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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vs 경기’ 딜레마 빠진 한국은행…증권가 훈수도 엇갈려

기준금리 8개월째 동결, 방향성 놓고 의견분분

이수영 기자 기자  2012.02.09 15: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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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기준금리가 8개월 연속 동결됐다.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물가가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이 물가와 경기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는 가운데 전문가들도 전망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2분기 쯤 금리인하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연내 동결 쪽에 무게를 두는 전문가도 있다. 하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제기한 증권사도 있어 저마다 엇갈린 훈수를 두고 있는 셈이다.

9일 한국은행은 2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현재의 3.25%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기준금리는 지난해 6월 이후 8개월 째 제자리다.

◆당국, 경기보다 물가에 집중

전문가들은 이번 기준금리 결정 배경에 물가 요인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1월 국내 소비자물가는 3.4%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낮아졌지만 지난달에 비해 0.5% 상승했다.

솔로몬투자증권 임노중 연구원은 “전월비 물가가 3개월 연속으로 상승했고 상승 폭도 확대되고 있다”며 “추운 날씨와 지하철 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을 고려할 때 전월비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국내물가 상승에 대한 부담은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토러스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제공.
토러스투자증권 공동락 연구원은 “이번 기준금리 동결 조치는 대외적인 불확실성과 함께 국내 경기 역시 물가와 성장을 모두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서 이뤄진 당국의 정책 대응으로 풀이된다”며 “다만 해외 불안 요인에 대해 비교적 낙관적인 입장을 유지한 반면 물가에 대해서는 경계감을 꾸준히 유지했다는 점에서 물가를 더욱 강조한 것이 눈에 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 김중수 총재가 통화정책문에서 물가 상승률이 낮아진 이유를 기저효과라고 명확히 언급했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도 높게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한 것 등이 그 이유다.

◆동결기조 이후 전망 엇갈려

향후 국내 기준금리 향방에 대해서는 증권사마다 전망이 엇갈렸다. 다만 물가와 경기 압박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당분간 금리동결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좀 더 우세하다.

토러스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까지 기준금리 동결을, 올해 말에는 현 수준에 비해 25bp 상승한 3.50%로 인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공동락 연구원은 “통화당국이 물가에 대해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기준금리의 방향성이 인상 쪽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판단한다”며 “다만 지금 경기 여건이 바닥을 다지는 국면인 만큼 단기적으로 기준금리가 변경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동부증권은 연내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홍철 연구원은 “대외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변경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될 수 있다는 언급에 주목해야한다”며 “글로벌 경기의 극단적인 하방위험이 완화되면서 금리 인하 가능성도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문 연구원은 “외부적인 위험이 높은 가운데 경기와 물가에 대한 무게중심이 팽팽한 상황”이라며 “지난해 이후 대외 변수에 따라 통화정책이 크게 좌우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매크로 이벤트와 관련된 불확실성과 경기둔화, 물가 상승 압박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연내 동결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동양증권은 빠르게 안정을 찾고 있는 유로존과 미국 경제지표의 회복으로 경기전망이 긍정적이라고 전제한 뒤 기준금리 상반기 동결, 하반기 인상 가능성을 제시했다.

박형민 연구원은 "대외 불확실성으로 2월 기준금리는 동결됐으나 그리스 위기 완화와 유럽을 제외한 글로벌 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강조한 만큼 기준금리 정상화에 대한 의지는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는 이 같은 기대가 실물지표의 회복으로 나타나는지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기대인플레이션 압력과 빠르게 안정되고 있는 유로존으로 인해 상반기 기준금리는 동결, 하반기 기준금리는 인상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반면 토러스투자증권은 2분기 중 금리인하 가능성을 제시했다. 내수, 수출의 동반부진 추세가 엿보이는 가운데 경기둔화 추세를 간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또 3월부터 농축수산물 출하량이 증가해 전월비 물가가 하락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도 다소 줄어들 것이라는 점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었다.

임노중 연구원은 “지난달 수출이 27개월 만에 감소했고 무역수지도 19억6000만 달러 적자였다”며 “이 같은 국내경기 둔화는 유럽 재정문제 등 대외불안이 국내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 연구원은 “금년 상반기 국내경제는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으로 성장률 둔화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금리인하를 위한 필요조건 중 경기둔화라는 한 가지 조건이 충족되는 가운데 국내 소비자물가도 농축수산물 출하량이 증가하는 3월부터 전월비 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