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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인정하고 인정받기

이주아 코치 기자  2012.02.22 15:5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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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여성, 커리어우먼은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해 언제나 분주히 움직인다. 아침6시에는 기상해야 아침식사 준비 및 빨래도 삶아서 세탁기에 돌리고 밀린 집안일을 하고 나갈 수 있다. 그렇게 분주히 움직여야 가족들 아침식사는 거르지 않고 세상 밖으로 나 갈 수 있기도 하거니와 집에 들어와서도 덜 분주하다.

언젠가는 너무 피곤해 간단한 먹거리 토스트, 씨리얼으로 아침식사를 준비했더니 다음날 남편님 “전 밥과 국 주세요”라 한다. 아이들도 하루 이틀 지나니 “저희들도 밥 좀 주세요”라고 한다. 결국 우리가족은 매일 아침 옹기종기 식탁에 둘러 앉아 아침식사를 밥, 국 또는 찌게 필수에 제철나물 겉절이와 다른 반찬들을 놓고 아침식사를 매일 거르지 않고 하고 있다.

가끔은 아침에 삼겹살까지 아주 호강스런(?) 아침식사를 하기도 했다. 함께 일하는 동료나 아는 지인들에게 얘기하면 “어디 조선시대 살고 있니?”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가족들은 언제나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아침 밥 차려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한다. 이러니 어찌 아침밥상 차리기를 소홀히 할 수 있겠는가?

“몸은 힘들어도 가족이 맛있게 먹어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세상의 많은 어머니들이 하시는 말씀이다. 가족이 좋아하니까 내가 힘든 건 참는다는….

필자도 잘 참지 못하고 인정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예전의 이야기를 꺼내어 보자면, 필자의 남편은 누이가 7명이다. 유난히 시누이 가족들이 많이 모인 시댁모임에 가 있노라면 시누이 7명에 딸린 식구들까지 모두 24명. 시아버님께서는 며느리인 필자를 너무 예뻐하셔서 더더욱 시누이들의 시샘이 많았다. 7명의 시누이들 기분 파악해서 맞춰 주려고 노력해도 워낙 다양한지라 잘 지내고 싶어서 안달 난 필자는 각자가 가진 성격과 행동을 자연스럽게 연구하게 되었다.

결혼하고 2년쯤 지난 어느 날, 시누이들 성향을 아직 잘 모를 때의 일이다. 첫째 아이가 막 돌이 지나고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 컨디션이 안 좋아 며칠째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며칠 동안 못 자서 피곤하고 정신도 몽롱한 상태에서 시댁에 갔다. 밤잠을 한 잠도 못 잔 필자는 새벽녘 아기와 함께 겨우 잠이 들었다.

“이 집 며느리는 팔자도 좋아, 아직도 안 일어나고 잠을 자고 있네.”

이른 아침 문밖에서 ○○ 시누이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이 지긋하신 이 시누이는 언제나 친정나들이를 오시면 주방에서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늘 말씀으로 지시하셨다. 

몸이 천근만근이던 필자는 ‘에라 모르겠다. 시누이가 7명이니 아침 걱정은 없겠지’라는 생각으로 그냥 자버렸다. 그러자 그 시누이가 지나가면서 들으라고 한 번 더 하신다.

“올케 아직도 안 일어나고 뭐 한대?”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시누이가 끼어들었다.

“밤새 아기 때문에 잠 못 잤을텐데 깨우지 말지.”

이 시누이의 따뜻한 말씀이 떨어지자마자 내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를 인정하는 소리에 ‘아, 난 이집 며느리지. 일어나야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사람이 있으니 그 사람을 위해서라도 일어나야겠다는 의지가 샘솟았던 것이다.

그 의지로 겨우 이틀을 보냈다. 2박3일 머물기로 했던 시댁일정이었지만, 하루를 남겨 놓고 남편을 겨우 설득해 우리 가족은 탈출하다시피 먼저 나와 버렸다. 몸도 지칠 때로 지쳤었지만, 아무리 열심히 해도 칭찬이나 인정을 받을 수 없다 보니 도저히 있을 수가 없었다.

지나고 보니,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당시 ○○ 시누이는 얼마나 놀라셨을까. 새내기 며느리이자 올케가 대체 얼마나 ‘강심장’인지…. 일어나라는데 일어나지도 않고 버티더니 한술 더 떠 먼저 쏙 가버리기까지 하니 말이다. 시간이 많이 지나고 보니 ○○ 시누이가 왜 그렇게 문 밖에서 깨우셨는지 이해가 됐고, 잠 더 자라고 이해 해 주신 그 시누이의 마음도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왜 그렇게 엄히 며느리를 다스렸는지도….

시어머님께서 돌아가시고 안 계신 터라, 시누이들이 당시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필자에게 남편집안의 가풍을 이어 받도록 하기 위해 이것저것 연습시키려는 것이었다. 결혼 초기엔 시누이들이 마냥 무섭고 불편하기만 했다. 지금에서야 편해졌지만, 시누이의 마음을 잘 몰랐고, 또 알려고도 하지 않았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탈출사건’이 있은 지 6년이나 지난 후에야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었다. 서로가 잘잘못을 인정하지 않았으면 우리 부부는 이혼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이혼하고, 정말 좋은 직장임에도 이직을 감행한다. 그 결정적인 이유의 중심에는 ‘인정받지 못해서’가 있다고 한다.

아내의 노력을 당연시하고 며느리의 노력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사랑하는 가족을 너무나 힘들게 하는 일이다. 이는 직장사회에서도 마찬가지. 부하직원이라는 이유로 모든 실적을 상사가 가로채는 일이 자주 벌어지는데, 이는 직원의 사기를 극도로 떨어뜨리는 일이다. 이런 일을 겪은 직원들 중 상당수가 이직을 결심한다. 

인정하고, 인정받기.

   
 
가정 혹은 시댁에서 “맛있다”, “잘 한다”, “대단하다” 등의 인정을 받으면 하는 일이 아무래도 덜 힘들고 정성이 들어간다. 좋은 아이디어로 우수한 실적을 이뤄낸 직원은 상사로부터 인정받고 동료들에게 인정받으며, 타인이 잘하는 일은 적극적으로 인정해 서로가 윈-윈할 수 있다. 서로의 잘잘못을 인정해 주는 곳 그곳은 언제나 승승장구가 함께 한다.  
 
이주아 한국코치협회인증 전문코치 / 부모코칭 전문가 / 갈등관리 전문가 / 소통과 감성 코칭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