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경 기자 기자 2012.02.24 16:58:57
[프라임경제] 국내 최초 외국 제약사와의 합작사로 선진기술 도입에 앞장서온 한독약품(002390)은 합작사로 출범할 당시부터 관심과 기대를 모았다. 국내 제약업계 성장에 기여하는 바가 클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이 같은 기대에 부응하듯 현재 한독약품은 국내 상위 제약사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그러나 현재 한독약품을 비롯한 국내 제약사들이 직면해있는 상황은 암울 그 자체다. 잇단 악재로 제약환경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예측조차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이로 인해 많은 제약사들이 향후 성장방안을 암중모색 중이다.
이 가운데 한독약품의 남다른 행보가 눈에 띈다. 불확실한 미래에도 불구 역량과 인프라를 다지며 성장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한독약품이 찾은 돌파구는 의약품 생산대행(CMO, 수탁생산)이다. 기존 국내외 제약사들의 국내 물량만 수탁생산했던 것에서 더 나아가 해외 물량까지 아우르겠다는 전략이다.
이 밑바탕에는 한독 컴플렉스 생산공장(이하 한독약품 음성공장)이 있다. 한독약품 음성공장 공장장인 윤병호 부사장을 만나 음성공장의 역할과 인프라, 향후 운영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재 한독약품의 유일한 공장인 음성공장이 향후 성장에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음성공장은 기존 경기도 양주군 구리면 상봉리(현 서울 중랑구 상봉동)에 위치해있던 공장을 이전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연고가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음성에 특별한 연고는 없었다. 예전 상봉동 공장은 서울 시내 위치해있어 시설이 낙후됐음에도 신∙증축에 한계가 있었다. 또 당시 시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기업에 법인세 감면 혜택을 주는 정부시책에 따라 공장을 이전하게 됐다. 많은 제약사들이 비슷한 시기에 공장을 시외로 이전해 안산 등 경기도 쪽에 자리를 잡았으나 그쪽에는 마땅한 부지가 없어 음성을 택했다.
-그렇다면 음성공장도 이전 상봉동 공장과 마찬가지로 합작사인 훽스트사(현 사노피 아벤티스사)의 설계도를 바탕으로 지어졌나.
한독약품 음성공장 공장장 윤병호 부사장.
▲그렇다. 상봉동 공장이 훽스트사의 설계도를 바탕으로 지어진 것처럼 음성공장에도 해외 엔지니어들이 설계 등에 직접 참여했다.
-이렇게 지어진 음성공장은 선진기술과 최신설비 도입으로 ‘최첨단 자동화 공장’으로 불렸었다. 1995년 준공 당시 위상은 어느 정도였나.
▲당시에는 최첨단 공장이었다. 국내 최초로 도입된 장비는 물론이거니와 공장규모 면에서도 음성공장을 넘어서는 공장이 없었다. 자동화시설 역시 갖추고 있었다. 국제적인 생산기준(GMP, 우수의약품의 제조∙관리의 기준)에 맞는 외국의 생산시스템을 적용해 한독약품의 자랑거리였다. 또 단순히 처음에 이 같은 기준을 충족시킨 것에서 그치지 않고 2006년까지 약 10년간 공장이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훽스트사의 인력적 지원이 이어졌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외국계 제약사들이 국내 진출했고, 이에 따라 국내 제약업계의 생산기준이 국제화되기 시작하며 현재는 국내 제약사들 생산시설은 대동소이하다. 때문에 한독약품 음성공장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더욱 까다롭고 철저한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상향조정되는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는데, 몇 차례 진행된 공장 리모델링도 그 일환으로 추진된 것인가.
▲준공 5년 뒤인 2000년 한 달 가량 부분 리모델링을 실시했다. 생산설비 기준이 엄격해진데 따라 그 기준을 맞추기 위해 진행된 것이다. 또 최근에는 지난 2010년 12월부터 2011년 2월까지 3개월가량 200억원(리모델링으로서는 꽤 큰 규모다)을 투자해 리모델링을 단행했다. 이때 리모델링 역시 글로벌 수준에 맞는 생산 인프라를 갖추고 향후 수탁생산∙수출물량 증가에 대비한 생산 캐파(capa, capacity)를 늘리는데 중점을 뒀다. 제조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제조실행시스템(MES)’과 글로벌 수준의 품질관리체계를 구축하는 ‘실험실정보화관리시스템(LIMS)’, ‘작업장 환경 관리시스템(BMS)’ 등이 새롭게 도입됐다. 이들 시스템 외에도 새로운 제조장비 도입으로 연간 16~18억정 이상의 의약품 제조가 가능해졌다. 아울러 음성공장은 직원들의 안전과 무재해를 중요시 하고 있다. 때문에 두 차례의 리모델링 과정 외에도 직원들의 안전을 위한 유해물질 감축설비 개선 등에 연간 10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그 결과, 준공 이후 현재까지 단 한차례의 재해도 발생하지 않았다.
-제약업계가 약가인하와 한∙미FTA 발효를 앞두고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있다. 한독약품은 악재 돌파구이자 성장동력으로 수탁생산 즉, 의약품 생산대행(CMO)를 택했다. 현재 음성공장에서 이뤄지는 CMO의 현주소와 향후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현재 음성공장은 6개 회사와 계약을 맺고 30여종의 제품을 수탁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이들 수탁생산은 음성공장에서 생산되는 전체 포장물량의 34%를 차지하고 있다. 한독약품 음성공장은 지난 1998년부터 수탁생산을 해왔다. 1990년대 후반 외국계 제약사들이 점차 국내에서 의약품 자체 생산 비중을 줄여간데 따른 것이다. 그 동안 음성공장은 외국계 제약사나 국내 제약사의 국내 판매(수요)물량만 수탁생산 해왔으나 이것만으로는 향후 신규매출 창출이 힘들다. 때문에 이들의 해외 판매물량까지 수탁생산 범위를 늘리는 것이 과제이자 목표다. 올해 우선적으로 일본 내 제약사와 수탁생산 계약을 맺을 계획이다. 이후에는 미국과 유럽 등 대규모 해외시장을 대상으로 수탁생산을 진행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독약품과 생산시설인 음성공장의 수준을 알리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아직까지 해외에서는 한독약품의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인데, CPhI(세계의약품박람회)에 참여해 인지도를 높여나갈 예정이다.
-수탁생산을 위해서는 계약을 맺은 제약사나 각 나라의 생산기준에 부합해야하는데, 이 부분에 있어서는 문제가 없나.
▲수탁생산물량을 해외수출 하기 위해서는 수출국의 GMP 기준에 맞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 각 국가에서 음성공장에 실사를 위한 감사인력을 파견하고 있다. 한독약품은 현재 50여개국에 의약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이들 나라의 GMP기준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도 지속적으로 수출국을 늘리기 위해 평가를 받고 있으며 올해도 다수 국가의 감사가 예정돼있다.
-수탁생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또 향후 수탁생산 전략은 어떻게 되는가.
▲수탁생산(CMO)는 품질과 가격이 경쟁력이다. 제약사들이 자체생산 대신 수탁생산을 하는 이유기도 하다. 품질의 경우 GMP 기준과 기술개발로 높여갈 수 있는 부분이다. 가격의 경우 원료를 저렴하게 구입하고 대량생산하는 규모화 전략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여갈 것이다. 이를 통해 앞서 말했듯이 올해 일본 내 제약사와 수탁생산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시작으로 향후 미국, 유럽 등 글로벌시장에서의 입지를 키워나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