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매번 이 코너를 통해 새 맛집, 신 메뉴 소개를 해왔는데요, 이번에는 조금 색다르게 음식의 유래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가장 먼저 소개할 음식은 ‘잔치국수’입니다.
잔치국수하면 움푹한 대접에 담긴 소면똬리에 맑은 멸치육수를 부어 말아낸 이미지가 그려지는데요. 채썬 김이나 계란지단 같은 고명이 올라가기도 하죠. 이런 잔치국수는 고급스러운 음식이라기보다 서민음식 혹은 말 그대로 잔칫날 먹는 국수, 결혼식날 먹는 국수를 떠올리게 합니다.
과거 사치음식에서 서민음식이 된 ‘잔치국수’. |
오늘날에도 결혼식날이면 “국수먹겠네”라는 이야기를 많이들 하죠. 결혼식 날 국수를 먹는 여러 이유 중 하나도 이처럼 국수가 비싸고 귀한 음식이었기 때문입니다.
고려시대에는 비싸고 귀한 밀가루 때문에 서민들은 성례 때가 아니면 국수를 구경하기 힘들었는데요. 서민들에게 국수는 그야말로 누가 혼례를 올려야 맛볼 수 있는 음식이었던 것이죠. 이 같은 관습이 이어져 오늘날에도 결혼식에 국수를 먹게 된 것입니다.
결혼식 날에 국수를 먹는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바로 국수가 장수를 기원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선조들은 평균수명이 짧았던 옛날, 국수틀에서 길게 내려오는 국수 면처럼 서로가 함께 오래살길 기원해주는 마음을 담아 국수를 먹었다고 하네요. 국수 한 그릇에 이 같은 시대적 배경이 담겨있다는 것이 놀랍지 않나요?
그러면 언제부터 잔치국수가 서민음식으로 자리 잡게 됐을까요.
그 배경에는 부산 구포(龜浦) 5일장이 있습니다. 한국전쟁 후 부산 구포에는 미국에서 구호물자로 보낸 밀가루가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이로 인해 부산 구포시장 등 구포 인근에 이 밀가루를 면으로 뽑아내는 제면소가 많이 들어서기도 했는데요. 밀가루가 국내로 많이 들어오게 되면서 자연히 값이 싸졌고 이를 원재료로 하는 국수 역시 가격이 내려가면서 점차 서민음식으로 자리매김한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옛 모습 그대로의 국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안동시 인동면의 이성김치 지촌 김방걸 종가에서는 옛날의 귀한 음식이었던 국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고 합니다. 유두절에 먹는 절기음식인 유두국수, 건진국수 등인데요. 닭 육수에 햇밀을 빻아 칼국수로 만들어 먹은 이 음식에는 양반들이나 먹을 수 있었던 사치음식인, 잔치국수의 과거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