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민주통합당이 4.11 순천시장 보궐선거 공천을 신청한 후보 10명 가운데 2명을 면접대상에서도 누락시켜 외압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순천시장 보선 공천 신청자 10명 가운데 이은(59) 전 해양수산부 차관과 박광호(50) 전 순천시의회 의장을 공첨심사 대상에서 탈락시키고 8명을 불러 면접을 치렀다.
당은 두 후보가 '경선불복' 전력이 있어 탈락시켰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특정인의 공작에 의한 유력후보 떨어뜨리기였다며 재심청구를 준비하고 있다.
더구나 기자회견장에서 시장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던 후보는 나중에 변심해 신청한 공천을 받아들인 반면 2명의 후보는 초장에 싹을 잘라내 석연찮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중앙지와 지방지 등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은 후보는 인물경쟁력을 바탕으로 20% 안팎의 지지율로 10% 미만 후보들을 큰 차이로 따돌리고 있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박광호 의장 또한 여론조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중상위권에 랭크돼 있는 탈락된 두 사람의 공통점은 서갑원(50) 전 의원과 껄끄러운 관계라는 점에서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서 전 의원 측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기획이었다는 것이 두 후보의 주장이다.
서갑원 국회의원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6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추징금 5000만원과 벌금 1200만원의 대법원 유죄가 확정, 의원직을 상실하고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한 상태로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
탈락된 두 사람은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에 나란히 순천시장 후보로 나섰던 인물들.
시간을 거꾸로 되돌려보면 당시 민주당 텃밭인 순천시장 선거에는 당 경선 후보에 노관규(51).구희승(50).이은(59).조보훈(66) 후보 등 4명이 시장 공천권을 따기 위해 경쟁을 하고 있었다.
이 때 국회의원 겸 순천지역위원장인 서갑원 의원은 여론지지율 1위를 달리던 노관규 시장을 견제하기 위해서 나머지 3인간의 후보단일화를 몇번에 걸쳐 조율해 합의시켰다.
서갑원 의원과 노관규 당시 순천시장은 순천 매산고 동문이지만, 정치적으로는 앙숙관계.
2004년 국회의원 총선에서 탄핵바람을 탄 열린우리당 서갑원 후보가 민주당 노관규 후보를 이기고 초선 금배지를 달았다.
노관규 후보는 절치부심 끝에 방향을 틀어 2006년 5.31지방선거에 시장으로 격을 낮춰 출마해 당선, 이후부터 서갑원-노관규 경쟁구도가 시작됐다.
노 시장은 당선 이후 서갑원 의원을 수시로 공격하며 자존심을 건드렸고, 서 의원은 순천만정원박람회를 대놓고 반대하는 등 개와 원숭이같은 견원지간이다.
이 때문에 서갑원은 지지도에서 월등히 앞선 노관규를 꺾기 위한 묘책으로 나머지 3명의 단일화를 채근했다는 전언이다.
이에 노관규를 뺀 3인은 단일화에 응하기로 했고 전화여론조사를 실시, 뚜껑을 열어본 결과 3명 가운데 열세로 분류되던 조보훈 후보가 단일후보로 선출됐다.
이은 후보는 자신이 모집한 선거인단 1200명이 단 한명도 포함되지 않았고 조보훈 후보의 고향(주암)이 과다하게 표집되는 등의 명백한 반칙행위가 있었다며 조보훈.서갑원에 이의를 제기하기에 이른 것.
이에 지역위원장이던 서갑원 의원은 3인간의 경선을 무효화하고 체육관 경선을 통해 노관규를 뺀 3인간 단일화를 제안했다.
여기서 이은 후보는 "정치에 환멸을 느꼈다"며 경선에 불참, 2명(조보훈-구희승)이 붙어 조보훈 후보가 '반노(노관규) 단일후보'에 선출됐다.
서갑원의 라이벌인 노관규 시장은 자신을 겨냥한 판세에 부담을 느끼고 "서갑원 의원이 주도하는 경선에는 불참한다"며 탈당, 조보훈 후보는 노관규와 경쟁없이 자동으로 민주당 후보에, 노관규는 무소속 후보로 6.2 지방선거 본선에서 맞붙었다.
결과는 무소속 노관규 후보가 조보훈 후보를 더블스코어에 가까운 압승을 거둬 텃밭을 자부하는 민주당과 서갑원 의원에 굴욕을 안겼다.
