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최근 르노삼성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이 어둡다. 지난해 저조한 실적과 더불어 올해에도 뚜렷한 ‘역전의 카드’를 꺼내들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게 현실이다. 그러나 지난 14일 부산공장을 방문해 현지의 분위기를 살펴본 결과, 생각과 달리 활기가 넘쳐나고 있었다. 뜻밖이었다. 행불유경(行不由徑)이라 했던가. 어렵고 힘든 시기를 받고 있는 르노삼성은 당장 닥친 위기를 어떻게든 모면하려고 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계획하고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기회를 모색하고 있었다.
품질 하락과 소비자 신뢰도 추락. 이로 인한 내수 및 수출 실적의 저조. 지난해, 생각지도 않은 악재로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르노삼성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여기에 발표 예정된 신차 소식도 들리지 않으면서 우려의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을 방문한 지난 14일 날씨 역시 최근 근황을 대변하듯 보였다. 하지만 공장 분위기는 예상을 빗나가 버렸다. 잇따른 악제에도 불구하고, 열정과 패기로 가득 찬 근로자들이 ‘품질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해 구슬땀을 흘려가며 빠른 손놀림을 구사하고 있었다.
◆야구의 도시 ‘부산’=르노삼성
부산하면 떠오른 것. 단연 ‘야구’다. 부산 현지인들은 여기에 ‘르노삼성’을 덧붙여 말한다. 르노삼성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면서 부산에서 명성은 이로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부산은 롯데야구단을 좋아하듯 르노삼성도 각별히 아낀다고 한다.
연간 3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공장뿐만 아니라 갤러리 및 기숙사, 부대시설 등 다양한 시설을 구비하고 있어 지역의 테마파크로 거듭나고 있다. |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약 50만평에 달하는 공장부지 중 건물이 13만2000평을 차지하고 있으며 연간 3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 외에도 갤러리 및 기숙사, 부대시설 등 다양한 시설을 구비하고 있다. 이미 공장은 1차적으로 1블럭 가량 기존 대비 증축한 상황이며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연관 검색어인 ‘2공장 증축’ 역시 내수와 수출 물량에 따라 언제든지 가능토록 대지가 확보된 상태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단순히 숫자놀이에 불과하다. 그 숫자 속에 담겨져 있는 르노삼성이 그동안 쌓아온 많은 땀과 열정이 녹아 있다.
광주시에는 ‘기아로’ 및 ‘삼성로’가, 과천시엔 ‘코오롱로’가 있다. 부산에도 기업 명칭을 딴 길 이름이 있다. ‘르노삼성로’다. 녹산산업도로 중 일부인 명지교차로에서 신호지방산업 단지에 이르는 7.28㎞ 구간에 해당된다.
부산 강서구 신호공단에 위치한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지난 1995년 기공식을 거쳐 4~5년이 걸릴 것이란 예상을 깨고 무려 3년 만에 완공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물론 갯벌에 파이프를 설치해 그 위에 공장을 건설해야 했기 때문에 공장 건설 당시에는 많은 고초가 따르기도 했지만, 그 기술력은 지금도 높이 평가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누적 방문객수가 30만명을 넘어선 ‘르노삼성 갤러리’는 르노삼성의 역사 안내도와 공장을 축소해놓은 모형으로 어떤 시설에서 무엇이 만들어지는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
공장 입구에 도착하니 먼저 눈에 띤 곳은 바로 ‘르노삼성 갤러리’다. ‘르노삼성 문화관’으로 처음 선보인 후 2006년 지금의 명칭으로 지역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은 ‘르노삼성 갤러리’는 월 평균 3000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고 있으며, 지난해까지 누적 방문객수가 30만명을 넘어섰다.
공장안에 위치한 갤러리는 르노삼성의 역사 안내도와 공장을 축소해놓은 모형으로 어떤 시설에서 무엇이 만들어지는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갤러리 지하 1층에는 1898년 만들어져 전 세계에 3대밖에 없는 차 중 한 대인 르노자동차의 1호차가 전시돼 있었다. 1호차 옆에는 차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SM3 차체가 세로로 절개돼 있었다.
이곳에서 간단한 공장에 대한 소개를 받고 삼성자동차 시절부터 근무한 최고참 사회공헌팀 설주희 팀장과 함께 본격적인 견학에 들어갔다.
국내 완성차 공장은 물론, 해외 공장들과도 견학코스가 다르다. 일반적으로 전동 카트를 타고 공장 내부를 둘러보는 식의 견학이 아닌, 근로자들에게 최대한 방해가 되지 않게 부산공장은 건설 초기 단계부터 기획 제작해 별도의 이동경로를 준비해 뒀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상층으로 이동해 높은 곳에서 한눈에 둘러 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물론 다리가 불편한 방문객들을 위해 휠체어 리프트도 운영하는 섬세한 손길도 느낄 수 있었다.
