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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七十而立: 칠십에 서다

허달 코치 기자  2012.02.26 11:5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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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라마가 그의 새천년 법어에서 말했다.

“일년에 한번은 전에 가보지 못한 곳에 가보라.”
 
그의 말을 충실히 준행하여, 작년에는 11박12일의 스페인 일주여행과 5박6일의 몽골 흡수굴 호수 여행, 저 작년에는 북인도와 중국의 장강 삼협(長江 三峽). 그 전에는 튀니지와 벨기에 일주여행, 또 그 전에는 대만의 화리엔-위산[玉山], 아내와 함께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금년에는 9월이 오면 대망의 실크로드 여행, 벨기에로부터 오는 원정 팀과 동무하여 함께 가질 예정이다. 

그러나 부질없이 쏘다니기만 하면 무엇 하나? 달라이라마 말씀도 명승(名勝)에 눈도장 찍고, 인증 샷 남기라고 하신 말씀은 아닐 터이니, 아무래도 무언가 느껴 남기는 것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도 돌아보면 아주 맹탕은 아니었던 점은, 장강 삼협에서 얻은 감상을 소동파 왕안석의 고사(故事)와 엮어 글 한편 ‘돌이킬 수 없는 것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얻었고, 북인도기행에서 받은 다소 불편하기도 한 감동 적어 모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 칼럼 글 만들어 내 책 ‘잠자는 사자를 깨워라’에 싣기도 하였다.

때가 되어 추억들이 숙성 과정 거쳐 잘 곰삭거든, 

△바르셀로나의 가족 성당, 그 주제가 되었던 몬세라트의 돌산이 주던 영감 △그라나다의 아함브라 궁전, 그 아름다운 정원과 비밀한 방들의 숨은 이야기 △말라카의 피카소 생가와 미술관, 미하스의 당나귀 택시 △론도의 운무(雲霧) 자욱하던 성채에서 보낸 로맨틱한 하룻밤, 그 아침의 투우장과 헤밍웨이 오손 웰스 기념거리 △세비자의 스페인 광장, 마차와 성장(盛裝)한 여인들, 그 축제의 거리, 금의 탑, 은의 탑, 같은 날 저녁의 플라밍고 공연에서 얻은 시 한편 △꼬르도바의 성당이자 모스크, 마드리드 광장에서 멕시칸 밴드에 맞춰 어우러졌던 우리 일행의 라틴 댄스 공연 해프닝 △세고비야의 원조(元祖) 디즈니성 모델과 성당 가는 행렬, 예쁜 마을, 먼산의 눈 △보르고스의 치마 입은 예수상, 빌바오의 구겐하임 박물관….
 
다 엮어 바구니 만들고, 거기 지중해 해변에 작열하는 태양 가득 담으면, 우리 스페인 여행의 흥취 남겨지지 않을까?
 
△흡수굴 그림 같은 호숫가, 화덕에 통나무 던져 넣으면 밤새 게르 안에 장작 타던 소리, 싱그럽던 그 냄새 △밤하늘에 폭포수처럼 쏟아 붓던 두 갈래 꼬리 은하수 △타이거 포레스트 뒷산에 지천이던 에들바이스와 뭇 야생화, 산 구비 돌아설 적마다 안개 베일 사이로 쪽빛, 에메랄드, 청아한 사파이어, 색색 가지 의상으로 갈아입고 출몰하던 횃숀 주역 흡수굴 호수 △뜨거운 돌덩이 넣어 요리한 양고기 스프 허르헉과 투명한 맛의 보드카 컴비네이션 △밤 깊어, 타이거 숲에서 벌어지던 으스스한 샤먼의 춤, 밤하늘을 향해 타오르던 캠프 화이어, 불꽃 솟아 부서져 마침내는 별똥별 되어 사라지던 그 정경….

다 모아 엮으면, 그 또한 하마, 몽골의 자연 서늘하게 가슴에 심는 시(詩) 되지 않으리.
 
아이들 셋, 일남이녀. 제 분복으로 태어나고, 자라고, 성가(成家)했으니, 이 아비는 삼십(三十) 뜻 세울 좋은 때를 모두 허송으로 보내고, 칠십이립(七十而立), 이제야 모처럼 하고 싶은 일을 얻었다 강변한다.

글 쓰고, 강연하고, 코칭하고, 이를 통해 소통하는 일.

자리이타(自利利他), 생멸(生滅) 없으면 마음도 없다, 그렇게 깨닫는 수업(修業).

공자야 성인(聖人)이시라 삼십에 뜻을 세웠다지만, 고타마, 수기(授記) 받은 아승지겁의 인(因)과 연(緣)으 로 삼십유오(三十有五) 네란자라 강 둔덕에 새벽 별 뜰 때, 바로 보고 바로 앎 몰록 얻었다지만,

   
 
한 사십년 늦어졌으면 대순가, 남들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欲不踰矩) 하는 칠십에, 전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에 문득 세운 뜻, 오히려 한가롭다. 

허달 코칭경영원 파트너 코치(PCC) / 전 KPX화인케미칼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