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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한독약품 음성공장 첨단생산 ‘이 정도일줄은…’

지난해에만 200억 설비투자, 생산효율 극대화…또 다른 도약 시동

조민경 기자 기자  2012.02.24 16:3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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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일괄 약가인하와 한∙미 FTA 발효를 앞두고 국내 제약업계 상황이 녹록치 않다. 연이은 악재로 업계에는 폭풍전야의 긴장감마저 감돈다. 그러나 이 가운데서도 차분히 자신들만의 영역을 확보하며 돌파구를 마련해나가는 곳이 있다. 국내 첫 외국 제약사와의 합작사인 한독약품(002390)이 주인공이다.

지난 1957년 독일 훽스트(Hoechst)사(현 사노피 아벤티스사)와의 기술제휴에 이어 1964년 훽스트사의 자본참여에 따라 합작회사로 본격 출범한 한독약품은 당시 국내보다 발달한 외자사의 선진기술 도입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앞선 기술도입과 기대는 한독약품의 국내 제약사 판매순위 10위권 진입의 밑거름이자 성장동력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한독약품이 현재 위기를 기회로 바꿔나가는 중심지는 충북 음성에 위치한 한독 컴플렉스 생산공장(이하 음성공장)이다. 1995년 준공시절 최첨단을 자랑한데 이어 이제는 전략적 요충지로 거듭나고 있는 것.

서울의 낮 기온이 평년기온을 웃돈 지난 22일, 서울에서 차로 약 1시간20분여 달려 충북 음성군을 찾았다. 음성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5분쯤 더 갔을까. 길 오른편의 음성공장이 눈에 들어왔다.  

◆‘건물반 풀반’ 9만840㎡ 부지, 비밀은…

총 9만840㎡규모의 부지 가운데 떡 하니 자리 잡은 음성공장. 3층 높이의 공장은 17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신식 외관을 뽐내고 있었다. 공장을 중심으로 부지를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한독 컴플렉스 생산공장(한독약품 음성공장).
이때 문득 ‘건물반 풀반’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공장부지 내에는 공장(생산본부) 외에도 한독의약박물관과 미래창조원(연수원) 등 건물이 들어서 있는데 이들 건물과 맞먹는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잔디밭과 나무들이다. 통상 건물 입구나 뒤편에 조경을 위한 잔디밭을 만들지만 이곳은 건물을 가운데 두고 좌우대칭으로 잔디밭을 조성해놓은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는 한 가지 비밀이 숨어있다. 향후 생산물량 증가로 인해 공장 증축이 필요할 경우 이를 용이토록 하기 위한 것이란다. 여유공간(부지)이 없을 경우, 증축이 쉽지 않지만 음성공장의 경우 공장을 축으로 양쪽에 잔디밭(여유공간)을 만들어둬 이후 증축 시 기존 생산에 차질 없이 증축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그때까지 잔디밭을 마냥 놀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잔디밭에 조경수를 심어 자칫 삭막할 수 있는 공장을 자연친화적인 공간으로 만든다는 전략이다. 한독약품 ‘왕회장’ 즉, 창업주인 김신권 명예회장이 나무 한그루 한그루를 직접 고르고 심는 위치까지 지정했을 정도로 애착이 담긴 공간이기도 하다.

◆원료 입고에서부터 ‘안전 또 안전’ 

향후 증축까지 고려해 설계된 공장 외관과 부지를 둘러보며 준공 당시 최첨단 자동화 공장을 위상을 자랑했던 공장 내부는 어떨지 기대가 부풀었다.

공장내부를 둘러보기에 앞서 한독약품 윤주연 이사는 “음성공장은 1995년 준공 당시 최첨단 공장이었다”며 “국내 최초로 도입된 장비와 자동화 시스템으로 주목받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총 3층 높이의 음성공장에서는 원료의 입고에서부터 샘플링, 생산, 포장, 품질검사(이하 QC, Quality Control), 출고까지 전 과정이 이뤄진다. 내용고형제와 주사제, 항생제 등 총 3개 동의 생산시설 중 가장 대표적인 내용고형제(정제, 알약)의 원료 입고부터 생산, 포장까지 전 과정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우선, 원료와 자재는 1층 입출고 도크를 통해 들여오게 된다. 하역된 원료와 자재는 검수확인 절차를 거쳐 입고일과 사용가능기한 등이 기록된 바코드를 부여받는다. 입고된 원료의 적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샘플링 검사(검체 채취검사)가 필수인데, 이 과정은 입출고 도크 옆에 별도 마련된 컨테이너 형태의 공간에서 이뤄진다.

