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독자칼럼] 우물안 개구리이신가요? 성공하시겠네요!

홍일택 기자  2012.02.16 13:56:30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우물 안에 있는 개구리가 사실 소크라테스의 사촌뻘 되는 녀석이었다면? 우물 안 개구리는 사실 좁은 시야의 우매함 대신 깊디깊은 심연 속의 깨달음과 함께 숙성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보통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깊은 곳에서 말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디지털시대에는 우물 안에서도 바깥세상을 볼 수 있는 창구가 얼마든지 열려있다. ‘우물 안 개구리’라는 속담이 꼬집는 부분에서 벗어나기가 한껏 수월해졌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 ‘우물 밖 개구리’가 되는 건 아니다. ‘견식이 좁아 세상물정을 모르고 저만 잘난 줄 아는’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자기인식 그리고 실천력이다. 요즘은 정보만큼이나 우물 밖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 또한 많다. 공공기관부터 대기업까지 다양한 대외활동의 길이 열려있으며, 학교 차원에서도 교환학생, 특강 등의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이처럼 우물 안은 예전에 비해 강조할 필요성이 많이 줄었다. 이제 중요한 건 ‘개구리’다. 세상 밖을 나와 얼마나 자신의 능력과 역량을 펼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때문에 저마다 자신의 역량을 과시하다 보니 대학생들 사이에선 ‘스펙쌓기’가 열풍이다. 본인과 관련된 분야가 아니더라도 한 줄의 ‘스펙명패’를 위하여 기꺼이 시간을 투자한다.
 
물론 대학생 때 많은 경험을 해보는 건 결코 나쁜 경험이 아니다. 사람이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한 가지가 바로 ‘도전과 경험’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이 도전과 경험을 바탕으로 무엇을 할지가 중요하다. ‘우물 밖 개구리’가 위험한 까닭은 바로 이 점에 있다. 우물 안으로 다시 들어가길 꺼려하기 때문이다. 사회초년생에게 명함, 직함, 활동실적 등이 주는 나름의 명예와  주변의 찬사는 달콤하다. 좀 더 우물 밖에 머물며 이 달콤함을 맛보고자 하지만, 너무 많은 대외활동은 오히려 부족한 밑천으로 계속 재단을 하는 꼴이 된다.

이러한 우물 밖 개구리는 결국 황새의 좋은 먹잇감이 된다. 달콤함을 한 번 맛 본 후에는 쓴 약을 입에 대기 싫기 때문이다. 황새들은 간교한 사회중견인을 지칭하는데, 법률과 사회시스템을 잘 모르는 우물 밖 개구리들을 대상으로 노예계약이나 임금사기를 친다. 이러한 일이 빈번하니 모험 대신 안전한 직장을 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필자는 제대 후 사회적기업 진흥원 주관 ‘청년 등 사회적기업가 육성과정’에 선정되어 20's Networks라는 벤처를 운영했다. 어린 나이의 대표로 많은 곳에서 주목을 받았고 서울시 청년 CEO클럽 운영위원에 위촉됐다. 박원순 서울시장, 이계안 전 현대카드 사장 등 일반적으로 접하기 힘든 분들과 접하며 많은 지혜와 자신감을 얻었다. 이런 경험은 나에게 분명 큰 도움이 됐지만 계속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큰 걸림돌이 하나 닥쳐왔다. 인맥도 자본도 자신감도, 배짱도 아니었다. 바로 실력이었다. 기본이었다.

대표의 명함이 생겼고 나는 대표의 옷을 입고 있었지만 그 직함에 상응하는 실력과 책임이 없었다. 허울 좋은 말로 동료와 직원들에게 비전은 제시했지만 변변찮은 실적은 보이지 않았다. 부끄러웠다. 이러한 상황에 해답은 두 가지였다.

‘주저앉아 포기하느냐, 아니면 다시 정비하여 나아가느냐.’

포기가 너무 싫었던 난 아르바이트를 하여 모아뒀던 사비 100만원을 투자해 한국능률협회의 신규사업자과정 강의를 들었다. 배움에의 갈망에 가득 찼던 나였기에 모든 지식은 경이로웠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왜 이런 학문이 생겨났고 배워야하는지’에 대해 조금씩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후에는 실리콘벨리에서 일을 배우고 싶다는 꿈이 생겨 영어강좌를 수강하며 영어에 재미를 붙였다. 벤처공부에 대한 확인으로 경기·인천 소셜벤처 경진대회에 나가 경기도지사상도 수상하게 되었다. 우물 밖에서 어깨에 힘주고 다니던 개구리 시절이 부끄러웠다. 배우면 배울수록 자신의 부족함을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뿌리가 건강해야 튼튼한 기둥이 세워지고, 튼튼한 뿌리와 기둥을 가진 나무는 수많은 가지를 뻗는다. 그리고 보다 많은 잎과 열매를 맺게 된다. 이 자연의 유기적인 법칙에서 인간도 예외일 순 없다. 뻗어 놓은 가지는 많은데 그걸 받쳐줄 기둥과 뿌리가 없다면 머지않아 뿌리 깊은 다른 나무의 영양소 신세가 될 게 뻔하다.

지금 우물 안에 있다면 우물 밖에 나와 세상을 한 번 경험해 보길 바란다. 그 다음 다시 우물 안으로 들어
     
 
가 본인에게 필요한 공부를 하길 바란다. 자격증을 위한, 취업을 위한, 자랑을 위한 공부가 아닌 ‘장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진짜 공부를. ‘우물 안 개구리’의 뜻을 재정의 하는 사람이 되자. 자신의 일, 작품, 서비스에 자부심을 갖고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우물 안에서 묵묵히 인고(忍苦)하는 ‘우물 안 개구리’들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홍일택 / 고려대 미디어문예창작학과 재학중 / 20's Networks 대표 / 서울시 청년 CEO 클럽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