(차량)공장동은 자동차의 외형을 만드는 프레스(스탬핑)공장을 비롯해 △차체공장 △도장공장 △조립공장 △범퍼공장 등 5곳으로 이뤄졌다. 오염도 및 외부적인 요인으로 도장공장 및 범퍼공장을 제외한 나머지 3개의 공장은 일반객 관광코스로도 이용되고 있었다.
◆최첨단 선진기술로 ‘품질 좋은 차’ 생산
지난해 12월 제고물량 소화를 위해 주3일 근무로 단축시킨 바 있는 부산공장은 당초 예상과는 달리, 정상적인 주5일 근무로 2012년을 맞이했다고 한다. 계속되는 수출 물량 증가로 인해 근무일수를 재조정하고, 기존과 같이 주간 2교대를 실시하면서 근로 조건을 완벽히 수행해 내고 있는 셈이다.
견학코스 첫 입구에서 공장 전체를 한눈에 살펴봤다. 쉴 새 없이 근로자들이 제품을 생산해내고 있었다. 내수뿐만 아니라 수출물량까지 모두 이 공장에서 소화하고 있었다.
프레스공장의 생산공정은 절단(소재생산)공정과 성형(패넬생산)공정으로 구분돼 총 112개의 부품을 생산하고 있었다. 이 공정에서는 약 95%의 자동화 비중으로 로봇을 사용해 정밀하고 빠른 속도로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강판은 고성영성 강판을 사용하고 있지만, 최근 알루미늄으로 확대하고 있었다. 알루미늄 강판이 스틸강판 중량에 비해 약 33%가량 가벼워 연비 향상과 배기가스 배출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이미 SM5 및 SM7의 엔진룸 덮개에는 알루미늄 강판이 사용되고 있었다.
부산공장에서 차량이 여러공정을 거쳐 완성되기까지 걸리는 소요시간은 1대당 23시간으로, 다른 국산차 공장대비 높은 효율성을 자랑하고 있다. |
우선 절단공정에선 포스코에서 입고된 코일을 400톤 무게의 블랭킹(Blanking) 라인에서 자동차 각부 패널을 성형하기 위한 최적형태의 평면철판을 형상대로 잘라 생산됐다. 성형공정에서는 2700톤과 3200톤에 이르는 트랜스퍼(Transter press) 프레스와 5100톤 탠덤(Tandem) 프레스를 통해 가공재에 강한 힘을 가함으로써 성형가공을 했다. 현대중공업에서 납품받은 5100톤 탠덤 프레스의 경우, 1000톤·1700톤·2300톤 프레스가 안에서 자동적으로 가공하는 첨단 설비다.
이렇게 완성된 각 패널들은 차체공장으로 이송된다. 방문객들은 밖으로 나가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공장간 연결된 통로를 통해 차체공장으로 손쉽게 이동할 수 있다.
차체공장은 말 그대로 만들어진 자동차 각 부분의 패널들을 조립 및 용접해 모양을 만들어 내는 곳. 가장 정밀도가 요구되는 공정으로 자동화율은 99%에 달했다. 용접 및 실링 로봇 수만 769대에 달하며(구형 SM5 로봇 제외시 670대) 파렛 라인(Pallet Line)으로 바디를 실어서 각 라인으로 자동 이송되고 있었다.
조립공장 내부를 돌아나가는 컨베이어벨트 위에 SM3·SM5·SM7·QM5·구형SM3(수출용)까지 5종의 차종이 섞여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르노삼성이 자랑하는 혼류(混流)생산(하나의 라인에서 여러 차종을 동시에 생산하는 방식) 시스템이다.
혼류 생산시 최대 8대가 동시에 생산 될 수 있다고 한다. BMW의 경우 6대가, 국내 다른 완성차 업체의 경우 대부분 2~3개 종류를 혼류 생산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 한다면 르노삼성이 작은 규모에서 최대의 효과를 창출해 내고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일례로 르노 자회사 중 부산공장의 효율성이 2~3위 가량으로 르노 본사에서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공장 한쪽에서는 수많은 로봇들이 연신 불꽃을 튀키고 있었다. 지난 1997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IBS(Intelligent Body-assembly System)로, 51대의 용접로봇이 컴퓨터 지시에 따라 용접하고 있었다. 이와 함께 GRS(Grouping Robot System) 역시 32개의 로봇이 한자리에서 500점의 용접을 집중 용접하고 있었다. 부산공장은 이 최첨단 선진기술들을 운영함으로써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또 이 차체공장에서는 결함 발견 즉시 라인을 멈추는 ‘라인스톱제’와 작업자로부터 검사원에 이르기까지 5단계로 품질을 확인하는 ‘5중 품질체계’ 도입으로, 엄격한 품질관리를 해오고 있다. 조금 지나치다 할 정도까지 관리해 품질을 최우선 하고 있다고 전한다.
이렇게 완성된 차체들은 오버브릿지를 통해 도장공장을 거쳐 조립공장으로 설치된 자동이동라인을 따라 이동하고 있었다.