원료는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이 공간으로 보내지고, QC 인력들은 갱의실(탈의실)에서 위생복으로 갈아입고 오염방지를 위한 에어샤워(소독)과정을 거친 후 이곳으로 들어가 원료의 샘플을 채취한다. 이렇게 채취된 샘플은 3층 QC실로 옮겨져 검사를 받게 된다. 샘플을 채취하고 남은 원료와, 함께 들여온 원료들은 컨베이어벨트와 무인운반 대차 RGV(Rail Guided Vehicles)에 의해 옮겨져 공장 1층에 자리 잡은 하이랙(고층선반)에 적재∙보관된다.

원료들은 하이랙에 보관되지만 QC 검사가 끝나 사용적합 판정을 받기 전까지는 생산라인으로 이동할 수 없다. QC 검사가 끝나야만 원료의 출하 승인이 내려지는데, 혹시나 있을지 모를 오염 등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장치인 셈이다.

한편, 4000여개의 하이랙에는 원료와 자재 외에도 공장에서 생산된 완제품도 함께 보관되고 있었다. 원료와 완제품의 적정 상태를 유지하고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적재공간의 온도와 습도는 중점 관리된다.  

◆‘칭량→과립→타정’ 어디서나 생산효율성 제고                                            

음성공장은 원료입고와 샘플링 등 첫 단계만으로도 의약품 안전성을 최우선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 과정보다 오염 등의 위험성이 높은 본격 제조∙생산단계에서는 더욱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었다.

내용고형제는 칭량(칭량실)→과립(과립제조실)∙건조→혼합(혼합실)→타정(타정실)→코팅(제피실)→포장(포장실) 단계를 거쳐 생산된다. 음성공장은 생산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생산공정을 2층에서부터 1층으로 내려오면서 진행되도록 설계했다. 때문에 본격 생산을 위해서는 우선 1층 하이랙에 보관된 원료가 2층 칭량실로 이동돼야 한다. 

   
원료와 완제품 등을 운반하는 무인이송차 AGV(사진의 주황색 기계). AGV는 공장 바닥에 매설된 마그네틱 테이프에 의해 자동으로 이동한다. 바닥의 선들이 매설된 마그네틱 테이프 자국이다.
이때, 원료를 2층으로 운반하는 역할은 3대의 AGV(Automated Guided Vehicle, 무인이송차)가 담당한다. AGV는 공장 바닥에 매설된 마그네틱 테이프에 의해 자동으로 각 원료를 2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 싣는다. 이렇게 2층 칭량실로 운반된 원료들은 대부분 파우더 형태로, 칭량 후 과립제조실에서 응집시켜 과립 형태로 만들어진다. 

과립 형태로 만들어진 원료는 건조와 체과(이물 등 걸러냄) 단계를 거쳐 큰 통에 담긴다.  통에 담긴 원료는 혼합실로 옮겨져 혼합기계에 의해 360도 회전을 반복하며 고루 섞인다. 혼합기계는 긴 봉 끝에 통의 뚜껑이 달려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뚜껑에는 또 혼합을 돕는 2개의 넓적한 판이 있는데 뚜껑을 과립 형태의 원료가 담긴 통에 맞추면 2개 판은 원료 통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때 봉은 원료 통을 360도 돌리며 혼합하게 된다. 

이렇게 혼합된 원료는 이제 정제형으로 만들어져 포장되는 과정만 남겨둔 상태다. 혼합된 원료는 파이프를 통해 1층 타정실로 내려보내진다. 타정실에서는 과립 원료에 일정 압력(펀칭)을 가해 정제형 즉, 알약을 만들어낸다. 타정기계가 설정 압력을 벗어나게 되면 자동으로 멈추게 되며 타정기 끝부분에는 금속검출기를 설치해 금속이물 혼입을 체크한다.

