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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거래정지 “특혜시비 잠재울 최고의 출구전략”

24일 하루 주권매매거래 정지…10대그룹 사상초유

이수영 기자 기자  2012.02.23 19:5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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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대기업 특혜’ 논란으로 소액투자자들의 공분을 샀던 한화(000880)가 1거래일 주식거래매매정지와 제재금 700만원 처분으로 ‘늑장공시 파문’을 일단락 지었다.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위원회는 23일 (주)한화(000880)의 주식매매거래를 24일 하루 동안 정지한다고 공시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거래소는 이날 한화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했으며 벌점 7점과 제재금 700만원을 부과했다.

당초 거래소는 지난 17일 공시를 통해 한화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예고했으며 예고벌점 6점을 부여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확정안은 벌점 1점이 상향됐고 제재금 700만원이 추가됐다. 징계수위가 더 무거워진 셈이다.

◆10대그룹 사상 초유 그러나…

10대그룹사 가운데 주권매매거래가 정지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화는 최소한 거래정지 만이라도 막기 위해 거래소 측에 이의신청과 함께 공시 지연 사유를 상세히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증권업계는 이번 사태가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이달 초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회장의 검찰 기소는 새로운 악재가 아니고 거래소의 제재는 예상 범위라는 점 때문이다. 또 23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 순위 84위인 한화가 하루 만에 유동성 경색에 빠질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지난 6일 한화의 불성실공시 논란에 불이 붙은 직후 한화 주가는 개장 초 7% 이상 급락했으나 꾸준히 낙폭을 줄여 전일대비 4.64% 하락하는 데 그쳤다. 한화그룹주도 1~2%대 소폭 하락했으며 대부분 주가를 회복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관계자는 “거래소가 매매거래조치 기준을 넘는 벌점 6점을 예고했고 악화된 여론을 감안하면 제재수위가 경감될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며 “예고된 수순이었던 만큼 관련 이슈는 이미 주가에 상당부분 반영돼 추가적인 하락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히려 한화가 경영투명성 강화를 강조하고 나서 기업신인도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하이투자증권 이상헌 연구원은 “지난 3일 상장폐지 실질심사 가능성이 불거진 이후 한동안 주가가 많이 빠진 상태”라며 “현재는 악재가 어느 정도 해소된 상황으로 보이기 때문에 하루 정도 거래가 정지된다 해도 주가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거래소 “失 없이 得 챙겼다”

오히려 이번 조치는 거래소는 물론 한화에도 최선의 출구전략 중 하나로 보인다. 한화는 금요일 장 마감 이후 오너의 횡령·배임으로 인한 기소 사실을 그것도 1년 이상 늑장 공시해 ‘꼼수 대기업’의 오명을 썼다. 거래소는 주5일 근무 철칙(?)을 깨면서까지 한화를 거래정지 위기에서 구했다는 비아냥거림에 시달렸다.
 
그러나 이날 조치로 거래소는 원칙을 지켰다는 명분을 얻었고 한화는 최소한의 징계를 수용하며 논란을 마무리 할 기회를 잡은 셈이다. 결국 양쪽모두 실익을 챙겼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상장사의 거래정지 조치에 한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던 거래소가 큰 결심을 한 것이라는 데는 업계에 이견이 없다.

한편 한화 측은 “지난 14일 한국거래소에 이의 신청을 하고 23일 공시위원회에 출석해 성실히 소명하는 등 주주 불편과 시장 혼란 방지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며 “안타깝게도 1일 매매거래정지로 인해 주주와 시장에 혼란을 초래한 데 대해 유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