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미 고인이 된 스티브잡스가 2011년 아이패드2 발표 현장에서 언급한 “Liberal Arts와 Technology의 교차로” 이야기가 아마도 IT 업계에서 인문학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또한 대표적인 IT기업인 Google에서도 6000명의 신입사원 중 4~5000명을 인문분야 전공자로 뽑겠다고 하는 것을 보면, IT분야에서의 인문학적 접근은 이미 부정할 수 없는 대세이자 숙제가 되어 버린 듯하다.
물론 이미 오래 전부터 국내외에서는 IT분야의 많은 경영자와 전문가들이 문화나 인문학적 컨텐츠에 대한 관심을 보이며 이와 관련된 교육과 활동에 참가하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인문학의 가치를 IT나 비즈니스에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보다는 경영자 개인의 취미나 취향, 또는 바쁜 업무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함으로써 얻어지는 재충전, 아이디어의 발견 정도의 수준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물론 이는 필자 개인의 생각이어서 일반화하기는 어렵겠지만, 주변의 많은 경영자들의 문화적 취미나 관심이 사업이나 기술개발에 연결되는 경우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 IT기업에게 왜 인문학의 중요성이 언급되고 있는 것일까? 우선 언론에서 언급하는 인문학에 대해서 그 뜻을 명확하게 정의한 다음에 이야기를 진행하고자 한다. 우리가 말하는 인문학은 영어로는 “Liberal Arts”와 “Humanities”가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다. 스티브잡스의 발표에서도 자세히 살펴보면, “Liberal Arts와 Technology”의 슬라이드를 표현하였지만 Humanities가 함께 결합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우선 “Liberal Arts”를 보면 ‘교양과목’ 정도로 번역될 수 있을 것이다. 전공이나 실무기술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요지는 지나치게 기술과 사실에만 매달려 상식적이고 교양적인 면을 놓쳐서는 안되며 이러한 상식과 교양이 기술의 새로운 방향과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또 다른 용어인 “Humanities”는 우리가 말하는 인문학과 가장 가까운 영문적인 표현이 아닐까 생각된다. Google에서 ‘사내 철학선생’으로 불린다는 데이먼 호로비츠 엔지니어링 담당이사도 10년 전에 스탠포드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땄으며, Google에서도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교양수준의 인문학도가 아니라 인문학 전공의 박사학위자나 전문가를 찾고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이렇게 보면 많은 국내 매체에서 IT분야에서의 인문학 바람을 이야기하면서, 교양과 상식을 갖춘 인재를 뽑고 관련된 문화 활동을 하는 것만으로 묘사하는 것은 본질과 다소 벗어난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렇다면 교양과 상식이든 인문학의 전문분야이든, IT와 경영에서 이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저 막연히 교양과 상식을 많이 쌓고 문화적인 취미와 활동을 많이 하면, 뭔가 창의적으로 바뀌고 아이디어가 생성될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다시 한번 스티브잡스의 이야기를 하자면, 왜 스티브잡스가 삼성에서 7인치 갤럭시탭을 발표했을 때, 지나칠 정도의 혹평과 비난을 쏟아 냈는지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사용자의 직관과 편리성 측면에서 볼 때, 4인치 수준의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안드로이드 프로요 OS’를 그대로 7인치에 적용해서 시장에 출시하는 삼성을 보고, 인문학을 제품개발과 경영의 원천으로 삼고 있던 스티브 잡스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었을 수도 있다.
넥서스 커뮤니티 박찬선 부사장 |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더 이상 기술과 과학의 관점만으로는 새로움을 위한 근원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인간의 감성에 호소하는 무엇인가를 만들어 낼 수 없다는 것이며, 인간의 감성과 욕구에 맞지 않는다면 그 어떠한 기술과 제품도 더 이상 시장에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감성과 욕구는 끊임없이 변하고 진화하며 알아내기가 지극히 어렵지 않은가? 바로 이점이 인문학적인 고찰과 투자가 기업들, 특히 IT기업들에게 요구되는 이유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