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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급한 불 껐나' 했더니 이번엔 유가 '복병'

유가 고공행진에 항공·해운 ‘울상’ 자원개발株 ‘상승’ 기대

이정하 기자 기자  2012.02.23 16: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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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그리스의 2차 구제금융 지원 소식에 한숨 돌렸나 싶었지만 이번에 유가가 말썽이다. 미국과 이란의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두바이유(Dubai)와 브렌트유(Brent)의 가격이 지난해 전고점(두바이 118.98, 브렌트 126.65) 수준을 보이고 있다. 치솟는 유가가 국내증시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고공행진 유가, 경기에 발목 잡나?

23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두바이유는 전일보다 1.73달러 오른 119.42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 브렌트유는 1.90달러 뛴 123.45달러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0.28달러 상승한 106.10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유가가 지칠줄 모르고 상승하는 배경에는 이란발 지정학적 리스크를 꼽을 수 있다. 이란의 핵개발 의혹에 미국은 우방국들에게 이란 원유 수입을 종용하고 있고, 이에 맞서 이란은 호르무즈해협 봉쇄라는 추강수를 뒀다. 이란의 원유 생산은 전세계 생산의 5%에 불과하나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는 세계 원유 생산 및 교역에 약 20%에 육박하고 있다.

   
 
또한 다음 주 실시되는 유럽중앙은행(ECB)의 2차 장기대출프로그램(LTRO) 등 글로벌 유동성 확대로 유가 상승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하나대투증권 소재용 연구원은 “이란산 원유 수입 의존도가 한국을 비롯한 주요 아시아의 경우 10%를 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볼 경우 설사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가 단행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대이란 제재조치 동참 자체로도 원유 수입에 대해 일정부분 부담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이투자증권에 박상현 연구원은 “국제 유가의 고공행진은 2월 중국과 EU 제조업 PMI지수의 예상 밖 부진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제조업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어 글로벌 경기 회복에 장애물로 작용할 여지가 높다”고 지적했다.

◆FT “국제유가 배럴당 150달러 돌파할 수도”
 
파이낸셜타임즈(FT)는 이란산 석유 금수 조치로 올해 안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고 전일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세계 최대 석유거래업체 ‘비톨’은 국제유가가 현재 수준인 배럴당 120달러 안팎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지만,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될 경우 150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비톨의 이언 테일러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석유산업 종사자들의 연례모임에서 “국제 유가가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2008년 배럴당 130달러를 넘을 수도 있다”며 “가능성이 크다고는 할 수 없지만, 없다고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 측면에서 볼 때 시장은 엉망인 상황”이라며 “반면 수요는 크진 않더라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유가가 지금 수준보다 내려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앞으로의 상황을 어둡게 봤다.

◆항공·해운↓ 자원개발株↑

이란발 리스크 부각에 따른 유가의 단기 상승은 코스피 열기를 식힌다는 점에서 주가의 조정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그러나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 등 항공주와 흥아해운(003280), KSS해운(044450), 한진해운(117930), STX팬오션(028670), 현대상선(011200), 대한해운(005880) 등 해운업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반면, 자원개발 업종인 한국가스공사(036460)와 LG상사(001120)는 유가 상승과 자원 볼륨(volume) 증가로 투자 매력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주익찬 연구원은 “석탄가격이 유가와 동행하기 때문에 LG상사의 석탄자원 가치도 유가 상승시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투자증권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의 최종 수출지역의 78%가 아시아(중국 13%)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실제 봉쇄가 단행될 경우 충격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가 가장 높을 것으로 여겨진다. 설사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가 단행되지 않더라도 대이란 제재조치 동참 자체로도 원유 수입에 대해 일정 부분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 사회의 비난, 산유국의 증산 가능성 등을 고려한다면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심각한 상황으로까지 전개될 가능성은 비교적 낮으나 △이란 핵포기에 따른 식량 지원 대가 조율 △미국의 정치적 이용 가능성 △국제원자력기구(IAEA) 마찰 등으로 해소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재용 연구원은 “당분간 두바이유가 정상적인 수준보다 다소 높은 가격을 형성할 것”이라며 “한국의 정책금리도 당초 전망과 달리 연중 동결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여타 지역에 비해 센티멘털에는 부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