차체공장에서 나와 다음으로 이동한 것은 ‘자동차 공장의 꽃’이라 불리는 최종 공정이 이뤄지는 조립공장. 각종 내외장재를 조립해 완성차를 생산하는 공장으로 13개 주요 작업라인을 거쳐 차량이 완성된다.
차량으로서 완성하고 품질 확인을 하는 공정인 만큼, 이 조립공장은 노동집약적으로 1200여명에 달하는 근로자가 업무를 진행하고 있었다(차체공장 근로자 230여명).
각 모델별로 들어가는 부품은 무인 운송 카트인 AGV(Auto Guide Vehicle)가 자동으로 작업자에게 전달해 조립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최소화하도록 설계됐다. 또 작업자가 작업하기 편리하도록 작업대 높낮이가 조절되고 소음과 진동이 아주 적은 컨베이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근로자들이 그 위에서 장시간 작업해도 피로감을 덜 느끼게 설치된 이 작업대는 바닥이 벽면과 고무로 밀착돼 있어, 움직일 때 덜컹거리지 않고 컨베이어 위에서 오가며 작업을 해도 바닥이 흔들리거나 시끄러운 소리가 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물류 보관을 작업부근 아닌 한 곳으로 제외시켜 보기에도 깔끔하게 작업 환경도 개선돼 있었다.
도장공정을 마치고 들어온 차체는 우선 도어가 제거됐다. 물론 향후 도어를 재조립하는데, 이는 별도 도장 처리를 하면 미세한 도장의 차이가 생길 우려를 사전에 배제시킨 것이다.
작업지시서부터생산차량 테스트까지 직접 근로자의 손을 거쳐 고객에 맞춘 정확하고 신뢰감 있는 생산을 진행하고 있었다. |
차량 하나하나에 작업지시서부터 △내·외장 △전기선 △엔진내부 △도어 및 창문조립 △속도계 △장비계 △배기가스 농도 및 각도 체크 △생산차량 테스트까지 직접 근로자의 손을 거쳐 고객에 맞춘 정확하고 신뢰감 있는 생산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러한 여러 공정을 마치고 차량이 완성되기까지 걸리는 소요시간은 1대당 23시간. 유럽 BMW가 21~22시간 걸리며 국내 완성차 공장이 약 30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볼 때 꽤 효율성이 높은 편이다.
◆근로자 우대로 기본 상식 틀 ‘타파’
1~2시간 소요된 공장 견학에서 가장 느낄 수 있던 것은 근로자에 대한 배려다.
현재 부산공장의 시간당 생산대수(UPH)는 58대 가량으로, 일일 생산량이 800대에 달한다. 일본 대지진 이후 떨어지긴 했지만, 신형 QM5와 올뉴 SM7 투입과 함께 수출 물량이 늘면서 예년 수준을 되찾아 가고 있다.
이러한 엄청난 작업에도 불구하고, 부산공장 근로자들은 표정이 밝아보였다. ‘20세기 마지막 지어진 공장’인 만큼, 공장설계에 있어서 천장에 자연채광을 실현했다. 이는 삼성자동차 설립 당시 이건희 회장이 근로자들이 태양광선을 볼 수 있도록 천장 곳곳을 유리로 설치하라는 지시에 다른 공장과는 달리 세심한 모습까지 신경 썼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주간 연속 2교대 근무제를 채택하고 있다. 1교대 조는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2교대 조는 오후 4시부터 다음 날 오전 1시까지 작업에 투입된다. 견학(2시~4시)당시 시간대가 2교대 투입 시간 근방이라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 조장을 중심으로 그들만의 구호를 외치며 파이팅 하는 모습, 스트레칭으로 일 효율성을 높이는 행동 등이 눈에 들어 왔다.
더욱 눈에 띄는 점은 다른 공장들과 달리, 공장 내 곳곳에 흡연 시설이 배치 됐다는 점이다. 물론 환풍시설이 완벽해 다른 근로자들에게 피해가 없는 것은 물론, 짧은 휴식시간에도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라고 한다.
또한 근로자의 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해 모든 자체 부품 무게가 10kg 이상인 경우, 반자동장치를 이용하게 해 건강을 배려하는 모습까지 엿볼 수 있었다(타사 반자동 장치는 15kg부터 작동).
르노삼성 부산공장 근로자들의 평균 연령 다른 국내 완성차들(40대 전후반)과 비교해도 젊은 33세. 물론 르노삼성이 지금 당장은 위기를 맞아 힘들어 하고 있지만, 젊은 근로자들에게는 오히려 기회로 작용하고 있어 보였다.
작업자들의 머리 위에 ‘불량은 받지도, 만들지도, 보내지도 않는다’라고 쓰여진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2~3시간에 걸친 견학이 진행되는 동안, 어느덧 머릿속에는 ‘11년 연속 고객만족도 1위’라는 대기록이 다시 한 번 상기되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