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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맹희 소송사건’…CJ vs 삼성 앙금 때문인가?

이맹희-이건희 7000억대 상속 소송…집안갈등 일촉즉발

나원재 기자 기자  2012.02.15 08:2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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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범삼성가에 치열한 ‘재산싸움’ 전운이 드리웠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 이맹희씨가 지난 14일 동생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알려지며 여러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상속을 두고 벌인 장남과 3남의 촉발된 갈등부터 대한통운 인수전 당시 쌓인 삼성-CJ그룹 간 앙금이 곪아 터졌다는 풀이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의 일이다. 이들 범삼성가의 관계 재편에 따른 철저한 경쟁구도에 세간의 시선이 집중될 소지는 다분하다.

“운명 전에 아버지는 인희 누나, 누이동생 명희, 동생 건희, 그리고 내 아들 재현이 등 다섯 명을 모아두고 그 자리에서 구두로 유언을 하고 건희에게 정식으로 삼성의 경영권을 물려주었다. 이 자리에서는 건희에게 삼성을 물려준다는 내용 이외에 삼성의 주식을 형제간들에게 나누는 방식에 대한 아버지의 지시도 있었다. 가족들끼리의 이야기니만큼 더 이상의 상세한 내용은 덮어 두는 것이 좋겠다….”

지난 1993년 출간된 고 이병철 삼성 선대회장의 장남 이맹희씨의 회상록 내용 중 일부가 20년 후 재해석되고 있다. 이맹희씨가 동생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상속 소송을 제기하고 나선 것.

규모도 7000억원대로 천문학적인 금액인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은 삼성생명 주식 824만주와 삼성전자 주식 20주 및 1억원 지급과 함께 삼성에버랜드를 상대로 삼성생명보험 주식 100주와 1억원을 청구한 대목.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이맹희씨는 “아버지 생전에 제3자 명의로 신탁한 재산을 이건희 회장이 다른 상속인 모르게 명의신탁을 해지한다는 이유로 단독 명의로 변경했다”며 “삼성생명과 삼성생명 주식은 상속인에게 법정상속분대로 돌아갔어야 했다”고 밝혔다.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 이맹희씨가 동생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러한 가운데 삼성-CJ그룹 간 앙금이 곪아 터졌다는 풀이 등 여러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은 이맹희씨(좌), 이건희 회장(우)
이와 함께 이맹희씨는 “이 회장 단독 명의로 변경했으므로 상속분만큼 주식과 배당금을 돌려달라”며 “삼성전자 차명주식은 일부 실명전환 사실만 확인되는 등 실체가 불분명해 우선적으로 일부 청구로 보통주 10주, 우선주 10주만 인도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며, 그만큼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당장 삼성가 장남과 3남간 소송이지만, 삼성과 CJ그룹 간 지난해 대한통운을 두고 생긴 갈등이 곪아 터졌다는 풀이가 힘을 얻고 있다. 이맹희씨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부친이다.

◆대한통운 소송 단초, 또 다시 수면 위

이번 소송이 지난해 대한통운 인수전과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당시 CJ그룹과 삼성그룹 간 남은 앙금이 큰 단초가 됐다는 설명인데, 두 그룹은 지난해 6월 CJ가 대한통운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삼성SDS가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뛰어들며 갈등이 불거졌다.

당시 CJ그룹은 삼성SDS의 대한통운 인수전 참여가 독자적 결정이라기보다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으로 보고, 강력히 대응할 방침을 피력했다. 실제 삼성에서는 삼성SDS 컨소시엄 참여를 두고 사장단도 몰랐을 것이라는 얘기마저 흘러나왔다.

이와 함께 CJ그룹은 인수자문 계약을 철회한 삼성증권에 대해 “유무형상의 손실에 대해 명백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이들 그룹은 지난해 말 CJ헬로비전의 MVNO(이동통신재판매) 사업 시작 전 스마트폰 공급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어오기도 했다.

이 때문일까. 재계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이맹희씨가 이후 어떠한 카드를 꺼내들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재현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등 범삼성가 3세경영 간 왕래가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도 회자되고 있다.

◆확대해석 경계한다지만…

삼성그룹과 CJ그룹은 이에 대해 개인 소송이며, 따라서 그룹 차원에서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과 함께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특히, CJ의 경우 “범삼성가 갈등으로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맹희씨와 접촉을 통해 소송을 취하하는 등 설득 작업에 착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바꿔 말하면, 이맹희씨는 그룹 경영과 일체 무관하며, 때문에 이번 소송은 CJ그룹과도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CJ그룹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중재하겠다는 입장과 함께 “이맹희씨가 오너의 특수관계자인 만큼 삼성그룹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소송을 단순히 개인 간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석연치 않다는 게 일각의 시선이다. 대한통운 인수전만 봐도 냉정한 시장논리 위에서 이들의 경쟁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것으로, 오너가의 또 다른 경쟁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