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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휴대폰 가격표시제 ‘반쪽정책’ 비난 이유

유재준 기자 기자  2012.02.07 17: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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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급변하는 IT 업계가 탁상행정이란 복병을 만났을까. 현실적이지 못한 행정이 통신업계를 옥죄며 발목이 붙잡고 있다.

지난 1일 지식경제부는 휴대전화 가격표시제 이행실태를 점검한 결과를 발표했다. 지경부에 따르면, 지난 1월9일부터 동월 20일까지 전국 16개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조사한 결과, 가격표시제 위반업체 560곳이 적발됐다. 과태료가 최소 20만원부터 최대 500만원에 달한다.

가격표시제는 지경부가 올해 초 시행한 제도로, 휴대폰 이용자들의 구매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일명 ‘공짜폰’이라는 과대광고가 사라지는 등 보다 투명한 유통망을 기대할 수 있다는 취지다.

하지만, 시행 한 달이 지난 현재 현장분위기는 이러한 기대와는 사뭇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한마디로, 실효성과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조사와 판매점 간 리베이트가 관행처럼 여겨지고 있는 현장에서 가격표시제는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판매점은 가격 경쟁을 펼치지 못한다며 버티지 못하고 퇴출되는 곳이 비일비재 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발 빠른 소비자조차 위약금을 리베이트로 해결할 수 없냐며 문의가 잇따르는 분위기다.

휴대폰 매장에 가격표시를 해놓고 있지만,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를 내야하고, 지키지 않자니 판매점별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논리다.

통신사의 입장도 부정적이기는 매한가지다. 단지, 가격을 표시할 뿐이며, 유통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불필요한 정책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통신사 관계자는 “정부정책의 일환이어서 시행하고는 있지만, 어려움이 있다”며 “아직 제도 시행된 지 한 달 정도여서 더 지켜봐야겠지만 유통 구조 등이 바뀌지 않아 제도 시행 전과의 차이는 없을 것이다”고 잘라 말하는 게 현실이다.

상황은 이렇지만 지경부의 입장은 고집스럽다. 제도가 바뀌지도, 개선도 되지 않을 것이며, 좀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개선된 요지가 있다면 바꾸겠지만, 당장은 아니라는 입장도 덧붙였다.

지경부 관계자는 “제도가 변경될 필요가 있다면 하겠지만 당장에는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며 “또 젊은 층에서는 (제도에 대한) 영향을 느끼지 못할 수 있으나 노인층에게는 효율성이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요금제마다 적용되는 할인을 비교하는 것은 20~30대 즉, 젊은 이용자이지만, 노인층에게는 제도에 실용성이 있다는 얘기다.

스마트폰의 주사용 세대인 20~30대를 감안한다면 실효성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게다가 노인층 역시 요금제에 따른 스마트폰 구입에 있어 차별이 없다. 굳이 실행해야 하는 이유에 고개를 끄덕일 수 없는 대목이기도 하다.

가격표시제가 과연 올바른 정책인지는 보다 자세히 따져봐야겠지만, 이용자들에게 외면 받는 제도는 불만만 키우는 반쪽정책이라는 것을 관계당국은 알아야 한다.