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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지원조건 불발, 한계상황 유럽 실물경제 흔드나

獨발빼면 ECB만 부담, 은행계 전반 어려워지면서 한계기업 벼랑끝으로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2.09 09: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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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그리스발 악재가 유로존을 다시 흔들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정치인들의 이기주의가 유럽 전체를 흔든다는 볼멘 소리가 거대한 실제 파급 효과로 연결될지 주목된다.

8일에서 9일로 막 넘어간 새벽(현지시간), 그리스 과도정부 구성을 지지한 세 정당 지도자들은 결국 2차 구제금융 지원 조건 논의 도달에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루카스 파파데모스 총리와 과도정부 구성을 지지한 사회당, 신민당과 라오스당 등 세 정당 당수들이 이들은 수용 여부를 놓고 막판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그리스와 트로이카간 협상 공든 탑, 물거품될 가능성 커져

이런 합의 실패는 그리스 정부가 트로이카(유럽연합·유럽중앙은행·국제통화기금)팀이 협상을 통해 확정한 구제금융 지원 조건을 정치권에서 동의해 주는 데 제동이 걸리는 것으로, 현지 언론은 그리스 정치인들이 다시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부연했지만 이후 타결을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리스가 다시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리스는 재정위기에 노출돼 유로존 전체에 파란을 일으켰는데, 그리스의 재정위기는 과도한 복지 논란 등 표면적 이슈 외에도 방만한 감각의 감각으로 경제 운용을 해온 해당국에 대한 유로존 전체의 차가운 시선을 빚었다. 더욱이, 이런 방만한 재정이 가능했던 원인이 다름아닌 유로존의 근원적 에러, 즉 가난한 경제 시스템(가입 국가)이 부유한 가입국이 쌓아온 부를 무임승차한다는 점을 예방하기 어려운 유로화 시스템의 근원적 속성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점에서도 많은 우려를 받아 왔다.

이런 상황에서, 트로이카의 구제 제안을 그리스 정부가 확보해 놨는데, 정치권에서 의견을 하나로 모으지 못해 이를 고스란히 날려버릴 가능성이 이번 협상 불발로 고조되면서 유로존에서 불량국가들을 퇴출해야 한다는 강경파들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즉 불량한 국가들을 유로존에서 몰아내고 유로존을 재편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렇게 시도해도 연착륙을 100% 담보할 수 없다는 우려, 즉 유로존이 한 번 균열을 일으키면 그 파급 효과상 전체 유로존이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정치인들의 이기주의가 경제를 망친다는 불만, 전체의 강한 정도는 가장 약한 부분에 의해 좌우된다는 경제학과 물리학의 속언은 작은 가입국의 정치가 유로존 전체를 흔드는 Wag-the-Dog 현상의 좋은 예라는 분석이다.

영국언론 인디펜던트는 2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전문가들의 유로존 미래 전망에 대해 암울한 전망들을 전했다. 이 기사는 긍정론자가 극히 드물었다면서, 올리 렌 유럽연합(EU) 경제통화담당 집행위원의 긍정적 시각("한 걸음씩 재정 건전성 및 성장률 제고와 일자리 창출 상황을 창조하고 있다")을 곁들여 전했지만 기사의 기조는 전반적으로 전문가들이 분석하는 바는 유로존의 미래는 '하나'가 아니라는 것이다.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 열릴 텐데, 뾰족한 답 없다?

물론 이런 속보에도 곧 열릴 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회의(유로그룹)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는 낙관론도 있다.  그리스 정치권 협상 불발에 앞서, 장 클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은 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9일 오후 6시(현지시간)에 유로그룹 회의를 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융커 의장의 성명은 회의 개최 사실만 알리고 아무런 추가 설명을 하지 않았으나 그리스 연립정부 참여 정당들이 구제금융 조건 수용 여부 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발표됐으므로 그리스 내부에서 어떤 결론이 나오든간에 그에 대해 후속 대책을 세우자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소방대'가 준비하고 있다고 해서 이번 그리스 정당들의 협상 타결 불길을 제압할 수 있을지에 대해 긍정론만 부각되지는 않는 상황이다. 왜냐 하면, "그리스 유로존 탈퇴가 큰 파장을 가져올 것(독일 메르켈 총리 발언)"은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는 부분이나, 이 공감대를 위해 투자를 할 여력을 어디서 가져올지에 대해 뾰족한 답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메르켈 독일 총리가 그리스 문제에 대해 도움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나,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이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을 증액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확인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쇼이블레 장관은 7일(현지시간) 독일 의회에서 연정의 소수 정당인 자유민주당(FDP) 의원들과 가진 회의에서 그리스 지원을 위한 독일 납세자들의 기여는 한계에 이르렀다면서 이같이 말했다(블룸버그 등 보도). 

물론 쇼이블레 장관은 유럽중앙은행(ECB)이 그리스 지원을 위해 추가 역할을 담당하는 데에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지만, 이것이 확실한 대안이 될지는 미지수다.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가 EDB에 부담줘도 해결 난망…기업 연쇄부도 등 이미 목전에?

ECB에 대해 많은 역할 기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현재 이미 ECB에 대해 '피로 현상'이 유로존에서 높아지고 있어, 이번에도 재무장관 회의가 추가 역할을 이쪽으로 떠넘긴다면 제대로 기능이 이뤄질지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예컨대, 유럽의 유력 은행들은 이제 ECB의 대출 프로그램을 거부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표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보도하는 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자칫 자금난으로 ECB에 손을 벌리고 있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고, 또 대출로 인해 감독당국의 간섭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지만, 이런 상황에서 ECB에 또다른 짐을 지우는 것은 이러한 각 은행들의 이기적 움직임에 일종의 면죄부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ECB의 대출 프로그램은 당초 자금난에 봉착한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은행들의 숨통을 열어주면서 채무위기 충격파가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을 낳은 바 있는데, 여력을 다른 방향으로 분산하게 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어떤 형태로든 그리스 지원 문제에 발을 더 들이는 순간, ECB의 다른 정책효과들도 반감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유럽 경제 전반에 타격이 연쇄적으로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투기등급의 유럽 기업들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급격히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7일 보도한 상황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즉 ECB를 그리스 문제 소방수로 차출하고 그 여력을 낭비하는 경우 그리고 이 문제가 유럽의 은행계 전반에 드리울 그림자, 또 이 새로운 상황으로 인해 다른 여러 유럽 실물경제의 난제들이 몸집을 부풀릴 가능성이 있다. 결국 유럽의 실물경제가 함께 '고통 분담'을 하게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그리스 문제에 어떤 식으로든 명확하고 시장을 안심시킬 만한 아이디어가 나와야 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고 이에 따라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