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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명동의 자갈치식 자정을 기대한다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2.21 05:5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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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서울의 중심, 명동이 뜨겁다.

명동은 쇼핑 일번지로 유명한 곳. 근래에는 몰려드는 중국 및 일본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최전선으로 기능하고 있다. 화장품 등 한국 상품이 워낙 입소문이 나다 보니, 풍부하고 화려한 쇼핑을 원하는 외국인들이 붐비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명동 로드숍(코스메틱 메이커가 대로변에 설치하는 판매점 중심 영업 방식, 혹은 그러한 방식에 동원되는 가게)들은 으레 중국어 및 일본어가 가능한 종업원들을 고용, 호객꾼으로 활용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런 호객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음에도 좀처럼 자정이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소음 공해는 둘째 치고 특히 잡아끄는 등으로 불쾌감을 조성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는 후문이다.

일선 자방자치단체에서는 지도에 나서면서 적발시 계도장을 발부하는 등 쇼핑 1번지 품격 관리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명동의 이런 호객 관행은 좀처럼 괄목상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유사한 문제로 고민하던 부산의 시장에서 스스로 관행을 고친 것은 신선한 타산지석감이라는 점에서 벤치마킹을 권하고 싶다.

근자에 부산의 대표 쇼핑 메카인 자갈치시장에서는 상인들의 시끌벅적한 호객 목소리가 사라졌다. 대신 가게마다 이런 호소성 문구가 적힌 두꺼운 판지를 붙이거나 상인이 푯말을 들고 지나가는 손님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마치 묵언 수행 중에 ‘묵언’이라고 목에 건 모양과 같다고 할까? 여기에는 사단법인인 부산어패류처리조합 등의 노력이 컸다고 한다. 자갈치시장에서 지나친 상인들의 호객 목소리가 사라진 건 공감대 형성 및 강력한 연대 구축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어패류처리조합이라고 하지만, 일반적인 상가번영회처럼 상인들의 영업 성적에 민감할 수밖에 없기는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자 이들은 눈을 질끈 감고 병폐를 고쳐 나가기로 했다. 작은 인정에, 관행이라는 이름에 얽히면 실기한다는 절박함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명동뿐만 아니다. 모든 일에 있어 용두사미식으로 처리되고 마는 게 좁디좁은 우리나라의 관행인데다, 이제 세계경제의 위기가 실물경기 침체로 본격적으로 전이되면서 제로섬게임 식의 대결, 과열 경쟁이라도 불사하자는 살벌함만이 살 길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퍼지고 있는 점도 이런 관행을 부채질하는 것 같다. 자갈치시장의 지혜를 배운다면 먹고 살기 팍팍한 2012년도 지혜롭게 넘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