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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찍으면 돈? 찍히지 않으면 다행!

정금철 기자 기자  2012.02.17 09:5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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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공부를 못해 남들 다 가는 대학도 못가고 이제 법적으로는 어른인데 마땅히 할 일은 없고… 알바 사이트 돌아다니다가 맘 편히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해서 무턱대고 지원했는데 따져보니 제 돈만 날리고 왔네요."

지난달 19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고용한파 지속'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체감실업률은 11.3% 달한다. 이는 공식 실업률의 3배가 넘는 수치며, 특히 청년층의 실업률은 무려 22%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보고서엔 청년층 체감실업률이 2011년 21.9%로, 전체 체감실업률 11.3%의 두 배 수준이며 올해는 경기 악화로 사실상 실업자가 사상 최고인 2010년 312만명을 넘어설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체감실업률은 공식 실업률 통계에 잡히지 않는 구직단념자와 취업준비자 등 사실상 실업 인구를 포함한다.

이처럼 취업문제는 사실 해묵은 국가적 과제지만 여전히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취업자 수가 증가했다는 정부발표를 들여다보면 중장년층의 취업 증가만 눈에 띌 뿐이다.

청년층이 구할 수 있는 일자리도 기업차원이 아닌 PC방, 편의점, 유흥주점 등 아르바이트가 대다수며 최근엔 성실한 중장년층을 선호하는 추세에 따라 점차 이 같은 소일조차 구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아르바이트는 미성숙한 심리적 빈틈을 노려 가뜩이나 아픈 청춘들의 마음을 더욱 쓰리게 하고 있다. 이 중 하나가 사진 촬영 아르바이트다.
  
   
취업 관련 사이트 화면 갈무리.
인크루트나 잡코리아, 알바천국 등 취업 관련 사이트에는 사진촬영으로만 월 200만~300만원을 보장한다는 게시글이 넘쳐난다.

사회생활을 체험한 구직자들은 세상엔 쉽게 벌 수 있는 돈은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을 터이니 별 문제가 없지만 사회의 매서움을 모르는 청년들에겐 분명 구미를 자극할 만한 일감이다.

게시글의 내용은 △전국 여행을 즐기며 외국인 관광객과 사진촬영 △4박5일 촬영에 급여 200만원에 능력당 +@ △팀당 수당 25만~35만원 △용모 단정한 남녀로 책임감이 있는 분 △DSLR카메라 필수 보유자 등이다.

쉽게 말해 카메라를 가진 사람이면 전국을 외국인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어주고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면접에서는 구체적인 지침이 내려진다. "여행객의 비위를 최대한 맞춰 사진을 찍어야 돈을 벌 수 있으니 짐꾼 노릇을 해야 한다" "버스기사와 가이드에게도 예우를 갖춰야 사진판매에 도움이 된다" "한 팀은 현지가이드까지 4명으로, 여행객을 촬영한 후 장당 5000원에 판매, 절반인 2500원은 회사로 입금해야한다" 등이다. 

실제 사진촬영 아르바이트를 경험한 K군은 이렇게 진술한다.

"숙박시설, 식사 등 예약은 물론 가이드의 심부름까지 해야 가이드가 마지막 날에 관광객들에게 얘기를 잘해줘요. 버스에선 기사 옆 보조석에 앉아야하고 숙소에 잘 자리가 마땅치 않으면 그냥 바닥 아무 곳에서 자요. 200만~300만원의 기본급은 고사하고 결국 제 돈만 쓰다가 그만 뒀습니다."

결국 K군은 충실한 가이드 도우미 역할만 하다가 돈 한 푼 건지지 못하고 한 달 만에 아르바이트를 그만뒀다.

"아주 운이 좋아 40인승 버스의 경우 운전기사와 가이드 둘, 저를 제외하고 36명이 버스에 가득 찼다고 해도 관광객 한 사람당 3장의 사진을 샀다고 가정하면 54만원입니다. 여기서 반을 여행사에 떼어 주면 제게 떨어지는 돈은 27만원이죠. 일주일에 이렇게 27만원을 번다고 쳐도 한 달 108만원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K군의 말처럼 이런 경우는 실제론 일어나지 않는 지극히 운이 좋은 상황이다. 만석버스가 되기도 어렵고 대부분 관광객이 개인 카메라를 보유하고 있어 사진을 구매하지도 않을뿐더러 사진촬영 아르바이트가 딱해 사진을 사준다고 해도 3장 이상 구매자는 한 손으로 헤아릴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이런 상황을 알 리 없는 초년구직자들은 여행사의 아르바이트 모집에 눈길을 기울이게 되고 사진촬영 아르바이트생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소규모 여행사들은 온갖 감언이설로 이들을 유혹한다.

무엇보다 여행사들에게 사진촬영 아르바이트생이 필요한 이유는 가이드(관광통역안내사) 수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체 인력으로 이들 아르바이트생이 적합하기 때문이다.

관광통역안내사 인력등록시스템에 따르면 17일 현재 등록된 가이드는 1101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일어 가이드 156명, 영어 가이드 648명, 최근 급속히 증가한 중국인 관광객을 응대할 가이드는 281명뿐이다.

또 근래 조선족 등 무자격 가이드들의 한국 비하논란으로 정부가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 가이드 수급에 더욱 비상이 걸렸다. 2009년 3월 개정된 관광진흥법 38조 1항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여행업자는 관광통역안내의 자격을 가진 사람을 관광안내에 종사하게 해야 한다.

이를 어기고 무자격자를 가이드로 내세우다 적발됐을 때 해당 여행사는 벌금 800만원과 함께 1차 시정 명령, 2차와 3차 각각 15일과 1개월간 사업정지, 4차 등록 취소에 이르는 행정처분을 받지만 실제적으로 사업정지까지 이른 사례도 드물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더군다나 한국인은 무자격이라고 해도 개인에 대한 특별한 제재 규정이 없어 사진촬영 아르바이트를 가이드로 위장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이전엔 시급 5000원인 아르바이트도 숱하게 해봤습니다. 물론 사진촬영 아르바이트보다 업무 강도도 약하고 마음도 편하죠. 그런데 지금은 그 일자리를 찾기 힘들어요. 저희 어머니는 이 알바 저 알바 잘도 구하시는데 말이죠."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2년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월 취업자 수는 2373만2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만6000명 증가, 2010년 기록한 5월 58만6000명 이후 20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나타냈다.

이 가운데 50~60세 이상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37만6000명, 21만3000명 늘었으나 20~30대 취업자는 같은 기간 각각 2000명, 4만8000명 감소했다.

   
 
이를 두고 통계청은 인구증감효과를 제외할 경우 20대 취업자는 3만명, 30대 취업자는 2만8000명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작년 20~30대 630만명 중 취업자 363만7000명, 올해 624만5000명 중 취업자 363만5000명으로 국민 체감정서상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숫자놀음에 불과하며 50대 이상 취업자 수인 762만8000명의 20%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