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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바람, 극복하는 것이다

우헌기 코치 기자  2012.02.20 14: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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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칠순의 나이에 다 큰 자식을 가슴에 묻는 사람이 있다. 자식이 말 한마디 남기지 않고 떠난 뒤 오랫동안 왜 살아야 하는지, 사는 게 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잠 못 이룬 날이 수도 없이 많았다.

모든 에너지가 밀물처럼 다 빠져버려 제 몸 하나 가누는 것조차 힘들었다. 아내는 더 심했다. 산송장이나 다름없었다. 먹어도 먹는 것이 아니고, 살아도 산 것이 아니었다. 자식을 앞세우고도 살겠다고 때 되면 목구멍으로 밥알을 꾸역꾸역 밀어 넣는 자신을 심하게 자학하기까지 했다. 억장이 무너지는 듯한 그 지극한 비통함도 달력이 한 장 두 장 떨어져 나가면서 조금씩 누그러졌다.

사람이란 정말 신통하다. 그 절망과 비통의 구덩이에서도 희망의 싹은 자라고 있었다. 살아야 할 이유, 이전보다 더 치열하게 살아야 할 이유가 보였다. 어느 날 문득 자식의 떠남이 주는 의미가 이것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못 다한 삶을 애비가 대신 살아야 훗날 자식 앞에 떳떳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 그는 아들을 잃은 슬픔을 딛고 큰 조직을 맡아 어느 때보다 더 열정적으로 살고 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똑 같은 바람으로도 배는 동쪽으로 갈 수도 있고, 서쪽으로 갈 수 도 있다. 방향을 정하는 것은 바람이 아니라, 돛이다. 누구나 평온하게 한 평생 살고 싶어 하지만 인생은 우리를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다.

때론 순풍에 돛단 듯이 매사가 순조롭게 흘러가는가 싶다가, 어느 순간 폭풍우가 몰아쳐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기도 한다. 누구나 그렇듯이 불행이 닥치면 원망스럽고, 화나고, 심하면 절망에 빠지기도 한다. 힘든 일은 피하고 싶지만 언제까지나 피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승패를 가르는 길목에는 언제나 도전과 회피가 있다. 도전이 곧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회피는 끝까지 회한을 남긴다. 힘들고 두려워 주어진 운명을 피한다면 당장은 편할지 모르지만, 성공할 수 있는 기회는 잃어버리게 된다. 피할 수 있는 게 있고, 피할 수 없는 게 있다. 오죽하면 운명이 제 먼저 알고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옛 말이 있겠는가.

세상에 감당할 수 없는 고난은 없다. 고난은 받아들이는 순간, 내 삶의 일부가 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거름이 된다. 에어컨으로 유명한 케리어의 CEO 윌리스 캐리어는 이렇게 말했다.

“곤경에 처했을 때 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보라.”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이라는 말이다. 그런 다음, “피할 수 없다면 그걸 받아들여라.”

그걸 즐길 수 있다면 더 더욱 좋다. 어쩔 수 없다면 한탄하거나 원망하거나 저항하지 말고 기꺼이 함께 하라는 말이다. 고통이나 질병과는 싸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건 다 안다. 죽음이 삶의 한 형태이듯이 아픔이나 병마도 삶의 한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최악의 상황을 개선할 방법을 침착하게 찾아보라.”

하수가 고수들의 바둑 훈수를 둘 수 있듯이, 집착할 때는 보이지 않던 수가 한 발 떨어져 보면 보이기 시작한다. 어려움이 없는 삶은 없다. 영화 ‘최종병기 활’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

우헌기 ACC 파트너스 대표코치 / (전) 청와대 비서실 행정관 / (전) 택산상역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