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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박원순 서울시, ‘기원화’를 찾다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2.15 17:5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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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소설가 김훈의 단편 ‘뼈’는 얕게 매장돼 있다 우연히 출토된 삼국시대의 여성 골반뼈를 소재로 삼고 있다. 이 여성은 뼈의 성분을 분석해 본 결과 생전에 고기를 섭취한 경험이 거의 없고,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린 30대 가량의 인물로 추정됐다.

이 뼈를 중심으로 기원사라는 연원이 오래된 절, 빚을 떼먹고 도망쳐 기원사에 숨어있는 술집 여자와 지방대 교수, 그리고 나이먹은 조교가 이야기를 엮어 간다. 이 뼈는 기원사가 있는 기원리에서 나온 여성 유골이라 해 ‘기원화’라고 이름이 붙여진다.

예전에 읽은 이 인물의 이야기가 2009년 가야의 여성 순장 유골이 발굴돼 기사화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리던 젊은 여성 유골이 발굴된 실제 이야기도 이 소설과 유사하게 우리 곁을 찾아 왔다. 온전한 유골이 일습으로 수습됐는지, 153.5cm의 8등신이라는 구체적 정황까지 나왔다. 다만 안타까운 점은 뼈가 변형이 돼 있을 정도로 무릎을 꿇고 오래 일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랐다는(개인적으로는, 걸레질 같은 것을 오래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부분이다.

이렇게 작은 일 하나를 갖고도 우리는 오래 전 하층민의 이야기를 꿰어 맞추고 짐작해 복원해 낼 수 있다. 이런 무명씨들의 작은 일화나 부분적인 역사를 통해 과거 왕조 중심사에서 탈피해 보려는 역사학의 한 갈래를 미시사라고 따로 다루기도 한다.

서울특별시에서 '매력있는 서울, 전통상업점포 이야기'라는 책자를 펴냈다고 한다. 대기업의 공격적 시장 진출, 기업형 거대 점포의 상권 확장 등으로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있는 전통 점포를 시민들에게 알리고자 충간됐다는 풀이다. 이런 책자를 통해서 정성과 섬세한 손길, 끝없는 서비스 그리고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작은 가게들을 재발견하는 재미를 찾을 수 있게 될지 시민들의 기대감이 높다.

따지고 보면, 전임 시장 그리고 전전임 시장 시절에만 해도 서울은 많은 공사를 치러내면서 확장 일로를 달려왔다. 이런 방식은 이미 오래 전 경제개발이 본격화되던 시기부터 답습돼 온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벗어나 20년간 전통방식으로 참깨를 볶고 짜는 정직한 맛의 참기름집, 수백번의 담금질로 공든 도구를
   
 
만드는 대장간이나 만능 기술자가 도사리고 앉아 오래된 고물 기계를 고치고 있을 것 같은 전파사 등을 찾아내는 시대로 이제 서울이 한 단계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반갑다.

서울시가 아라뱃길과 관련한 여러 기존 방침을 뒤엎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하는 중에 이런 책자가 나오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 '피맛골'이 많은 아쉬움을 뒤로 남기고 재개발로 많이 사라진 상황에서, 이번 매력있는 서울 책자가 갖는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