서갑원 의원 측이 패배 이후 괘씸해하는 것은 따로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서 의원이 주도한 3인간 '반노 단일화'에 불참한 이은 후보의 여동생(이영란)이 전략공천을 받고 경쟁자없이 무투표 당선을 바라보던 서동욱 도의원 지역구(연향동) 출마를 선언한 것. 서동욱 후보는 서갑원 보좌관으로 복심으로 통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서갑원 의원은 이은 후보가 단일화 파기후 자신을 골탕먹이기 위해 여동생 출마를 종용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은 후보 측은 "출마를 권유한적도 없고 유세조차도 돕지않았다"며 억울해하고 있다. 결과는 서동욱 후보의 압승.
이런 전후의 복잡한 사정에 기인해 서갑원 전 의원과 순천지역위원회에서는 이은 후보에 "손을 봐야한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실제로 순천 선거판이 달아오르기 이전부터 "조충훈은 비리, 이은 경선에 불복해 1차 컷오프 탈락대상"이라며 공심위 구성도 되지 않던 때부터 쪽집게 예언이 떠돌기 시작했다.
실제로 조충훈 전 시장은 낌새를 알아채고 일찌감치 탈당했으나, 이은 후보는 경선참여 방법을 택했다. 이은 후보 측은 "나는 경선불복이 아닌 경선불참"이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경선불복이냐 여부는 해석의 여지가 있다.
경선(競選)의 사전적 뜻은 '경쟁선출'이다. 서갑원 의원이 주도한 '반노 단일화' 선출의 경우 당시 4명 가운데 유력후보이던 노관규 시장을 뺀 3인간 단일화 시도였다는 점에서 효력이 발생하느냐가 쟁점이다.
당에서 치른 공식경선이 아닌 3인간의 시도였다는 점에서 효력을 얻지 못한다는 것이 법률가들의 진단이다.
요즘 정국으로 말하면 순천시장을 저울질했거나 출마한 '기도서-박동수-조보훈 단일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말이된다.
그런 점에서 지역위원회가 '경선불참'을 '경선불복'으로 버무려 중앙당에 특정인의 서류배제를 강력히 항의했다는 점에서 월권 또는 지령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또한 이은 후보와 함께 서류탈락된 박광호 후보 또한 서갑원이 주도한 도의원(왕조동) 경선에 패배한 뒤 자신의 아내를 지역구에 출마시켰다는 이유로 같이 엮여 탈락됐다.
박 의원은 최근 사석에서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나는 무소속으로 출마하려했다. 그런데 서갑원 의원이 전화를 걸어와 '박 의장 같은 훌륭한 분이 경선에 참여하셔야 되지 않나. 공정하게 관리하겠다'고 말해 그 말을 믿고 경선에 참여했는데 결과적으로 나를 들러리 세웠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박광호 후보는 '경선참여자는 무소속 출마불가' 당론에 따라 자신의 아내가 탈당 후 무소속을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이은.박광호 후보의 당시 행보에는 해석에 따라서, 아니면 정치적 이해관계에 있어 해석의 여지가 많다.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 서갑원 전 의원의 경우 2016년 4월 국회의원 총선에는 출마가 가능하다. 민주통합당이 집권할 경우 8.15 광복절 특사로 사면복권 형태로 배려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순천의 경우 작년에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고 야권연대 민노당(현재는 통합진보당) 김선동 후보를 당선시켜 순천지역위원장이 사실상 비어있는 상태이다.
서갑원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했지만, 복심으로 통하는 보좌관출신 서동욱 도의원 등이 여전히 건재해 영향력이 있다는 것이 지역 정가의 분석이다.
서류심사 대상에서 누락된 이은 후보 측은 이번주내에 민주통합당 중앙당에 재심을 신청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은 후보는 "2010년 순천시장 선거 당시 조보훈, 구희승과 같이 실시한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가 무효화 된 이후, 체육관경선을 실시하기 위해 소집된 선거인단을 보니 내가 가입시킨 1만2000명의 당원은 단 한명도 없더라. 그래서 공정한 경선이 아니다 싶어 경선에 불참한 것이다"며 "불복하지도 않은 나에게 경선불복자니 해당행위자니 하는 누명을 뒤집어 씌웠다. 소명기회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중앙당 공천심사 위원들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바쁜 일정 등을 이유로 연결이 되지 않았다.
이은.박광호 후보의 경우 서류심사 대상에서 아예 제외돼 있어 무소속 출마길이 열려있는 상태이다. 두 후보는 재심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중대결심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