 1건에서 8건 정도에 그치는 점과 대조된다. 매일경제는 같은 기간 2건에서 36건, 한국경제는 3건에서 22건으로 는 것으로 논문은 소개했다.

결국 부익부 빈익빈의 논리가 통용되는 언론 환경 플랫폼, 더 나아가 작은 언론에서 생존에 허덕이다 저지르는 잘못에는 과한 패널티가 부여되나 큰 매체에서는 광고성 기사만으로도 풍족한 환경을 누리고 더 나아가 종편 등에는 새롭게 제도적 혜택까지 주어지는 언론 지형은 공평무사하다거나, 언론 본연의 역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비등하고 있다. ‘선거의 해’를 맞아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