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우리는 작년 무역 1조달러의 국가적 과업을 달성했지만, 2012년이 세계경제 침체와 이로 인한 실물경제 위기전이의 해가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선진국 시장으로의 수출 침체 부담을 안고 있다. 부존자원이 없는 소규모 개방 경제에서 ‘무역 위축’은 곧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 이런 가운데, 중국에 이어 동남아가 우리의 관심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올해 중 자카르타에 기존 대사관 이외에 ASEAN(동남아국가연합) 대표부를 두고, 인도네시아 최대 항구도시 수라바야에 총영사관을 추가로 설치키로 하는 등 인도네시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정부가 인도네시아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아세안 공략의 주요 거점으로 볼 수 있는 데다 우리 기업들의 인도네시아 진출욕구가 높아지면서 지원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해 말 국내 CEO 200여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3%가 한국의 차세대 주력 시장으로 동남아를 들었으며, 이런 상황에서 2억 인구의 인도네시아는 시장 규모면에서 강한 매력 요인을 갖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아시아판은 7일 ‘90년대 이후 성장 정점에 달한 인도네시아 경제’라는 기사에서 “인도네시아 GDP는 지난 8년 중 7번 5% 이상 성장을 했으며 많은 국가들이 리먼 브러더스 상황 등으로 슬럼프에 빠졌던 2009년에조차 4.5% 성장세를 보였다”고 소개했다.
이 신문은 다우존스 뉴스와이어의 전문가 11명의 의견 중간값에 따르면 금년도 성장세는 6.48%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유럽 재정위기가 심각한 세계경제 침체를 불러올 경우 인도네시아 역시 올해 성장률이 6%를 밑돌 것이라는 예측도 있지만, 기준 금리 인하로 이를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4분기에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했으며 최근에는 2개월 연속 동결을 이어가다 최근 다시 인하에 나선 바 있다. 인플레이션 압박이 발생하더라도 침체를 막겠다는 당국 의지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은 탐나지만…한국 수입품에 인도네시아 등도 규제 가세?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해 말 국내 CEO 200여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3%는 한국의 차세대 주력 시장으로 동남아를 들었다. 이런 가운데 2억 인구의 인도네시아가 매력적인 시장으로 부각하고 있다. |
하지만 인도네시아 시장에는 우리만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게 아니다. 이미 인도네시아 시장에는 여러 외국 자본이 진출해 있고 이들과의 전면적인 경쟁이 불가피하다.
지난 9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미 인도네시아 자동차 시장 점유율의 60%를 점하고 있는 도요타는 시장 확대를 위해 2억달러(약 2230억원) 규모의 추가 설비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인도네시아에서의 판매량 증가율을 35%로 예상하는 현대자동차가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세우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진 상황을 감안하면 현지 시장 공략에 상당한 시간적·물리적 차이가 이미 존재하는 셈이다.
여기에 현재 우리 한국에 대한 수입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을 유의할 필요가 높다는 지적이다. 현재 수입 규제 대부분이 선진국이 아닌 중국, 인도 등 신흥국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트라가 내놓은 ‘최근 대한(對韓) 수입 규제 동향과 2012년 전망’ 보고서에서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총 117건의 수입규제를 받고 있다. 이 중 82%인 96건이 신흥국의 규제로 집계됐다. 국가별로는 인도(21건), 중국(17건)이 가장 많으나, 파키스탄(7건), 인도네시아(5건) 등에서도 수입 규제가 나타나 이런 대열에 동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본식 현지 진출을 통해 수입 규제를 돌파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규제 강화 현실 속 日 현지화 벤치마킹 필요
일본은 이미 엔고 상황 돌파 등을 위해 인도네시아를 위시한 신흥국(이머징 마켓)에 진출을 체계적으로 모색해 왔으며, 삼성경제연구소도 2010년 3월 ‘신흥국에서 활로를 모색하는 일본 기업’이라는 보고서에서 이 움직임을 분석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일본이 신흥국 현지화 전략에 눈길을 둔 이유로 △선진국 시장과 고부가가치 제품에 중심을 두던 일본의 산업 구조 및 기업전략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큰 타격을 입었고 △금융위기 여파로 선진국 시장의 수입 수요가 감소하면서 경쟁국에 비해 일본의 수출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커졌으며 △고부가가치 제품에 역점을 둔 전략도 수출 감소폭 확대에 한몫을 한다고 풀이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흥국이 빠른 경제 회복으로 대신흥국 수출이 증가하는 등 신흥국이 일본을 위한 새 버팀목으로 등장했다는 풀이다.
이에 따라 일본의 기업들은 고품질 고집을 꺾고 품질에 대한 우려가 일부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자국 생산 대신 현지에 공장을 세우고 △품질 기준 역시 신흥국 기준으로 구축하고 △마케팅 등도 지역 단위, 브랜드 중심으로 현지화 방식을 채택하는 등 노력을 보여 왔다.
일본기업의 對 신흥국 전략 변화의 틀 |
삼성경제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일본의 인도네시아 현지화 노력 케이스로 아지노모토라는 일본 조미료회사가 인도네시아에 현금 수금, 현지인 마케팅 인력 고용 등을 앞세워 파고든 사례를 소개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일찍이 주목한 이런 일본식의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에서의 현지화 노력은 실제로 불과 몇 년 후인 현재 빛을 발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연말 일본 카메이커인 다이하츠 성공 사례를 소개했다. 이 기사는 다이하츠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 진출, 현지 생산을 하면서 경쟁업체들보다 우월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 기사는 “공급망 문제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엔화 문제에 있어 다이하츠의 주 생산시설은 지난 3월 지진에 영향을 받지 않았으며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 있는 동남 아시아 공장 역시 경쟁사들에 피해를 가져온 태국 홍수의 영향권을 벗어나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이 현지 진출 전략 덕에) 엔화 강세의 영향도 제한적으로 받는 데 그쳤다. 해외 시장 특히 영업이익의 약 40%를 내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 팔리는 대부분의 다이하츠 자동차는 현지에서 생산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ASEAN 단일 시장 느린 통합 전망, 하지만 실상은?
