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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 참치캔 재고처리 하는 속내는…

추가생산 없이 사업방향성 검토 중…업계선 ‘사업철수 수순’에 무게실어

조민경 기자 기자  2012.02.09 14:3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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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CJ제일제당(097950)이 지난해 진출한 참치캔 사업이 오리무중에 빠졌다. 현재 사업진출 6개월여가 지난 시점으로 사업성패를 판단하기에 이른 감이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전혀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명색이 국내최대 종합식품업체인 CJ제일제당이지만 3강 체제를 견고히 하고 있는 참치캔 시장 아성을 너무 쉽게 봤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4100억원 규모의 국내 참치캔 시장에서 CJ제일제당은 7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데 그쳤다. 시장점유율은 고사하고 소비자 인지도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황. 소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추가생산 없이 재고운영(재고처리)을 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CJ제일제당은 향후 참치캔 사업 진행방향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철수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회사 측은 “사업 존폐위기로 보기는 힘들다. 향후 사업방향에 대해 고민 중”이라며 사업을 철수하는 최악의 상황은 아니라며 희망의 여지를 남겼다. 

◆참치캔 시장 도전장…포부는 컸지만 현실은 참담

앞서 CJ제일제당은 지난해 7월 태국의 참치캔 제조회사인 TUM(Thai Union Manufacturing CO, Ltd)과 손잡고 OEM(주문자상표 부착 생산) 방식으로 참치캔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렇게 선보인 제품이 ‘프레시안 워터 튜나’ 3종이다.

   
CJ제일제당이 지난해 ‘프레시안 워터 튜나’로 참치캔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는 재고처리 방식으로 사업을 유지하며 향후 사업 방향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시 CJ제일제당은 차별화된 품질로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국내 참치캔 시장에서의 충분한 성장 가능성 역시 자신했다. 그 밑바탕에는 물 베이스(워터 베이스, water base) 제품이 기존 유지(기름) 베이스 참치캔 제품과 차별화되며 시장 성장성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깔려있었다.

그러나 CJ제일제당에 앞서 대상(001680) 등 일부 업체들이 물 베이스 참치를 내놓았지만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시장에서 철수한 바 있다. 때문에 업계는 CJ제일제당이 이 같은 물 베이스 참치를 내놓을 때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CJ제일제당은 사업을 추진했고 소비자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결과는 참담했다.

‘프레시안 워터 튜나’ 3종은 출시 초기 주요 백화점 7개 매장에서만 판매됐고 이후에도 더 이상의 유통망 확대는 없었다. 이를 통해 CJ제일제당이 지난해 참치캔으로 올린 매출은 70억원. 당초 목표치인 100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이로써 올해 3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치 수정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에선 이미 “사업철수 수순” 얘기도…

제품 역시 프레시안 워터 튜나 알바코어∙요리용 살코기∙프리미엄 통살 등 3종이 출시됐지만 2월 현재 프리미엄 통살을 제외한 알바코어와 요리용 살코기 2종만 판매되고 있다. 이 두 제품도 추가 생산을 중단하고 재고만 판매하는, 이른바 ‘땡처리 장사’를 하는 실정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현재 추가생산 없이 재고로 운영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아직 사업진출 6개월여밖에 지나지 않아) 소비자 인식을 바꾸고 성과를 내기에는 짧은 시간으로 존폐위기로 몰아가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는 앞으로의 참치캔 사업을 어떻게 진행해나갈지 방향성에 대한 고민 중이다”고 덧붙였다.
 
CJ제일제당은 사업철수가 아니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CJ제일제당이 참치캔 시장에서 발을 빼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업철수에 무게를 실고 있다. 업계는 이미 예견했다는 반응이다.

참치캔 제조∙판매회사인 A사 관계자는 “물 베이스 참치에 대한 소비자 인지도가 낮아 출시 당시부터 우려된 상황”이라며 “CJ제일제당의 참치캔은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거의 없어 우리로선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B사도 “CJ제일제당이 참치캔 실적이 생각처럼 나오지 않아 일반판매로는 사업을 중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아마도 참치캔 사업 대신 선물세트 구성품 중 하나로 운영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 “선물세트 구성에 치중하겠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사업 방향성 고민이 사업존폐를 논의하는 것이 아니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도 “일반판매보다는 선물세트 구성품 위주로 운영해나갈 것이다”며 일반판매를 중단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 동안의 ‘프레시안 워터 튜나’ 매출도 일반판매보다 선물세트 판매 실적이 좋았다”며 선물세트 시장에서의 전망은 밝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참치캔은 일반적으로 마트나 슈퍼 등에서 일반판매로 인지도를 높인 후에 인기제품을 선물세트로 구성하기 마련인데, CJ제일제당의 경우 일반판매 없이 선물세트로만 판매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동원F&B(049770)와 사조산업(007160), 오뚜기(007310) 등 기존 업체들의 경우 참치캔의 일반판매율이 선물세트로 판매되는 것보다 훨씬 더 높다. 일반판매와 선물세트로 판매되는 비율을 따지면, 적게는 7대 3에서 많게는 8대 2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참치캔은 선물세트 판매량보다 일반판매량이 더 많기 때문에 선물세트 판매만으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일각에서는 CJ제일제당이 참치캔 출시 이후 일반판매 실적이 안 나오자 ‘주력사업이 아니며 선물세트 구색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변명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