   
2층에서 중력에 의해 떨어지는 원료에 일정 압력을 가해 정제(알약)을 만드는 타정실 모습. 타정기 끝부분에는 금속검출기를 설치해 금속이물 혼입 여부를 체크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정제는 필요한 경우 코팅 과정을 거쳐 정제검사(성상검사)를 거친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경우 정제 성상(모양)에 민감하기 때문에 더욱 신경을 쓰는 공정 중 하나라고 한다. 이전에는 일일이 사람들이 했지만 올해부터는 자동정제검사기 3대를 도입∙가동해 정확도를 높였다는 후문이다.

성상검사를 통과한 정제는 포장실로 간다. 총 4개 포장라인은 블리스터 포장(PTP, press through pack) 라인 3개와 병 포장 라인 1개로 구분된다. 각각의 포장라인은 또 1차와 2차 포장구역으로 나뉘며 1차 포장구역은 완전 차단 설비로 이곳에서 정제가 최소 단위로 포장(병 포장 라인의 경우 완충제 충진 후 마개 닫음)된 후 2차 포장구역으로 보내져 라벨링과 설명서 첨부, 박스(카톤)포장 등 최종과정이 이뤄진다.

칭량부터 포장단계까지 전 생산단계에서는 중간공정검사가 실시된다. 각 단계별로 무작위로 제품을 뽑아내 무게 등 의약품 상태를 체크하는 것이다. 완제품에 대해서도 역시 QC가 진행되며 이를 통과해야만 비로소 출고가 가능하다.

◆지난해만 200억 투자, 생산시설 지속 개선

이 같은 음성공장은 1995년 준공당시 ‘최첨단 자동화 공장’이라는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꾸준한 노력을 보여 왔다. 그러나 음성공장 준공 이후 여타 제약사들이 글로벌 기준에 맞춰 비슷한 수준을 갖춰나감으로써 과거 위상이 퇴색돼버린 것이 사실. 다른 제약사 공장과 설비나 수준 등을 비교할 때 뒤처지지 않지만 그렇다고 앞섰다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생산된 정제(의약품)이 포장라인에서 포장되고 있다. 각각 1차와 2차로 나뉘는 포장라인은 개별포장부터 라벨링, 설명서첨부, 카톤(박스)포장까지 모두 자동으로 이뤄진다.
이에 한독약품은 음성공장에 지속적인 리모델링을 단행해 세계 수준의 인프라를 구축해나가고 있었다. 준공 5년만인 2000년 첫 리모델링을 시작으로 2010년 12월부터 2011년 2월까지 3개월간 2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리모델링 금액으로 봤을 때 200억원은 꽤 큰 규모라 할 수 있다.

지난해 진행된 리모델링은 △교차 오염 최소화 △새로운 시스템 도입을 통한 품질관리 시스템 향상이 핵심이었다. 공장을 둘러보는 동안 리모델링의 흔적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타정실 등 각 과정에 버퍼존(buffer zone, 중간 문)을 설치해 원료나 사람들이 이동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오염을 최소화하고 있었다. 이를 비롯해 각 공정에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 제조실행시스템)을 도입해 기존에 수작업으로 진행되던 원료 입고부터 제품 출하까지 전 과정을 자동으로 통합 관리해 국제적 수준의 제조환경을 구축해냈다. 이 외에도 BMS(Building Management System, 작업장환경관리시스템)로 작업장 온도, 습도 등 환경과 오염발생 정도를 관리해 적정 생산환경 조성에 힘쓰는 모습이 역력히 드러났다.   

최신 생산시스템 구축에 따라 생산효율성이 향상되며 생산량 역시 증가했다. 현재 음성공장의 연간 최대생산 캐파(capa, capacity, 생산능력)는 16~18억정에 달한다. 이로써 한독약품은 향후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수탁생산 즉, CMO(의약품 생산대행)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성공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한독약품은 수탁생산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현재 6개 회사, 30여종을 수탁생산하고 있지만 올해 일본 제약사와 수탁생산 계약을 체결하고 향후에는 여러 해외 제약사와 계약을 맺어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높여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