또 유망한 시장인 아세안이 아직 확실히 유럽연합(EU) 스타일의 경제통합의 단일체로 묶일 가능성이 적지만, 아세안 내부적으로 어느 정도 구축된 협력망에 우리 기업들이 편승하기 위해서라도 인도네시아 시장을 잡을 필요가 높다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외교안보연구원의 ‘2012 국제정세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아세안의 경제통합은 EU의 경제통합 모형을 최종 목적으로 하고 있지는 않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이미 아세안 국가 중 선발 6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싱가포르·브루나이·필리핀) 간에는 99%의 상품에 대해 무관세가 적용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인도네시아를 기반으로 잡고 현지에서 생산을 모색하면 아세안 국가 중 상당수에서 관세 이익을 노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또한 인도네시아가 기준금리 인하를 지속하는 등으로 인플레이션 부담이 제기되고 있기는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인플레이션 흐름을 볼 때 현지의 구매력을 크게 떨어뜨릴 정도로까지 관리 부재 상황을 겪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리먼 사태 등의 타격 속에서도 상당한 관리 능력을 보여 인플레이션율 낮추기에 선방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란 제재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으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고 인도네시아 당국이 현물교환 무역 방식으로의 이란 접촉 가능성을 시사하는 점 등은 주의를 기울여 볼 만한 대목이다.
인도네시아 인플레이션 비율 자료(www.tradingeconomics.com 자료) |
◆한국 기업에 인도네시아는 블루오션…제조업 외 영역에도 눈길 돌려야
우리 기업들의 투자 동기를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시장면에서 비교해 보면,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에서 향후 우리가 모색해 나갈 시사점을 추출해 낼 수 있다. 2011년 12월30일 발간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베트남 및 인도네시아 진출 한국기업의 경영실태와 생산성 분석’ 보고서에서는 이 보고서는 “저임금을 선택한 기업 비중은 베트남보다 인도네시아에서 높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즉, 베트남 혹은 인도네시아를 투자국으로 선정한 동기에도 이러한 점이 동일하게 반영되었지만 “베트남보다 인도네시아에서 인력조달을 선택한 기업의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즉 현재까지는 우리 기업의 인도네시아 진출이란 아직 저임금 생산기지 측면에서 검토돼 왔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런 상황을 반영하듯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진출 우리 기업의 업종 분포를 보면, 섬유봉제업(35%)에 제조업(23%), 신발(12%) 등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다른 영역에 눈길을 돌릴 여지가 아직 많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하겠다.
인도네시아 진출 산업 현황 |
다만, 인도네시아는 이슬람 국가이기 때문에 베트남에 비해서도 현지화 전략 노력이 더 필요하며, 우리 기업들도 이런 필요성을 더 크게 인식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보고서는 “베트남의 경우 ‘현지 소비자 수요 조사 를 바탕으로 한 신상품 개발 비중’이 낮았던 것과는 달리 인도네시아는 14.3%를 차지했다”고 소개하고, “이는 베트남보다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할랄(Haral) 같은 현지화된 상품 수요가 높은 데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우리 기업들은 베트남에서보다는 인도네시아에서 ‘사회적 책임 활동’도 높은 비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베트남에 비해 종교적 이유로 인해 까다로운 점에서 상대적으로 현지 시장을 겨냥한 현지화 전략의 필요성이 높다는 점이 인도네시아의 특이성이라고 하겠다.
즉, 이미 일본이 현지화 노력을 일찍이 가동해 뿌리 내리기를 하고 있고 중후장대 산업에서도 적잖은 성과를 올리고 있는 사정 속에서 우리 기업들은 아직 경박단소 특성의 산업 쪽에서만 진출을 하고 있는 상황이고, 시장 특이성 분석에서도 아직 조심스러운 타진을 하고 있는 정도다. 이 벽을 넘을 방안을 빨리 확보해야 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비제조 서비스업 시장 잡을 수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우리 무역 관점이 점차 ‘한류’를 기반자산으로 해 서비스업으로까지 확장되려는 추세가 이번 연초에 두드러지고 있는 점을 인도네시아 시장에서도 접목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코트라는 지난 연말 ‘한국형 무역성장 모델’ 구축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여기서 인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과 콜롬비아를 포함한 중남미 시장, 리비아를 포함한 중동 등 각 지역별로 시장특성에 맞는 상품과 프로젝트를 선정, 차별화된 마케팅사업을 지원할 뜻을 밝혔다. 특히 신흥국 시장의 경우 단순히 상품을 파는 대상이나 원조 대신, 무역 인프라구축과 인적자원 개발, 민간 공공투자 등을 지원해 무역의 균형발전을 유도할 방침을 구상했다.
이런 어젠다와 궤를 같이 하는 차원에서 코트라는 세밑에 ‘동남아 비즈니스 한류 현황과 활용전략’ 보고서를 통해 베트남, 싱가포르는 물론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을 분석한 결과 유통·식품·미용산업 등에서 한국 브랜드의 강세가 두드러진다고 밝혔다.
현지화 모색 노력을 현재 우리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코트라나 현지 공관 등이 인도네시아 파고들기의 지원 노력을 구체적으로 유기화해 제공한다면 저임금 제조업 기지에만 머물지 않고 거대 시장으로서 제조물 자체 시장으로서, 또 서비스업의 새 시장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귀추가 주목된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