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손해보험사들이 여론의 끊임없는 자동차보험료 인하요구에 결국 ‘두손 두발’ 든 모양새다.
지난해 손해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해도 ‘보험료 인하를 검토해보겠다’고 버티던 그들이 금융당국 수장인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직접 보험료 인하를 지시하고 나서자 버티기에 한계를 느낀 것 같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일 금융위원회 간부회의에서 “손보사들은 정부의 제도 개선에 따라 구조적으로 손익 개선이 이뤄졌다”며 “이런 경영여건 개선이 금융소비자를 위한 보험료 인하로 연결돼야 하며 조만간 업계 자율적으로 이런 노력이 가시화되기를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자율’을 부탁한 김 위원장의 발언 하루만에 대형손보사들은 4월부터 보험료를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발표 전까지 인하율 조정이 가능한 만큼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2~4%선에서 중소형차 위주로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회계분기가 끝나는 3월 이후 보험료인하를 결정한 보험사들은 “여론이 강해 인하를 진행하지만 억울한 부분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자동차보험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손해율도 낮아졌을 뿐이지 적정손해율보다 높은 상태”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연간 적자는 약 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14개 손보사의 2011회계연도를 살펴보면 1~3분기(4~12월)까지 자동차보험에서 321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같은 분기 손해율 또한 평균 74.7%로 적정손해율인 71%보다 3%가량 높은 편이다.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자동차보험의 보험료 인하를 주문하는 것은 A흑자를 빼서 B적자를 메우라는 것인데 이는 금융당국의 방침과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대형사들은 그렇게라도 할 여력이 있지만 손보사들의 경우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며 “각사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으면 ‘공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상황이 상황인 만큼 인하를 진행하지만 나중이 더 큰 문제”라며 “이후 적자폭인 계속 늘어나 결국 다시 인상을 해야 할 땐 엄청난 반발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물가가 올라가고 손해율도 적정기준보다 높아 오히려 인상요인이 있는 가운데 진행되는 보험료 인하라 더욱 걱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