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50~60년대 우리는 대학을 우골탑이라 불렀다. 서양에서 대학을 상아탑이라 부른 것에 빗대어 부른 것이다. ‘소뼈로 이루어진 전당’이라는 의미로 해석해볼 수 있다. 그 시절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는 자식들을 대학보내기 위해 농사짓는데 없어서는 안 될 소도 기꺼이 내다 팔았다. 당신은 농사일에 허리가 휘면서도 자식들은, 방학일지라도, 농사일을 시키지 않았다.
집에서 하숙비며 생활비를 받지 못한 학생들은 입주과외(가르치는 학생 집에 먹고 자면서 아르바이트 하는 것)를 하면서 공부를 했다. 당시엔 누구나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모든 걸 걸고 도전했다. 잘만 하면 당대에 재벌도 될 수 있었다. 그 때는 개천에서 용이 나던 시절이었다. 모든 게 힘겹지만 그래도 희망이 넘쳐났고 활력이 샘솟았다.
우리나라 무역총량은 1조 달러이고, 경제 규모는 세계 11위에 이른다. 수출 1억 달러의 위업을 달성했다고 다들 기뻐하던 기억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실로 놀랄 일이다. 한류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김연아, 박세리, 박찬호, 박지성 등 운동선수들과 K팝 아이돌 가수들이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우린 그들에게서 가능성을 보았다. 큰 기업군을 일군 창업 1세대와 마찬가지로 그들은 희망과 자부심을 불어넣어 주는 영웅들이다.
요즘 사회 전반의 역동성은 많이 사라졌다. 많은 대학생들은 취업이 힘들어지자 졸업을 미루거나 대학원으로 진학한다고 한다. 거북선이 그려진 동전을 보여주면서 선박건조 계약을 따낸 정주영 같은 패기는커녕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열사의 땅에서 밤새워 작업하던 열정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하면 된다’는 정신은 우리의 발전경험을 배우러 오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박물관의 전시물품’이 된 지 오래다.
그들은 좌절하고, 절망하고, 분노하고 있다. 산업화 초기에도 잘 사는 사람도 있었고 못 사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 차이는 그리 커지는 않았다. 지금 청년들은 너무 높고 두꺼운 벽 앞에서 좌절하고 절망하고 있다. 삼성, 현대차, LG, SK의 매출액이 GDP의 53%를 차지한다. 재벌 2, 3세들이 부모의 거대한 부와 명예와 금력을 이어가는 것에 분노한다.
우리 10대 부자 중 7명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사람이고 자수성가한 사람은 3명뿐이다. 미국은 정반대다. 7명이 자수성가한 1세대이고, 3명은 부모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았다. 이러한 현실에 절망하고 분노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젊은이들의 나약함, 무기력을 개탄하는 사람들이 많다. 탓하거나 실망하기에 앞서 그들의 아파하는 마음을 우선 보듬고 위로하자. 손가락질은 그들을 더 움추려들게 할 뿐이다. 따뜻한 눈길로 아픈 상처가 아물도록 기다려주자. 그러나 이것만은 명심하자. 위로는 위로일 뿐이다. 스스로 일어나야 한다. 개인이든 사회 전반이든 좌절과 절망, 분노의 늪에서 딛고 일어나 역동성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야 활로가 열린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보라. 학창 시절 그는 자신의 처지에 좌절하고 절망하고 분노했다. 얼굴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당한 그의 탈출구는 농구였다. 고등학생 오바마는 주전선수로 뛰었다. 시합이 끝난 뒤 그가 경기 도중 터져 나온 야유에 푸념을 늘어놓자, 친구 레이가 이렇게 말했다.
“네가 흑인이기 때문에 관중들이 너를 비난한 것이 아니야. 네가 연달아 두 번이나 골을 넣지 못 했기 때
그는 백인을 부러워하거나 피부색을 탓하기보다는 실력을 키우는데 집중함으로써 유색인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 그는 ‘개천에서 난 용’이다.
우헌기 ACC 파트너스 대표코치 / (전) 청와대 비서실 행정관 / (전) 택산상역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