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이익이 먼저인가, 사회적 책임이 먼저인가?”
“말할 필요도 없이 이익이다. 이익을 못 내고 거꾸로 적자(赤字)라면 그건 사회에 공헌하기는커녕 민폐가 된다. 부도가 나면 종업원 월급을 못 주고, 많은 사람이 직업을 잃고, 사회의 도움을 받게 된다. 다만 벌어들인 이익을 어떻게 배분하느냐 하는 점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이나모리 교세라 명예회장이 지난 2월1일 하나금융이 주최한 ‘드림 소사이어티’ 101회 모임에서 자신의 경영철학을 강연한 뒤, 위와 같은 질의응답을 가졌다는 기사를 모 일간지에서 읽었다. 전후 내용을 좀 더 파악해 보려고 다른 일간신문, 경제신문 등을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다가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했다.
같은 강연회를 취재한 다른 신문 기사들에는 위와 같은 질의응답 내용이 실린 것이 한 편도 없었기 때문이다. 궁금하여 알만한 기자 출신 친구에게 물어보니, 어떤 기사는 현장에 가서 직접 취재하지 않고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보도자료를 다소 윤문하여 쓰는 수도 있다고 하는데, 이런 경우는 기사를 면밀히 읽어보면 어느 것이 직접 취재한 것인지 쉽게 알 수 있다고 한다.
뻔한 질문, 뻔한 대답이어서 그랬을까? 아니면 질문을 던진 주최 측의 대담자가 이나모리 회장의 입을 통해 듣고 싶었던 말은 ‘의당 사회적 책임이 먼저’라는 말이었는데, 뜻하지 않은 대답을 들었으므로 ‘안 물어본 것으로’ 쳐서, 보도자료에는 싣지 않고 지나쳐버렸던 것일까? 기사에는 그런 질문을 던진 사람이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 김재철 동신그룹 회장 그날의 두 사람 대담자 중 어느 분이었는지 밝혀져 있지 않았다.
사실 관계는 여하 간에, 이나모리 회장 강연에 대한 이번 신문 기사 해프닝을 살피다가 필자는 해묵은 분(忿)한 사연 하나를 기억해내게 되었다. 2년 전쯤 전문코치들이 모여 기업코칭을 논의하는 워크숍 과정에서 ‘기업이 추구하는 궁극적 가치란 무엇인가?’ 하는 주제를 가지고 이물 없는 가까운 코치 칠팔 명이 갑론을박을 벌인 일이다.
필자가 “기업이란 태생적(胎生的)으로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생겨난 의사(擬似) 인격체인데, 도대체 갑론이고 을박이고 무슨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냐?”고 의아해 하는 태도를 표명하였더니, 다수의 참여자들이 농반진반(弄半眞半)으로 필자를 ‘세상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구세대 경영 퇴물’로 몰아 세워서 요즘 말로 왕따 취급을 하고 만 일이었다.
그들의 주장에 의하면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이윤 추구에 앞서는 우선적 가치로 삼지 않으면 이제는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중과부적, 사세불리 하면 대결을 우선 피하고 보라는 옛 병서(兵書)말씀도 있고, 실제로 중요했던 워크숍의 목적은 다른 주제였기에, “이 사람들이 전교조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았구먼…” 농담으로 눙치고 말았지만, 실은 기업의 존재 목적과 자연인(自然人)인 기업가의 자세를 혼동하는 것인지 아니면 억지로 동일시 하려는 것인지 모를 코치들의 어찌 보면 무책임한 주장에 적지 않게 황당하였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와모리 회장의 지적처럼, 기업 경영주의 입장이 되어 부도 막으려고 천방지축 뛰어보지 않은 팔자 좋은 코치들로서는 기업이 추구하는 이윤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 뼈저리게 실감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었다.
구멍가게까지 싹쓸이하는 재벌가(家) 식솔들의 타기(唾棄)하고 싶은 탐욕 행(行). 이에 대한 비판이 마침내는 재벌 해체란 극단적인 주장으로 정치 구호가 되기도 한다. 그런 정서에서 출발하여, 이번 강연회의 대담자도 ‘기업의 이윤추구와 사회적 책임’이라는 화두를 이와모리 회장에게 질문으로 만들어 던졌을 터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곰곰 생각해 보자. 기업과 기업주를 동일시 하는 것도 더 따져볼 필요가 있는 일이고, 돈 벌기 위해 만들어 진 기업에게 돈 버는 것에 우선하여 사회사업 하라는 요구도 아무래도 이치에 맞춰 따져보아야 할 일이다.
허달 코칭경영원 파트너 코치(PCC) / 전 KPX화인케미칼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