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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기의 책보기] 김광수 소장의 ‘경제학’

최보기 칼럼니스트 기자  2012.02.14 10:3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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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서울대 경영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일본 도쿄대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한 뒤 일본 최고의 경제연구기관인 노무라종합연구소에 입사했다. 연구소 재직 당시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 12월 100페이지 분량의 경제보고서를 발행해 정부와 금융계를 놀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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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5월 독립해 자신의 이름을 딴 김광수경제연구소를 설립하고 국내 최고 수준의 중립적인 민간 싱크탱크로 키워왔다.’

표지 안쪽 저자 소개의 첫 부분이다. 학벌, 경력, 능력으로 봤을 때 그는 정부조직이나 대형 연구기관, 대학교수 등 얼마든지 배경 좋고, 수입 좋은 자리에서 일할 만 하다. 실제로 그런 제안도 많이 받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저자가 독립 경제연구소를 어렵게 꾸려가는 이유는 딱 하나다. 정직한 지식인이 되기 위해서다.

한국 사회에서 무형의 지식정보를 통한 영향력 행사는 지금까지 권력에 예속된 국책 연구기관이나 금력에 종속된 재벌계 연구소, 그리고 사주와 광고주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언론 등의 영역이었다. 애초부터 객관적이고 신뢰할 만한 지식정보가 생산되기 어려운 구조이고, 올바로 전달될 수 있는 체제도 아니다.

그런 면에서는 대학교수라고 해도 자유롭지 못하다. 주류에 반하는 경제론을 폈다가는 몰매맞기 쉽상이고, 자리마저 위태로워진다. 그래서 저자는 경제적 어려움을 무릅쓰고 돈키호테처럼 독립연구소를 차려 ‘정직한 지식’을 설파하고 나선 것이다.

저자는 한국을 정·경·관·언·사법 유착국가로 규정한다. 그 중심에 재벌이 있다. 저자는 한국이 1970-80년대 자본집약적 성장시대를 거쳐 1990년대에 기술집약적 성장시대로 진입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술집약적 성장시대로 진입하려면 재벌 중심의 지배 구조에서 기술 벤처 중심의 산업 구조로 환골탈태해야 했다. 그러나 한국은 그 기회를 놓쳤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와는 정반대로 재벌들에게 무차별적인 차입경영, 순환출자 등 확장을 허용해버렸다.

점점 심해지는 소득과 부의 양극화와 계층간 소득 갈등, 청년 일자리 태부족과 높은 실업률, 자영업자의 붕괴, 패자부활전 없이 취약한 사회안전망, OECD 국가 기준 자살률 1위, 출산률 최하위 국가라는 불명예, 총체적 국가위기와 다가올 국가적 재앙(?)의 근원이 환골탈태의 실패에서 비롯되었다.

유착의 당사자들인 정·경·관·언·사법에게 이 문제를 해결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관료의 경우 유착되어 있지 않더라도 문제의 진단과 처방을 정확히 할 수 있는 능력이 많이 부족하다. 있다고 해도 대통령의 국가경영의지에 따르다 보면 자신의 소신을 못 펴기 일쑤다.

이명박 대통령의 사대강 사업은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었단 말인가. 삼성이 국민에게 드리우는 빛과 그늘은 무엇인가. 지속 가능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해법은 무엇인가. 빈곤, 그 불편한 진실과 해법은 무엇인가. 부동산을 어떻게 바라볼 것이며, 일본의 버블붕괴에서 우리의 경제 정책가들이 잘못 배운 것은 무엇인가. 왜 열심히 일해도 생활은 똑 같은가. 한국에서 MS와 구글이 나올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

관료들의 잘못된 갖가지 경제 문제 진단과 처방, 또는 재벌과 기득권 중심의 왜곡된 진단과 처방을 지적하고 그 해법을 제시하는 저자의 주장이 275페이지에 걸쳐 가득 차있다. 결국 저자가 제시하는 핵심적 해법은 정치개혁이다. 지역주의나 색깔론을 벗어난 정책정당 중심의 정치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현재의 정치인들과 투표문화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시간이 갈수록 소수 기득권 층을 제외한 대다수 국민들의 고통과 불만은 가중되고, 그런 고통과 불만을 정치권과 제도권이 소화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청년세대, 더 나아가 그 이후의 자손세대들에게 너무나 큰 빚을 넘겨주는 일이 될 것이라고 저자는 예언한다.

저자는 그래서 2040세대, 자식세대가 전면에 나서야 하고 그것을 유도, 인정해 주자고 한다. 부모세대는 마음을 비우고, 다시 한 번 부모의 마음으로 돌아가 자식 세대들에게 자리를 비켜주길 부탁한다. 세상의 변화를 인정하고 자식 세대와 부모 세대 모두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제대로 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함께 만들어 가자고 한다. 이것이 진짜 개혁이란다.

선거는 항상 있다. 현재의 고통에 불만의 소리만 늘어놓거나, 어쨌든 나 혼자 살고 보자고 서로 죽도록 경쟁하기 앞서 2040세대가 왜 정치개혁의 전면에 서야 하는지,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정치구조의 개혁을 이루어야 하는지 스스로들 고뇌해볼 일이다. 다만 최근의 폭발적인 ‘안철수 현상’이 그런 고뇌들의 응축된 용암이 터져 나오기 시작하는 신호가 아닌가 싶다.

김광수 소장의 ‘경제학 3.0’이 한국 사회의 경제적 문제를 진단·처방한 총론이라면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의 ‘2013년 이후’는 이를 조목조목 수치와 사례로 뒷받침하는 개론으로 함께 읽어볼 만 하다.

   
 
이에 덧붙여 패자부활전이 있는 나라 스위스의 거울에 비춰 오늘의 한국을 조명한 맹찬형 기자(연합뉴스 제네바 특파원)의 최근 신서 ‘따듯한 경쟁’도 정책입안 관료들과 부모세대들이 눈 여겨 봤으면 한다.

사족, 항상 그렇듯이 ‘최보기의 책보기’는 필자의 주장이 아니라 저자의 주장, 즉 책의 내용과 메시지를 간추린 것이다. 가끔 ‘책보기’ 내용을 필자의 주장으로 오해하는 독자가 있다.

 프라임경제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