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회삿돈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여러 논란 속에도 불구하고 하이닉스반도체 경영권을 결단코 손에 쥐었다.
하이닉스를 향한 최 회장의 갈망은 인수전 때부터 또렷했다. 지난해 11월10일 하이닉스 본입찰장에선 눈치싸움이 한창이었다. 워낙 대어급이다 보니 선뜻 나서기가 부담스러웠던 것. 3조원이 훌쩍 넘는 하이닉스를 멋모르고 집어 삼켰다간 ‘승자의 저주’에 맞닥뜨릴 것이란 비관론도 강했다. 하이닉스가 10년간 주인을 찾아 헤맨 것도, 애초 인수의사를 밝혔던 STX그룹이 같은 해 9월 눈물을 머금고 포기한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다.
◆비자금 의혹 때 단독입찰 참여
STX그룹과 2파전 구도를 형성했던 SK텔레콤 또한 상황은 좋지 못했다. 그룹 총수일가인 최태원‧재원 형제에 대한 비자금 수사가 한창인 까닭이었다. 시장 또한 최 회장의 불안한 처지 탓에 SKT가 하이닉스 인수를 포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지난 13일 하이닉스반도체 사내이사에 선임되자 시민단체는 물론 전문가들도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
그러던 지난달 26일, 하이닉스 이사회가 최태원 회장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의결하면서 ‘적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지난 13일 오전 10시 하이닉스 주주총회가 열린 경기 이천 본사에선 최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두고 주주들 간 찬‧반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이 안건은 이례적으로 현장 표결에 들어갔고 찬성 70.94%, 반대 29.06%(전체 주식 대비 찬성 48.10%, 반대 19.71%)로 최 회장 사내이사 선임 안이 가결됐다.
하지만 이쯤에서 매듭지어질 것처럼 보였던 ‘적정성 논란’은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찬반 투표서 중립을 지켰던 국민연금(지분 9.15%)에 반발하며, 정부 측 자문위원 2명이 위원직을 사퇴한 것. 국민연금 산하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위원회) 소속 지홍민 이화여대 교수와 김우찬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이날 국민연금 결정에 반발하며 위원직을 내려놨다.
앞서 위원회는 지난 10일 배임·횡령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인 최 회장을 하이닉스 이사로 선임하는 것이 옳으냐를 두고 갑론을박 끝에 표결에 부쳐 찬성 3명, 반대 3명, 기권 1명으로 찬반 동수가 나와 중립을 지키기로 했었다.
이뿐만 아니다. 법조인 100여명으로 구성된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도 최태원 회장의 하이닉스 사내이사 선임에 반발하고 나섰다. 최 회장 이사 선임 소식이 알려진 지난 13일 미래기획위원회는 성명서를 통해 “국민연금이 기계적으로 경영진에 우호적인 투표성향을 보이는 것은 법적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라며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과 전광우 국민연금 이사장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확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