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른바 ‘안철수식(式) 주식기부’가 다음 주 보유 지분 장내 처분 형식으로 현실화된다. 그러나 지난달 2대주주 원종호씨가 주가 고점 시기에 지분 처분으로 235억원을 현금화한데 이어 7일 한 언론이 안철수연구소 주가 띄우기에 6개 작전조직이 개입했다고 보도했다. 주주들은 심란할 수밖에 없다.
안철수연구소(이하 안랩)는 다음 주부터 최대주주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안철수재단’(가칭)에 출연할 주식 총 186만주 중 86만주를 매각한다고 7일 밝혔다. 안랩에 따르면 안 원장은 보유 지분 중 86만주는 재단 출범 전 매각을 완료해 현금으로 기부하고 나머지 100만주는 재단에 현물로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상장주식 8.6% 출회…누가 소화하나
이는 지난해 약속한 사회 환원을 실천한 것이지만 단기적인 주가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 무엇보다 최대주주의 ‘장내매도’라는 매각 방식이 부담이다. 전체 상장 주식의 8% 이상이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경우 이를 소화할 여력이 마땅치 않다는 점 때문이다.
이미 지분 매각 방침이 알려진 7일 시간외 거래에서 안랩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했고 8일 개장 직후 8% 이상 급락했다. 불과 하루 만에 안 원장이 약속한 기부금 가운데 100억원 가까운 돈이 공중 분해된 셈이다.
8일 안철수연구소 주가추이. 개장직후 10% 가까이 급락했던 주가는 차츰 낙폭을 줄이고 있지만 약세는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회사 하루 평균 거래량이 100만주 가량으로 적지 않고 지분 매각을 시장 상황에 따라 분할해서 진행할 예정이기 때문에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의견도 있다. |
회사 하루 평균 거래량이 100만주 가량으로 적지 않고 지분 매각을 시장 상황에 따라 분할해서 진행할 예정이기 때문에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의견도 있다. 다만 안랩이 대표적인 ‘정치 테마주’인 이상 주가의 향방을 가늠하는 것이 무의미하는 전문가들이 더 많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현재 안랩 주가는 실적이나 밸류에이션 같은 기업 가치로 분석할 수 있는 상식의 선을 넘었다”며 “대표적인 IT 대장주가 테마 작전주로 매도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오히려 안 원장의 정치참여 발언 여부에 따라 주가가 반등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상식의 논리가 아닌 ‘정치테마’의 논리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대주주가 주식을 대량 매도하면 상식적으로는 주가가 떨어지는 게 맞지만 안 원장이 정치 참여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언급한다면 주가는 반등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2대주주 지난 달 235억 현금화…혹시 또?
안 원장의 사회환원 이후에도 안랩 지분구조에는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여전히 안 원장이 18.6%의 지분을 보유해 최대주주이며 원씨가 9.2%의 지분을 갖고 있다. 안 원장은 “안철수연구소의 창업정신을 살리기 위해 나머지 지분에 대해서는 처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2대주주 원씨는 지난달 27일 보유한 지분 108만4994(10.8%)주 가운데 16만7993주(1.6%)를 장내매도 형식으로 처분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안철수 원장의 지분기부에 앞서 원씨가 지분 축소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내역에 따르면 안철수연구소 2대주주 원종호씨는 지난달 17일 5만2817주를 주당 13만9135원에 매도한 것을 비롯해 같을 달 20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주당 13만~14만원대에 주식을 처분했다. 원씨는 이를 통해 총 235억5000만원 상당을 현금화했다.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내역에 따르면 원씨는 지난달 17일 5만2817주를 주당 13만9135원에 매도한 것을 비롯해 같을 달 20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주당 13만~14만원대에 주식을 처분했다. 원씨는 이를 통해 총 235억5000만원 상당을 현금화했다.
한편 안랩 주가를 둘러싼 의혹은 7일 한 언론도 제기했다. ‘매일경제’에 따르면 안랩을 포함해 바른손, EG 등 최근 급등한 ‘정치 테마주’에 6개의 주가조작세력, 이른바 ‘작전’세력이 개입했으며 일부 조직은 이미 차익을 실현하고 손을 뗐다. 금융감독원은 이미 관련 단서를 확보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