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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나쁜 언론, 참 나쁜 언론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2.23 08:5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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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법률신문이라는 매체가 있습니다. 법조계 종사자나 고시 공부하는 학생들 외에는 생소해 하는 이들도 많겠지만, 한국전 무렵부터 발행되어 온 유서 깊은 신문입니다.

이 신문의 편집국장이 일간신문의 홍보성 기사를 분석, 연구하는 방대한 작업 끝에 논문을 내 흥미를 유발하고 있습니다.

황진선 국장의 연구에 따르면, 중앙 일간지의 홍보성 기사가 지난 2008년부터 급증하고 홍보성 기사 건수와 신문 발행부수가 정비례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일간신문의 홍보성 기사의 추세·유형과 신문매출액·발행부수의 관계에 관한 연구’라는 긴 제목의 이 논문은 지난 2008년 4월부터 2009년 3월까지 전체 신문윤리강령 위반 기사 628건 중 홍보성 기사는 101건으로 16.1%를 차지했다고 밝힙니다. 또 2009년 4월부터 2010년 3월까지는 190건, 2010년 4월부터 2011년 3월까지는 318건으로 급증해 전체 윤리강령 위반기사 중 각각 홍보성 기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37.8%, 44.4%를 차지했다고 말했습니다.

홍보성 기사는 신문윤리실천요강 1조 2항(사회 경제적 세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위반해 한국신문윤리위원회로부터 경고 및 주의를 받은 기사를 말한다고 이 논문은 전제하고 있으니, 실제로 ‘위원회 적발’을 당하지 않은, ‘의심이 농후하게 가는 경우’까지 넣으면 엄청난 규모로 비리가 저질러지고 있다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논문의 의의는 신문별로 보면 이른바 저명지, 유력지에서 이런 짓을 더 많이 해 왔고, 또 더욱 늘리는 추세라는 점을 밝혀낸 데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2008년 2건에서 10년에는 20건, 중앙일보는 3건에서 18건, 동아일보는 4건에서 24건으로 홍보성 기사가 늘었다는 설명입니다(경영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편인 한겨레의 경우조차도 2008년 한 차례도 적발되지 않았다가 2010년 10건이 홍보성 기사로 드러났다는 점, 마찬가지 사정인 경향신문은 같은 시점 대비 1건에서 8건 정도에 그칩니다). 경제지도 종합지 못지 않습니다. 매일경제는 같은 기간 2건에서 36건, 한국경제는 3건에서 22건으로 늘었다고 논문은 소개합니다.

황 국장은 홍보성 기사 안에 특정 상품의 이름을 넣은 사례도 발견되는 등 혼탁한 사정을 낱낱이 밝히면서, 이는 ‘신문판 제품간접광고’라고 할 수 있다고 개탄합니다.

신문인 것 같으면서 신문이 아니라 신문판 간접광고지를 하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유력한 전문지 고위층 언론인으로부터 나온 상황이니, 저 같은 미물이 이들 매체를 ‘사이비’라고 탄핵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합니다. 돌이켜 보건대, 저기 저 중에 동아일보는 (지난해 5월 광고주협회가 이름 붙인) 일명 ‘나쁜 언론’ 논란이 붙었을 때 전사적으로 나서서 (사설까지 동원했으니 이런 표현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해당 의혹 도마에 오른 군소 매체들을 흉보았고, 중앙일보 계열사인 중앙선데이는 이에 앞선 시점에 ‘소설 같은 기사’라는 표현을 써 가면서 비판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거기 나오는 P경제가 저희 프라임경제인데, 광고를 받으려 P경제가 부정적 기사를 연이어 쏟아낸다는 대한항공 측 시각에만 상당히 경도된 기사라는 서운함이 개인적으로는 있습니다.

억울하다 어떻다의 ‘나쁜 언론’ 진실 논란은 차제에 논하기로 하고, 정말 ‘나쁜 언론’이 존재한다고 치더라도, 해당 언론들은 저들 일간지나 계열사의 비판에 주눅들 필요가 없겠습니다. ‘사시미질’ 하는 ‘나쁜 언론’이 앉아서 간접광고지 매일 같이 찍어내며 종이 낭비하는‘더 나쁜 언론’보다 조금 낫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