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코치로 활동하기 때문에 학교에 나가 아이들을 만날 기회가 많다. 10주 정도 아이들과 한 주에 3시간씩 만나서 학습코칭을 하고 헤어질 때가 되면 나는 아이들의 눈빛만 봐도 아이들이 하고 싶은 말을 알아듣곤 한다.
아이들과 헤어진 후, 한 달이 지나고 일 년이 지나도 아이들 눈빛 하나하나가 떠오른다. 그 중에서도 유독 생각이 많이 나는 아이들이 있다. 처음 아이들을 만나는 날, 담임선생님이 미안해하면서 귓속말로 “저 아이 때문에 좀 힘드실 거예요. 제가 주의를 시켰습니다”라고 귀띔했던 아이들이다. 한마디로 그 반의 이른바 ‘문제아’이고 교사에게 ‘반항아’로 낙인이 찍힌 아이들이다.
그런데 내 눈에 비친 그 아이들은 전혀 문제아가 아니었다. 선생님에게 관심 받고 사랑 받고 싶은 순한 아이들이었다. 그 아이들은 지금 잘 지내고 있을까? 부모님에게서, 선생님에게서 아이들이 그토록 원하는 사랑을 받고 있을까? 내 마음은 그 아이들을 걱정하고 있다.
한 학교에 한 학기동안 왔다 갔다 하다 보면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가끔 교무실에서 무릎 꿇고 벌서고 있는 모습도 목격하곤 한다. 벌을 서고 있을 때 내가 살짝 미소를 지어주면 아이들도 내게 웃음을 던진다. 우리가 주고받는 들리지 않는 이야기는 이런 것이다.
‘너 또 실수 했구나? 속상한 일 있었어?’
‘선생님 오셨어요? 제가 또 성질 냈어요. 히히히…’
‘그랬구나. 네 마음이 그랬구나.’
정말 말썽을 많이 부리던 중학교 3학년인 남자 아이가 있었는데 우리가 마지막 헤어졌던 날 내가 악수를 청하자 그 아이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은 정말 못 잊을 거예요.”
그 아이는 내게 배운 것이 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그 아이에게서 더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그 아이들 때문에 내 삶이 더 행복해졌기 때문이다. 내가 그 아이들에게 해 준 것은 단 한 가지밖에 없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아무 말 없이 들어준 것이다. 아무런 비난과 충고를 하지 않고….
부모교육 교실의 문을 두드리는 어머님들의 이유는 다양하다. 그 중에서 많은 어머님들이 “아이들에게 문제가 있어서 왔노라”고 말한다. 어렸을 때는 말도 잘 듣고 공부도 시키는 대로 잘 하던 아이가 갑자기 엄마 말을 듣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자녀가 큰 문제를 일으켜서 머리를 싸매고 오는 어머님들도 많다. 도저히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가슴을 치면서 호소한다.
그런데 문제는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다. 아이의 문제를 눈으로 보지 말고 문제를 일으키게 된 아이의 속마음을 귀로 들어 주면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달라진다. 아이의 마음속에는 불만과 분노가 가득 들어차 있는데 이야기를 들어주면 풍선에 바람 빠지듯이 가득 찼던 불만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아이들에게 비난과 처벌을 반복하면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 공기가 가득 찬 풍선에 공기를 더 불어넣으면 결국 풍선이 터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래서 어머님들께 자녀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십사고 요청한다. 그리고 이야기를 들어줄 때는 입은 쉬시라고 한다.
“그랬구나” 한마디면 충분하다.
요즘 신문에는 학교폭력 사건이 거의 매일 등장한다. 어린 줄만 알았던 아이들이 어떻게 그런 일을 저지를 수 있는 지 무서운 마음에 가슴이 뛴다. 어른보다 더 잔인한 행동을 한 아이들에게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과연 처벌만이 유일한 방법일까? 엄하게 처벌하면 학교폭력이 줄어들까? 가해학생들이 잘못을 한 것은 맞다. 그러나 그 아이들이 그런 행동을 한 데는 반드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풍선이 터지게 된 원인을 제거하지 않고 어른들이 계속 같은 환경을 제공한다면 학교폭력의 잔인한 수준은 더 심해질지도 모른다.
옛날 중국의 태평시대에 환자가 많아지면 의사의 월급을 주지 않고 환자가 적어지면 의사의 월급을 올려 주었던 시대가 있었다고 한다. 치료보다 예방의 가치가 더 높다는 얘기다. 지금 당장은 예방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대학입시를 향해 총력전을 펼쳐야 하는 한국의 실정에서 아이들의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을 시간의 낭비로 여기시는 부모님들이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 수업 이외의 과다한 업무로 지친 선생님들께 귀찮은 잡무 하나를 얹어드리는 일이 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 중에는 그 아이들
서동연 한국코치협회인증 전문코치 / 감성코칭전문가 / KACE 부모교육지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